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가 일곱 발을 쏘자 유대인은 갑자기 달려들어 주먹으로 있는 힘을 다해 강도의 얼굴을 쳤다. 그리고 강도가 쓰러진 틈을 타 돈가방을 다시 빼앗아 달아났다. 강도는 도망가는 유대인에게 총을 쏘았으나 방아쇠 소리만 철거덕 날 뿐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강도가 갖고 있는 총은 총알을 일곱 발만 장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처음부터 이것을 알고 있었고 강도가 안심하고 총알을 써버리도록 유인했다. 지혜로 위기를 넘긴 것이다.
유대인은 어려서부터 종교생활을 통해 지혜교육을 받고 그것을 실제 삶에 적용한다. 그들은 지혜란 하나님이 주신 은사이며 지혜의 근본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하나님은 겸손한 자에게 지혜를 주신다는 사실을 명심하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유대인의 지혜는 구약의 시편, 잠언, 전도서, 욥기와 같은 일종의 유대문학과 탈무드, 율법 등에 집약돼 있다. 그들은 이러한 내용과 형식을 삶 속에 구조화(structurization)해서 지혜가 그들의 독특한 수직문화에 넓고 깊게 스며들도록 한다.
여기서 수직문화란 인간의 내면적 정신세계를 이루는 역사, 철학, 사상, 전통, 고전 및 종교에 의한 문화다. 이에 비해 수평문화는 인간의 외면적 형이하학의 물질, 권력, 명예, 유행 및 현대 학문과 현대 과학 등을 말한다.
수직문화가 변하지 않는 영혼을 위한 가치라면, 수평문화는 항상 변하는 육(肉)을 위한 것이다. 수직문화가 인생의 의미를 찾는 깊이 있는 문화라면, 수평문화는 인생의 재미를 찾는 표면문화다. 수직문화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굳건히 하여 내면적 자신감을 키우는 그릇으로 만든다. 수직문화가 컴퓨터의 하드웨어라면 현대 학문이나 과학은 소프트웨어라 하겠다. 지혜가 커야 지식도 그 안에서 제대로 쓰여진다.
전통과 법도를 강조하는 이유
지혜를 길러주는 인성교육은 종교인뿐만 아니라 정치인, 사업가, 과학자, 의사, 변호사, 예술가 등 어떤 직업인이라도 평생 도덕적으로 타락하지 않고 리더십을 발휘하여 꾸준히 남에게 유익함을 주며 성공적인 삶을 사는 데 필요하다.
지혜로운 자는 결코 편협하지 않고 리더십이 강하며 생각이 깊고 총명하다. 무슨 일을 하든지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으며 그래서 남이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낸다. 그리고 문제가 생길 것을 미리 알고 방지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크게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해결방법을 찾는다. 선악을 구별하여 실타래처럼 엉킨 문제를 푸는 능력이나, 어느 길이 옳은지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항상 멀리 내다보고 일을 결정하기에 당장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마침내 승리를 이끌어낸다.
성경에서 지혜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이다. 한 아기를 놓고 두 여자가 서로 자신의 아기라고 주장한다. 실은 거친 잠버릇 때문에 자신의 아기를 죽게 한 여인이 다른 여인의 아기와 죽은 아기를 몰래 바꾸어놓고는 자기 아기라고 우긴 것이다. 솔로몬은 살아 있는 아기를 칼로 쪼개 반씩 나누라고 명한다. 그러자 한 여인은 그렇게 하라고 배짱을 부리지만 다른 여인은 아기를 저 여자에게 주라고 사정한다. 솔로몬은 후자가 진짜 어머니라고 판결한다. 모성의 힘을 이해하는 지혜로운 자만이 내릴 수 있는 판결이었다.
한국에도 훌륭한 지혜교육인 수직문화가 있다.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이루는 역사, 철학, 사상, 전통, 고전 및 종교 등이 그것들이다. 예를 들면, ‘인의예지(仁義禮智)’와 ‘신언서판(身言書判)’이 그것이다. 신언서판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우리 조상도 지혜는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조선의 교육이념인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백성에게 알리고 교육시키기 위해 한양(서울)에 사대문(四大門)을 세웠는데, 그 중 ‘지(智)’에 해당하는 문이 홍지문(弘智門, 북쪽의 북한문)이다. “큰 지혜는 하늘로부터 오니 하늘의 지혜를 구하라”는 뜻이다. 한학(漢學)에서 북쪽은 하늘을 상징한다. 인간은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하느님께 의존하여 지혜를 구하라는 뜻이다.
그뿐인가. 한국인에게도 유대인만큼 까다로운 율례와 법도가 있다. 현재 한국에서 구식이라 하여 가르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과연 구식은 사라져야만 하는 것인가.
저자가 한국의 한 여자 중·고등학교에서 강연할 때 학생들에게 물었다. “집에서 보면 할머니와 어머니 중 누가 더 지혜로운가요?” 학생들은 일제히 “할머니요”라고 대답했다. 자녀들은 대학 나온 어머니보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할머니가 더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할머니들은 지혜를 키우는 수직문화 교육을 철저하게 받으며 성장했지만 어머니 또래의 현대 여성들은 지식교육만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머니들은 컴퓨터나 영어는 할 줄 몰라도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지혜와 끈기가 있다. 반면 현대 여성들은 컴퓨터나 영어는 잘할지 몰라도 지혜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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