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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리포트

기로에 선 ‘왕따 전경련’

생존모델은 ‘헤리티지’ 아니면 ‘왕사쿠라’?

  • 글: 윤경호 매일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yoon218@mk.co.kr

기로에 선 ‘왕따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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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은 공정위의 반박을 재반박하는 자료를 만들었지만 발표를 보류했다. 실무진이 만든 반박문은 윗선의 결재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전경련 관계자는 “공정위가 반박자료를 내자마자 이를 재반박하면 자칫 소모적인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례 하나. 7월22일 전경련은 “지난해 총자산 5조원 이상 18개 그룹의 설비투자 규모가 30조2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2% 늘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18개 그룹의 결합(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2003년 설비투자가 증가했는 데도 그간 잘못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금융감독원이 “18개 그룹의 ‘투자활동으로 인한 순현금 유출’이 2002년 46조원에서 2003년 31조원으로 33.5% 감소했다”고 발표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작성됐다.

전경련은 재무제표상 ‘투자활동으로 인한 순현금 유출’은 현금 유출에서 현금 유입을 뺀 순개념으로, 금융거래에 의한 현금 흐름이 대부분(2003년의 경우 80%)을 차지하기 때문에 실제 제조업 부문의 생산능력, 고용창출, 산업파급효과 등을 나타내는 ‘기업 설비투자’ 지표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그룹의 ‘투자에 의한 현금 유출’ 150조5000억원 중 금융(자본)거래에 의한 현금 유출은 120조4000억원(80%), 유형 고정자산 거래에 의한 현금 유출은 30조1000억원(20%)이다. 이 가운데 ‘기업 설비투자’ 개념에 근접한 유형 고정자산 거래만 보면 18개 그룹의 지난해 투자는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는 것.

특히 삼성, LG, 현대차, SK, 한화 등 5대 그룹은 2002년 17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21조5000억원으로 설비투자가 22.3%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회심작’ 기업도시 프로젝트

올 들어 전경련이 진행해온 ‘회심의 역작’은 기업도시 프로젝트다. 전경련은 올초 1000만평 규모의 기업도시를 건설해 고용 창출과 지역 균형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겠다며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전담팀이 만들어졌고 건설교통부 등 정부당국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6월15일 대강의 윤곽을 공개했다.

기업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일단 특별법(가칭 기업도시건설특별법) 제정이 추진된다. 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협의해 기업도시특구 지역을 선정하고 직접 개발계획을 수립해 산업단지·문화·연구개발(R&D)·배후도시 기능을 효율적으로 연계하게 된다. 그동안 협의를 통해 압축된 기업도시 후보지는 제주 서귀포, 전북 군산·익산, 전남 광양·무안, 경남 김해·진주, 경북 포항, 강원 원주 등 9개 도시.

전경련측은 “현행법상 제약으로 기업도시 건설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업 주도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크다. 따라서 특별법을 마련해 참여 기업에 규제 등을 혁신적으로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전경련이 제안할 기업도시건설특별법에는 ▲기업이 주도적으로 도시개발계획에 참여하고 ▲자율적으로 조성 토지를 처분하며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또한 ▲기업도시 내 기반시설은 기업이 담당하고 도시 밖의 기반시설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토록 하며 ▲기업에 부담이 되는 조세·부담금 등은 경제자유구역 수준으로 낮추고 ▲기업도시 건설 투자시 출자총액제한 제약을 받지 않게 하며 ▲현행 25%로 제한된 동일인 신용공여 한도를 40%로 높이는 방안 등도 건의된다.

전경련은 “당초 20여개 지역이 기업도시 유치를 신청했지만, 도별로 1∼2개로 압축해줄 것을 요청했고 수도권과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인 충남·북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은 기업도시 유치 희망지역에 대해 세제지원과 인센티브 부여는 물론 투자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래 모델은 헤리티지 재단?

그러나 이같은 전경련 본연의 활동에 대해서는 일반인의 관심이 그다지 쏠리지 않는다. 분명 전경련이 과거와는 달라진 것 같은데 그 실체가 무엇인지 꼭 집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까.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7월16일 사법연수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경련 경제강좌 수료식에서 “전경련을 ‘재벌의 대변인’으로 보는 비판적 시각이 있음을 안다”며 “이런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경련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발언이다.

요즘 전경련의 최대 고민은 자신의 존재이유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당당한 대응논리를 내놓지 못하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벌들의 모임인 전경련이 과연 필요하냐”는 단순한 물음에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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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경호 매일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yoon218@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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