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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중국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중국의 새로운 사회주의 탐색’

  • 글: 조영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중국정치 yncho@snu.ac.kr

중국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중국의 새로운 사회주의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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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에도 몇 가지 보완할 점이 있다. 우선 이념(사상) 연구에 내재하는 ‘이념과 현실의 긴장감’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중국의 사회주의 이념은 처음부터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이념적 도구’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사회주의 혁명 시기에도 그랬고 개혁 시기에도 그랬다. 그래서 중국 사회주의 이념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교조적 성격을 비교적 쉽게 극복하고 시대적 요구(민족해방)를 반영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만약 우리가 사회주의 이념을 현실문제와의 긴밀한 결합 없이 이념적 논리에만 치중해 분석한다면 자칫 핵심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사회주의 초급단계론’ ‘사회주의 시장경제론’ ‘삼개대표이론’ 등 중국의 개혁사회주의 이념은 크게 두 가지 현실, 즉 개혁노선을 둘러싼 공산당 지도부의 노선투쟁(일부는 권력투쟁)과 정치적·경제적 문제 해결의 필요성 속에서 변화했다. 마르크스-레닌주의 및 마오쩌둥 사상에 대한 지식인들의 분석과 재해석은 이런 현실을 일부 반영하지만 모두를 반영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노선투쟁 및 현실문제 해결이라는 ‘현실’에 좀더 다가갔어야 했다. 또 그것이 개혁사회주의와 갖는 연관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덩샤오핑 이론에서 나타나는 절충과 일관성 부족 등은 보수파와 대립하고 타협해야 했던 중국의 현실을 분석하지 않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사회주의 민주와 법제(法制) 건설’ ‘사회주의 정치문명 건설’ 등의 주요 개념, 촌민위원회의 민주선거, 의회제도 강화, 향장(鄕長) 및 현장(縣長) 등 국가 수장 직선제 시험 실시, 당내 운영 개혁의 실험 등 중국 전역에 걸쳐 실시됐던 여러 가지 정치적 실험은 개혁사회주의 이념의 변화와 함께 시도된 것이고, 개혁사회주의의 변화는 이것을 포괄하고 있다. 당연히 이 같은 현실에 대한 분석과 이념의 변화를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중국의 이념(사상)을 연구할 때에는 그것이 갖는 현실적인 타당성과 영향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개혁사회주의 이념의 변화에 대한 분석과 함께 개혁시기 실제적 의미를 갖는 다른 경향들, 즉 발전국가론(developmental state)과 민족주의 이념을 좀더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자도 책에서 밝히고 있듯이, 중국 공산당은 한편으로는 개혁 시기에 ‘경제발전 지상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회주의 이념을 폐기하는 대신, 알맹이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공동화(hollowing-out)’ 전략을 채택했다.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 사회주의 명제는 그 결과물이다. 동시에 개혁사회주의 이념은 초기 개혁·개방 방침을 확정한 다음에는 국가정책을 지도하는 역할 대신, 이미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념적으로 정당화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한편으로 개혁 초기부터 근대화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동아시아 발전 모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실제 개혁과정에 이를 적극 도입했다. 1980년대 중후반에 있었던 신권위주의(neo-authoritarianism) 논쟁은 이에 대한 학문적 검토였다. 1990년대 들어서는 공산당의 개혁방침과 통치 정당성을 합리화하는 주요 이론적 근거를 여기에서 찾았다. 이 때문에 사회주의 이념의 현실적 중요성은 상당히 축소됐다.



사실 민족주의 이념도 발전국가론이라는 동전의 다른 면일 뿐이다. 즉 민족주의는 발전국가 모델을 수행하는 과정에 필요한 경제발전지상주의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고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도구였다. 따라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이념적으로 이끌고 정당화한 발전국가론과 민족주의에 대한 분석은 사회주의 이념의 변화에 대한 분석만큼이나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다. 만약 이에 대한 분석을 소홀히 할 경우 개혁 시기 사회주의 이념이 갖는 현실적 의미를 과대평가할 위험이 있다.

이상의 몇 가지 지적에도 이 책은 중국을 연구하는 학자뿐만 아니라 중국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은 읽어야 할 진지하고 유익한 연구서임에 틀림없다.

신동아 200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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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영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중국정치 ynch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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