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환경 리포트

DMZ 생태계에 대한 오해와 진실

독초 군락, 축구장만한 서양민들레밭… 생경하게 ‘가공’된 외래식물 전시장

  • 글: 함광복 강원도민일보 논설위원 hamlit@kado.net

DMZ 생태계에 대한 오해와 진실

3/8
DMZ 생태계에 대한 오해와 진실

8000평 규모의 큰 용늪 속에 있는 작은 연못. 해발 1300m 대암산 정상에 있던 작은 용늪은 군용 진지와 도로시설로 인해 사라졌다.

환경부는 1998년 12월7일부터 1999년까지 유엔군사령부의 허가를 받아 DMZ내 현장조사를 하기로 했었다. 이 조사가 실행됐다면, 최초의 DMZ내 자연생태계 조사가 되었을 것이다. 산림청 임업연구원은 2001년 2월 비무장지대 및 인접지역 생태계조사(1995∼2000) 결과를 발표하면서 ‘DMZ 내부 1곳’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지역은 DMZ 남방한계선 내부일 뿐 철책선 내부는 아니다. 관광지가 된 제2·4땅굴, 일부 전망대 등은 모두 남방한계선 내부의 구조물들이다. 즉 이제까지 DMZ 자연생태계 조사는 모두 민통선 북방 DMZ 남쪽지역에서만 이뤄진 것이다.

이 때문에 ‘DMZ 조사’는 내용상 ‘DMZ 인접지역 조사’다. 어쨌든 DMZ의 자연은 비록 DMZ 내의 조사는 아니지만 완벽한 건강검진을 받은 셈이다. 학자들은 DMZ 건강상태를 오진만 하지는 않았다. 1995년 비무장지대예술문화운동협의회가 발간한 ‘비무장지대의 과거·현재·미래’라는 논문은 당시 환경처가 조사한 DMZ 인접지역의 녹지자연도 현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논문은 강원도 DMZ 인접지역의 숲 88.4%가 녹지자연도에서 등급7 이하라고 주장했다. 등급7이란 20년생 미만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정도를 일컫는다. 향로봉산맥 일대에도 50년생 이상의 나무가 주를 이루는 등급9의 임상이 있지만, 그 양은 전체의 1.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경기도 지역은 더 보잘것없어 등급7 이하가 87.3%, 등급2 이하가 51.2%나 된다는 것이다.

한 학자는 DMZ 일대는 생태적 천이가 중단된 방해극상(妨害極相 : Dis-climax Forest)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대지방의 경우 삼림이 파괴된 후 극상림(極相林 : Climax Forest)에 도달할 때까지 150∼200년이 걸린다고 볼 때 현재 이 일대는 생태적 천이(生態的 遷移 : Ecological Success- ion)가 진행중이거나 천이 자체를 방해받고 있다는 것이다.

DMZ 자연조사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는 임업연구원의 조사결과는 더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었다. DMZ 일대의 임목축적량이 남한 평균의 48%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상당한 지역이 당장 복원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빈약하다는 것이다.



임목축적량, 남한 평균의 48%에 불과

그러나 DMZ 자연에 대한 조사 결과는 그곳에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이 있기를 바라는 일반의 기대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특히 ‘DMZ=자연의 보고’라는 가제를 머릿속에 담고 취재에 나서는 기자들에게 DMZ의 숲의 실태를 지적하는 보고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1985년 민통선북방지역학술조사단이 천연기념물 제246호인 대암산·대우산 천연보호구역을 찾아갔을 때 학자들은 고층습원(高層濕原) 늪지 하나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1966년 한국자연보존연구소와 미국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DMZ 공동학술조사단이 대암산을 찾았을 때만 해도 해발 1300m 정상엔 거대한 늪 두 개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4500년이나 된 늪이었지만 방금 그려낸 수채화처럼 녹색 물감이 묻어날 듯 싱싱하고 신비로웠다. 그런데 그중 하나인 작은 용늪이 주둔군인들의 진지와 도로시설로 인해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동행취재를 하고 있던 필자는 그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DMZ에 무엇이 있더냐?”고 물을 독자들에게 들려줄 얘기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작은 용늪이 없어졌든 말든 필자가 처음 본 큰 용늪의 신비로운 얘기를 옮기는 데도 원고지가 부족했다.

연구업적을 높이려는 학술조사단의 동식물 곤충 ‘신종(新種) 찾기’ 경쟁도 DMZ 자연이 곧이곧대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한 요인이 됐다. 사실 필자의 눈에 DMZ 학술조사단은 향료(香料)를 찾아 동방항로로 떠나는 중세의 선단 같았다. 귀항하는 배에는 무엇이든 진귀한 것이 실려 있어야 한다. 원주민을 수탈해서라도 향료를 싣고 오면 그만이다. DMZ 학술조사단도 탐욕스럽게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남보다 먼저 가 신종, 특산종 등 희귀 동식물, 그 보물만 찾아오면 되는 것 같았다. 마침내 ‘DMZ 자연생태계의 신비’에 열광하는 일반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업, 단체, 기관의 ‘인기주의 생태계 조사’가 성행하고 ‘안보관광’ ‘생태관광’ 등 패키지 관광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맞춤형 생태계 조사도 벌어졌다.

하지만 이처럼 숱한 연구조사가 행해졌으면서도 연구실적은 축적되지 못했다. 이미 여러 차례 조사한 내용을 중복 조사한 것은 물론이고 내용의 상호보완도 이뤄지지 못했다. 조사내용에 연속성이 없었으며, 활용도도 낮았다. 앞사람의 연구실적을 표절하거나 ‘베껴 쓰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DMZ를 가볼 수 없는 일반인은 그곳이 ‘자연의 보물’을 캐올 수 있는 보물창고인 것으로 철석같이 믿거나, 자연의 모든 내용물을 풍부하게 담은 원시의 숲이 있는 것으로 믿었다.

문제는 DMZ가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한시적 구조물이라는 점을 전제로 개발되는 여러 DMZ 정책이 ‘DMZ=인간이 손대지 않은 자연’이라는 환상을 기초로 세워진다는 것이다.

3/8
글: 함광복 강원도민일보 논설위원 hamlit@kado.net
목록 닫기

DMZ 생태계에 대한 오해와 진실

댓글 창 닫기

2019/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