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경제 포커스

정체성 논란, 비상 걸린 공정거래위

규제 집착 ‘고무줄 잣대’로 불공정 시비 자충수

  • 글: 송성훈 매일경제 경제부 기자 ssotto@mk.co.kr

정체성 논란, 비상 걸린 공정거래위

3/4
정체성 논란, 비상 걸린 공정거래위

공정위가 삼익악기의 영창악기(사진) 인수를 불허한 직후 영창악기가 부도나자 ‘공정위가 멀쩡한 기업을 죽였다’는 비난이 일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02년 12월 말 언론사에 부과된 과징금을 급작스럽게 철회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공정위는 2001년 7월에 실시한 15개 신문·방송사 대상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에 따라 부과한 182억원의 과징금을 전액 취소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에는 과징금 등으로 경영이 악화될 경우 언론사의 공익적 기능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되돌아보면 부끄러운 결정이었다”며 “이미 이의신청을 기각한 상태에서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열어 스스로 내린 과징금 부과조치를 거둬들인 것은 절차상으로도 할 말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요즘 무더기 패소사태가 벌어진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대한 법원의 결정만 보더라도 그렇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대기업들의 부당내부거래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에서 진행한 공정위 조사가 초기에는 꽤 성과를 거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후 대기업들이 제도적으로 많이 변했는데도 공정위가 기존의 잣대만을 무리하게 들이댄 것이 화근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도 “이른바 ‘건수 올리기식’의 무리한 조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한국개발연구원 임원혁 박사도 “공정거래법 체계상 미비점이 있다”며 “부당내부거래가 공정거래를 저해했다는 점을 입증하기에는 두 사안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법 자체만 놓고 보면 패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체계상 미비점과 함께 공정위의 무리한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최근의 패소사태를 야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공정위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가. 이런 질문에 그야말로 ‘공정한’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업계는 업계대로 공정위는 공정위대로 시각 차이가 너무도 분명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기업 정책이 공정위의 주된 업무인 것처럼 비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공정위가 재벌정책 일변도로 나아가는 데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강철규 위원장이 비록 학자 출신의 외부인사이기는 하지만 참여정부 최장수 장관이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잘하고 있다. 그러나 위원장이 대기업 정책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보고할 때나 국회에 나가서 답변할 때 대기업정책과 관련해서는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소비자보호나 하도급관련 정책 등에 대한 내용에 접어들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인권 박사도 “공정위가 경제집중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실제로 막을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며 “30대 기업집단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나 1인당 소득이 높아질수록 경제집중도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대기업 성장과정에 집적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인권 박사는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 박사는 “공정위는 출자와 투자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출자총액규제를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는 기업이 많다. 가령 자산규모 5조원부터 규제를 받게 돼 있어 4조원 후반대에만 7개 대기업 그룹이 집중돼 있다. 자산이 늘어나는 것을 꺼리는 현상 때문에 몇 년째 그 자리에 정체돼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투자를 가로막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사례를 밝혀주면 고치겠다고 장담하지만 이것도 기업생리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라는 것이 이 박사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밝히는 것은 기업의 영업비밀 차원에서도 불가능한 얘기일 뿐 아니라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개별기업에겐 위험부담을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대기업 규제 위주 벗어나야

물론 출자총액제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각종 예외규정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유지하는 이유가 뭐냐’는 비판도 있지만 ‘누더기라도 입고 있는 것이 벗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여러 경제학자가, 공정위가 앞으로 대기업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소비자보호정책이나 경쟁정책 등에 업무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3/4
글: 송성훈 매일경제 경제부 기자 ssotto@mk.co.kr
목록 닫기

정체성 논란, 비상 걸린 공정거래위

댓글 창 닫기

2022/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