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철저 분석

제3국 관련법 통해 본 美 북한인권법의 진실

‘붕괴유도’ ‘침공 사전정지’보다 北 인권개선 노린 다각도 압박수단

  • 글: 김수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편집위원 국제경제학 박사

제3국 관련법 통해 본 美 북한인권법의 진실

4/5
제3국 관련법 통해 본 美 북한인권법의 진실

민주노동당 의원 및 당원들이 9월30일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미 상원의 북한인권법 통과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얀마와 이란 관련 법안에는 아예 인도적 지원에 관한 내용이 없다. 이는 아마도 두 나라의 경제나 인도주의적 상황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처럼 일상적이면서도 긴급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이란에 강한 지진이 발생하자 미국은 즉시 이란에 긴급지원을 했다.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할 경우 법안 내용과 상관없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실천한 것이다.

한편 북한인권법안에는 북한 인권·민주화운동 단체에 대한 지원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법안은 이 단체를 정의하면서 인권, 민주화, 법치,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단체로 한정했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주민에 대한 합법적 교육, 문화교류에 대한 지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북한인권법안 102조). 북한인권법안이 남북교류를 증진시키려는 한국정부의 정책과 반드시 대립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북한인권법안을 지켜보며 궁금한 것 중 하나는 미국이 이러한 법안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 말고 ‘타국의 인권과 민주화를 증진시킨다’는 목적으로 입법을 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유럽의회의 경우 단일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법이 아닌 결의안(resolution) 형태로 타국의 인권문제에 개입한다. 아시아권에서도 미얀마, 이란이 유럽의회 결의안의 단골 메뉴였고 최근에는 북한도 주요 관심대상에 올랐다.

또한 EU는 제3국과 무역·협력협정 을 맺을 때 인권조항을 반드시 삽입했다. 이 인권조항을 어길 경우 협정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러한 유럽의 전통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5년 서유럽과 소련이 헬싱키협정을 체결할 때 서유럽은 소련측에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반드시 인권조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시킨 바 있다.



유럽 시민사회는 인권·민주주의 의식이 매우 강하다. 이를 반영하듯 1992년 이후 EU는 양자간 경제협정을 체결함에 있어 인권·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을 양자 협력관계의 기초이자 핵심으로 삼았다. 여기에는 인권조항을 위반했을 경우의 제재 조치도 포함됐다.

1995년 EU와 베트남이 체결한 경제협정은 아시아 국가 관련 인권·민주주의 관련조항이 들어간 최초의 협정이다. 이 협정은 공동위원회(Joint Commission)를 두어 2년에 한 번씩 하노이와 브뤼셀에서 번갈아 인권상황에 대한 검증회담을 하도록 명시했다. 만약 이 회담에서 EU가 베트남의 인권상황을 인정할 수 없을 때에는 원칙적으로 지원을 유보하거나 최악의 경우 무역관계를 단절한다고 못박았다. 이 협정은 특정국가와의 관계개선이나 지원문제를 그 나라 인권상황과 연동하고자 하는 미국의 인권법안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반면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미국 상원은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대북지원과 인권문제 연계조항의 구속력을 완화했다. 이는 대북지원에 있어 미국정부의 신축적인 재량권을 인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국무부 안에 북한인권담당 특사를 임명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북한인권문제가 제기될 수 있도록 강화한 부분도 있다. 특사가 임명되면 그의 활동과 보고서가 지속적으로 언론의 관심이 되고 당연히 북한인권문제가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조항이 민주당과의 협의과정에서 법안에 첨가됐다는 사실은 한국내 일각의 생각과 달리 민주당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공화당보다 더 강경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또한 상원은 ‘지역내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북한과의 인권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의회의 입장’이라며 행정부에 대북한 인권대화 추진을 촉구했다.

이러한 다자회담 구상은 앞에서 언급한 1975년 헬싱키협정을 모델로 하고 있다. 미국·유럽과 소련·동유럽 사이에 체결된 헬싱키협정은 안보·경제·인권문제를 일괄타결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으로 소련 및 동유럽 진영이 인권적 가치를 공식인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참여연대 등 국내 NGO 단체들도 북핵문제 해결방식으로 이 모델을 제안한 바 있다. 미 의회가 헬싱키모델 해법을 결의한 것은 북한문제 해결에 있어 무력보다는 평화적인 방법을 추구하겠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인권압박정책의 성공사례

미국의 의도가 어떠하든 간에 북한인권법안이 실질적으로 북한인권 개선에 효과가 있을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특히 절대적으로 폐쇄된 체제특성상 외부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압박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보다는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지속하면서 개방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주로 햇볕정책을 기반으로 삼는다.

물론 햇볕정책으로 대변되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개방유도정책은 바람직한 것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한 가지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인도주의적 지원과 개방유도정책이 인권향상정책과 꼭 대립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4/5
글: 김수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편집위원 국제경제학 박사
목록 닫기

제3국 관련법 통해 본 美 북한인권법의 진실

댓글 창 닫기

2021/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