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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경제중심’ 간판 내린 동북아위원회

집권 초 구상으로 유턴 과적운행이냐 쾌속질주냐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경제중심’ 간판 내린 동북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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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중심’ 간판 내린 동북아위원회

동북아시대위원장으로 새로 위촉된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취임하자마자 동북아 평화 및 군축 구상을 쏟아놓고 있다.

- 기조실이 독주했다는 지적도 있고 민간위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위원회 운영이 미숙했던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기조실은 대통령 비서실의 일부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기조실이 마련한 안건을 놓고 비상근 민간위원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밖에 운영할 수 없었다.”

- 지난 1년여간 위원장으로서 느낀 점은?

“아일랜드가 18년 걸려 이룬 경제중심을 현재 상황에서 한국이 주변국과의 경쟁을 통해 추진하고자 한다면 그보다 휠씬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동북아경제중심위를 1년 만에 개편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물론 배 전 위원장의 경질과 관련해서는 다른 시각도 있다. “배 위원장이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데다 귀족적 스타일이라서 노 대통령과는 맞지 않았다”(청와대 관계자)거나 “지나치게 소극적 리더십으로 일관해 대통령의 눈밖에 난 것 같다”(동북아위 민간위원)는 지적이 그것이다. 배 전 위원장이 노 대통령의 동북아 구상 전반을 이해하지 못한 채 CDMA사업과 같은 ‘한 건’만을 의식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전임 배순훈 위원장에 비해 새로 취임한 문정인 위원장은 임명장을 받은 직후부터 활발한 대외 행보를 보이며 동북아 구상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문 위원장이 취임 이후 밝힌 구상만 해도 동북아 평화포럼, 동북아 평화군축센터 건설, ‘제주 평화의 섬’ 구상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문 위원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유엔군축위원회를 제주도에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또 1기 동북아위에서 논의해온 물류중심지·금융허브 구축 방안, 외국인 투자 유치 방안 이외에도 최근 동북아위에서는 굵직굵직한 ‘프로젝트형’ 사업을 입에 올리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동북아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동북아에는 쓸 곳을 못 찾고 떠도는 돈이 많다. 중국의 동북3성, 러시아 연해주, 북한 개발 등을 연계시키면 이 자본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동북3성에 있는 낙후된 중화학공업 설비나 발전소를 사들여 우리가 관리하면서 수익성을 높여 되파는 방법도 있고 우리의 구조조정 경험을 살려 부실채권 규모가 엄청난 중국 구조조정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할일은 얼마든지 있다.”

또다른 동북아위 관계자는 “동북아 주변 국가들을 공동의 이해 관계로 엮을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동북아위 주변에서는 최근 러시아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발언을 자주 들을 수 있다.

물론 한중일 3국의 경제협력을 통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이라는 동북아위의 당초 구상을 감안하면 러시아는 1순위 협력 파트너가 아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대체 에너지원으로서 러시아의 주가가 덩달아 치솟고 있는 데다 한국과 에너지 협력을 원하는 러시아 쪽의 러브콜도 꽤나 집요한 편이어서 러시아에 대한 관심은 이래저래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협력 구상

게다가 한중간 협력사업의 경우 당분간 고구려사 왜곡 문제의 덫에 걸려 진전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일본과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협상이 진행중인 자유무역협정(FTA) 이외에는 동북아 구상의 내용을 채울 만한 대형 프로젝트가 마땅치 않다. 일본측에서는 부산 또는 거제도에서 출발해 대마도를 거쳐 규슈(九州)에 이르는 200여km의 해저터널 프로젝트를 다시 꺼내들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이미 교통개발연구원(KOTI) 등 국책연구기관에서 ‘경제성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놓은 터라 우리가 나서 재론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계획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일정이 몇 차례 연기된 끝에 9월중 다시 추진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계기로 노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에너지·철도 협력을 통해 동북아 구상의 일부를 열어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동북아위 관계자는 “시나리오는 여러 가지다. 러시아의 에너지를 우리가 사주는 대가로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에 러시아의 협조를 구하는 방법도 있다. 열쇠는 우리가 쥐고 있는 만큼 얼마든지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말 사할린 주지사와 러시아 산업에너지부 고위 관계자 일행이 동북아위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정인 위원장과 정태인 기조실장을 만나 에너지 협력을 논의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러시아와의 협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동북아위의 몇 가지 아이디어는 실제로 노 대통령의 이번 러시아 방문 과정에 실현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기간중 현지에서 ‘KBS 열린음악회’를 열고 한·러 경협에 관한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는 방안 등이 이미 초읽기 단계에 들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은 러시아를 포함하는 철도 연결 프로젝트에 강한 집념을 보인 바 있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반도종단철도(TKR) 및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개발 운영을 위한 다국적 유라시아철도공사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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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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