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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戰수업·낙선운동·시국선언… 흔들리는 ‘교육 중립’

  •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khmzip@donga.com

反戰수업·낙선운동·시국선언… 흔들리는 ‘교육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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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戰수업·낙선운동·시국선언… 흔들리는 ‘교육 중립’

정반대 시각에서 이라크 파병문제를 다룬 수업자료집. 전교조가 작성한 ‘반전·평화 계기수업자료’와 교육부가 만든 ‘교과서 보완 지도자료’.

“공무원의 정치중립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국가권력으로부터 어떠한 부당한 압력도 받지 않을 권리다. 따라서 직무와 무관한 공무원의 정치활동과 신념의 자유는 헌법의 정신에 따라 최대한 보장돼야 하며, 단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적 기본권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법의 잣대는 정의로워야 하며 부당한 차별은 철폐해야 한다. 교수들이 누리는 정치활동의 자유는 초·중등교원 모두에게도 동등하게 보장돼야 한다. 정책결정권을 가진 고위공무원들이 독점하고 있는 정치활동의 자유는 모든 공무원들에게도 똑같이 보장돼야 한다.”(전교조 2차시국선언)

이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원칙 아래 교사의 정치활동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차별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계기수업이란 말만 꺼내도 정부가 엄단, 징계 운운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렇다면 교육계가 신성불가침으로 여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란 무엇인가. 이는 ‘헌법’ 제31조 4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는 데 근거한다. 즉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란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세력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교육을 방어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기본법’ 제14조 4항은 “교원은 특정 정당 또는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한 교육부 이근우 기획·법무관의 해설을 들어보자.

“특정정당에 유리·불리한 교육을 해서는 안 되며 법률의 규정과 교육자의 전문가로서의 양심에 따라 공정한 교육을 하여 객관적인 진리를 추구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교사의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으나 이 활동이 학교수업 또는 운영에 중대하고 본질적인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교사들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데 자기의 지위를 이용할 수 없고, 학생들에게 주입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란스런 정치활동에 참여하도록 강요할 수도 없다.”(새교육신문 2004.6.28)

지키기 어려운 ‘중립’



서울대 나병현 교수(아시아태평양교육발전연구단)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정치에 대한 교육의 수단화, 교육의 정치 종속화를 막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과거 교사들은 집권세력의 압력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유신헌법이 발표되었을 때 많은 교사들은 침묵을 강요당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것을 찬양해야 했다. 집권당의 주장을 전파하는 것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음은 물론 공공연하게 장려되기도 하지만, 반대당의 주장을 지지하면 당장 파당적이라 하여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의 이름으로 단죄됐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교육에 대한 정치의 중립이 요청된다.”(‘지방교육자치제도의 철학적 기반’)

그러나 ‘정치적 중립’이 낡은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조항이 1960년대 3·15부정선거를 계기로 헌법에 명시됐음을 강조한다.

건국대 임지봉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는 “이승만 정권 시절, 공무원들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하여 갖가지 선거부정을 저지르는 이른 바 ‘관권선거’를 겪은 뒤 우리 법은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한 선거법 조항을 비롯해, 공무원들에게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는 규정을 두게 되었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근거로 “88만명에 이르는 공무원들의 기본권을 너무 포괄적으로 과잉 제약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대표적인 과잉 규제입법으로 꼽은 것이 교사의 정당 가입을 막는 ‘정당법’ 제6조와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제60조. 임 교수는 “정치활동을 싸잡아 금지할 게 아니라 시국선언이나 특정 정당 지지발언과 같은 ‘정치적 의사표현 행위’와 본격적인 ‘정당 가입 및 정당활동 행위’를 구분하여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두텁게 보장하는 차원에서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다.(교육희망 2004.4.7)

하지만 이 무렵 헌법재판소가 “교육공무원의 정당 가입 및 선거운동 금지는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려 교원의 정치참여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2004.3.25) 이는 2001년 두 명의 교사가 제기한 “정당의 발기인 및 정당원의 자격을 대학교수 등에게는 허용하면서 초중고 교사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 기본권 행사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이라는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이었다.

교사가 감히 정치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요약하면 ①감수성과 모방성 그리고 수용성이 왕성한 초·중등학교 학생들에게 교원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고 ②교원의 활동은 근무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학생들의 인격 및 기본생활습관 형성 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일부분인 점을 고려하고 ③교원의 정치활동은 교육수혜자인 학생의 입장에서는 수업권의 침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④현 시점에서는 국민의 교육기본권을 더욱 보장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초·중등학교 교육공무원의 정당가입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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