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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잊혀진 과거사, ‘4·19 교원노조’ 사건

혁명군 군화에 짓밟힌 교육 민주화의 싹

  • 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또 하나의 잊혀진 과거사, ‘4·19 교원노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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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잊혀진 과거사, ‘4·19 교원노조’ 사건

1960년 9월 ‘노동조합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단식투쟁으로 지친 경북여고 교사들이 교무실에 쓰러져 있다.

단식 투쟁으로 숨을 거둔 이증석씨의 아들 이원배(51·한반도재단 운영이사)씨는 당시 일곱 살이었다. 이씨의 집안은 선친의 죽음으로 생계에 큰 타격을 받았고, 그는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됐다. 1999년 전교조가 합법화되자, 그는 선친의 묘소를 찾아가 “아버지의 못다한 꿈이 30년 만에 이뤄졌노라”며 눈물을 떨궜다고 했다.

4·19 교원노조는 합법성 수호 투쟁은 물론 독재 정권에 아부하는 교육행정관료 숙청, 사학재단비리 척결 등 학원 민주화운동을 전개했다. 2대 악법으로 불리던 ‘반공임시특별법’ ‘집회·시위 운동에 관한 법률(데모 규제법)’의 입법화 움직임에도 적극적인 반대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의 당당한 기세는 예상치 못한 폭풍을 만나 1년 만에 산산조각나버리고 만다.

용공분자로 몰린 1500명

1961년 5·16쿠데타로 출범한 군사정권은 ‘국가재건최고회의’를 구성, 국가권력을 장악하며 여러 혁신계 정당·사회단체를 해산시키고 각 조직 간부들을 용공분자로 몰아 전격 체포했다. 정치 단체와 관련이 없는 4·19 교원노조의 간부들도 하루아침에 ‘용공 인사’로 둔갑했다.

5월17일 교원노조 대표 강기철씨의 구속에 이어 전국의 조합간부 1500명이 학교에 들이닥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중 ‘수괴급’ 54명이 서대문형무소에 압송돼 혁명재판을 받았다. 당시 치안국에서는 용공분자 2000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는데, 그중 75%가 교원노조소속 교사들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간 노조 간부들이 극심한 고문 끝에 간첩 내지 용공 혐의자로 조작되는 동안 문희석 문교부 장관은 6월8일 “교원노조가 민주당 정부를 전복하고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던 음모가 발각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신문 결과 혐의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자 이번에는 월남한 노조 간부들을 대상으로 간첩 혐의를 추궁하는 조사가 벌어졌다.

당시 경기도연합회 위원장이었던 실향민 이동걸씨는 출옥 후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억울함과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평양 출신으로 해방 후 월남한 그는 고초를 당하기 전 인천 수산고의 훈육주임교사로 재직중이었다.

노조 발목잡은 ‘특별법’

기본 법률로는 처벌할 근거가 없던 이들에게 새롭게 씌워진 올가미는 ‘특수 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 6조’였다. 제정일로부터 3년6개월 이전까지 적용이 가능한 ‘소급법’이었던 이 법률은 ‘반국가 단체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알면서 그 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동조하거나 기타의 행위를 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이 조항에 의거해 검찰이 문제삼은 대목은 교원노조가 ‘2대 악법(데모 규제법, 반공임시특별법) 반대투쟁에 참가했다’는 것과 ‘서울대 민통련이 주장한 남북학생회담안을 환영한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그러나 강기철씨는 “민주당 정권이 제정을 추진한 2대 악법은 4·19 정신을 역행한 반민주 악법이라는 이유에서 다른 정당과 사회단체, 언론단체도 함께 반대했다”고 말한다. 더욱이 남북학생회담에 대해서는 교원노조가 지지하거나 동조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전혀 없었다는 것. 이 대목에서 강대표의 목소리는 고조됐다.

“당시 교원노조 강령에는 ‘우리는 4월혁명 정신을 받들어 투철한 반공이념하에 민주학원 건설의 선봉이 될 것을 기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어요. 국제자유교원노조연맹(IFFTU)에도 가입한 조직을 용공단체로 모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조작 아니오.”

삼엄한 군사정권의 등장과 함께 교원노조를 지지하던 이들도 등을 돌렸다. 이목 교사는 혁명재판에 끌려 다니던 중 민주당 의원 시절 교원노조의 합법성에 동의했던 조재천 장관의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민주당의 경찰 정보가 어떠했기에 교사들을 정치재판에 회부합니까?”

냉랭한 표정의 조 장관으로부터 한참 만에 대답이 돌아왔다.

“이 선생, 전국에 교원들이 얼마인데(당시 통칭 20만) 그들이 단결하면 그 조직에 당해낼 정부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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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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