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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불황’ 탈출, 일본에서 배운다

기업은 선택과 집중, 정부는 R&D에 공공투자

  • 글: 이종윤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 leejy@hufs.ac.kr

‘10년 불황’ 탈출, 일본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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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불황’ 탈출, 일본에서 배운다

일본 정부는 주식교환 및 이전제도를 만들어 기업의 구조조정을 뒷받침했다.

셋째, 당초 저금리 정책이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1990년대 일본경제는 기본적으로 초과공급 상태였다. 즉 각 산업 부문마다 공급능력에 비해 수요가 부족해 가동률이 낮은 것이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저금리 정책은 투자유발 효과보다는 오히려 이자생활자의 이자소득을 크게 떨어뜨림으로써 개인소비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넷째, 일본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나타난 노동집약적 비교열위 산업을 자유로운 시장경쟁에 맡겨 축소하기보다는 복잡한 유통구조와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통해 적지 않게 온존시켜 왔다.

더욱이 성장부문 근로자와 쇠퇴부문 근로자의 소득격차를 가격정책과 소득이전 정책을 통해 인위적으로 줄여왔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는 쇠퇴산업이 상당부분 살아남았다. 이 부문의 자본과 인력을 성장부문으로 재배치함으로써 축소시키지 않는 한 일본경제의 불안정성은 쉽게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일본경제가 오랜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꿈쩍도 않을 것처럼 보이던 일본경제가 활기를 되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몇가지 점과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



가장 중요한 원인은 대중(對中) 대미(對美) 수출이 급증한 것이다. 미국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부터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 활성화를 추진해왔다. 이러한 정책은 기대한 대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상당히 높였다. 미국경제의 높은 성장률은 직접적으로 일본의 대미 수출을 크게 증가시켰을 뿐 아니라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에 연동하여 일본의 대중(對中) 수출도 크게 증가시켰다. 그 결과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고용 및 개인소비 수요를 증가시키는 효과까지 가져옴으로써 전체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있다.

둘째, 불황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생존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해 과잉설비 및 과잉고용이 크게 축소됐다. 나아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별 기업들은 다각화되어 있던 사업분야를 선택과 집중이라는 슬로건 아래 우선순위에 따라 재배치하는 구조조정을 가속화했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법제도를 대폭 정비했다. 구체적으로는 1997년의 합병법제 합리화, 1999년 주식교환 및 주식이전 제도 도입, 2001년 회계분할법제 신설 및 연결납세제도 도입 등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주식교환 및 이전제도는 주주가 보유한 기업의 주식을 계열관계를 갖고 싶은 회사의 주식과 교환할 수 있게 한 것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특정회사와 완전한 모기업-자회사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회사분할 제도는 사업부문을 기민하게 분할, 독립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을 용이하게 했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에 힘입어 기업들이 대담한 구조조정을 한 결과 경영체질이 크게 개선되었으며 수요증가에 연동하여 투자를 늘릴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셋째, 수출증가 및 기업체질 개선에 따른 수익증가가 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고용사정이 크게 호전됨으로써 가계의 소비지출도 점차 활기를 띠었다. 말하자면 수출증가가 투자증가를 유발하고 수출 및 투자 증가는 소비증가를 유발시킴으로써 전체적으로 안정된 경제성장을 실현시키는 구조를 복원해낸 것이다.

넷째, 종신고용 및 연공서열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일본식 인사관리에 상당한 변화가 일었다. 그동안 일본기업들은 적어도 3~4%의 잉여인력을 끌어안으면서까지 종신고용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일본에서 종신고용제도는 상당히 후퇴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전체 노동자 중 정규직이 75%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니 종신고용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연공서열제에 관한 한 기존의 관행이 크게 파괴되어 능력 및 성과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승급, 승진을 차별화하는 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요컨대 종신고용제는 가능한 한 유지하되 연공서열제는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는 쪽으로 바꿔나감으로써 안정된 기반 위에서 노동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식 경영의 재편은 분명히 일본경제의 회복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섯째, 고이즈미(小泉) 내각이 추진한 금융개혁도 경제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이즈미 내각은 은행이 부실채권을 털어버리도록 강력하게 유도했으며 금융기관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통합을 유도함으로써 은행을 대형화했다. 리소나은행의 경우와 같이 경영체질이 약한 은행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국유화할 정도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한국에서처럼 대량실업으로 이어지거나 외국인이 자국 기업을 소유하지 않도록 속도를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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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종윤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 leejy@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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