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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권상의 21세기 일본인 탐험

고노 요헤이 중의원 의장 “일본 정치인 친미 일변도·우경화 우려할 만한 수준”

  • 박권상 언론인·경원대 석좌교수 정리·이홍천/일본 게이오대 정책미디어대학원 박사과정

고노 요헤이 중의원 의장 “일본 정치인 친미 일변도·우경화 우려할 만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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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요헤이 중의원 의장 “일본 정치인 친미 일변도·우경화 우려할 만한 수준”

2000년 7월14일 고노 요헤이 일본 외무장관이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하지만 자녀들의 끈질긴 설득에 그는 결국 손들고 말았다. 그해 4월16일, 15시간의 대수술 끝에 장남 타로의 간 3분의 1이 아버지 요헤이의 제거된 간 자리를 메웠다. 그 후 1년간의 조심스런 회복단계를 거쳐 정상적인 삶을 되찾았다.

그러나 정치에 복귀할 것인지를 놓고 부자간에 의견이 엇갈렸다. 건강을 겨우 회복한 아버지가 정치에서 손떼고 유유자적하며 회고록을 써 후세에 남겼으면 하는 것이 아들의 충정이었고, 고노 씨는 새롭게 태어난 이상 생명을 다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에게 정치는 곧 삶이다. 마침내 그는 2003년 11월 13번째로 선거에 나서 압승하고 중의원 의장에 올랐다.

일본 지도층과 일반 여론은 크게 매파와 비둘기파로 양분되고, 이는 외교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국력을 배경으로 현실적으로 나가자는 노선이 전자이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자는 것이 후자에 속한다. 그래서 이라크 파병 문제, 헌법개정 및 재무장 문제, 북한 핵 문제 등을 놓고도 의견이 대립된다.

고노 요헤이 의장은 36년 정치생활 내내 비둘기파에 속했다. 지난호에서 만난 나카소네 전 총리와는 대조적이다. 나카소네 전 총리를 면담한 지 1주일 후인 6월8일 그를 만나기 위해 중의원 의장공관을 찾았다.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문답에 들어갔다.

DJ 용단에 경의



-동아시아 관계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당장은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한국·일본·중국이 의견 차이를 최소한으로 좁히고 공통점은 넓혀가려는 공동의 노력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나 EU(유럽연합)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텐데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동남아시아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이 있지 않습니까. 아세안이 만들어지기까지 대단한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력, 종교 등에 차이가 많은데도 아세안 10개국이 이런 지역공동체를 만들어낸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해요. 이들 사이에는 정상급, 외무장관급, 무역장관급, 국장급, 과장급 등 다양한 레벨에서 1년에 300회 정도 모인다고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차원의 교류를 오래 지속하다 보니 친분이 두터워져 외무장관들끼리도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하게 됐다고 하더군요. 비록 의견 차이도 있겠지만, 그런 차이를 별 거부감 없이 교환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했기에 아세안이라는 연합체가 탄생할 수 있었겠죠.

‘아세안 플러스 스리(ASEAN+3)’라고 해서 아세안 국가들과 일본·한국·중국이 참가하는 회의도 열리는데, 이것도 매우 중요한 모임입니다. 장차 북한도 여기에 참가해 동북아시아의 지역공동체 관계를 구축, 동북아시아 국가와 아세안 국가들이 긴밀한 관계를 맺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혹자는 이 지역 국가간에 국력, 경제력, 종교 등의 차이가 크고 역사문제와 같은 난제도 산적해 우호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력하면 안 될 게 없지요.

물론 이것이 가능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겠죠.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만 너무 서두르다 보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형식만 갖출 우려도 있거든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지역 합의체로 나아가야겠죠. 이를 위해 일본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공동선언을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천명한 것은 새 시대를 여는 큰 용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일관계를 발전시키려 한 결단에 경의를 표합니다. 김 대통령께서 일본 국회에서 행한 연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5년 동안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종필씨와 함께 정권을 이끌면서도 일본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일본어에 ‘물에 흘려버린다’고 하는 표현이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김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극적으로 반전시키기 위해 어려운 결심을 한 데 비해 일본은 그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은 부끄럽습니다. 지금은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별로 없고, 일본이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봅니다.”

-가령 어떤 일입니까.

“부(負)의 유산이죠.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해 더 언급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일본 전체로 보면 어느 정도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므로 ‘우리’라고 하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김 대통령이 그런 결단을 내렸다면 일본도 그에 보답을 했어야 합니다. 예컨대 재일 한국인에 대한 선거권을 부여하는 게 바람직했습니다. 당시 오부치 총리가 이 문제를 언급하긴 했으나 실현되진 못했거든요. 이렇듯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일이 적지 않습니다. 자신이 그만둘 결심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지금껏 풀리지 않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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