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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리포트

일본열도 뒤흔드는 ‘NHK 왕국’ 비리

제작비 횡령, 비자금 조성, 연금특혜, 기업 돈 뜯기로 불명예 자초

  • 글: 조헌주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hanscho@donga.com

일본열도 뒤흔드는 ‘NHK 왕국’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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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열도 뒤흔드는 ‘NHK 왕국’ 비리

NHK는 작품성이 뛰어난 프로그램 못지않게 방송기술 연구분야에서도 많은 공을 세웠다. 사진은 NHK의 문자데이터 방송전시관을 찾은 어린이들.

직원들의 공금 횡령 수법은 ▲인감을 제멋대로 이용해 공금 통장에서 마음대로 돈 빼내기 ▲통장 거래내역을 조작해 잔액 착복하기 ▲수금한 시청료를 관련 부서에 전달하지 않고 가로채기 ▲파견된 계열회사에서 경비 유용하기 등이었다.

NHK측이 직원 비리와 징계 내용을 뒤늦게 공개한 것은 7, 8월에 직원들의 공금 관련 비위가 외부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내부 비위를 숨겨왔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다. 민간방송사와 달리 시청자가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니만큼 꺼림침한 대목이 어지간히 많았겠는가. 직원 비리가 공개되면 시청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시청료 거부 등 역풍이 일 것을 두려워해 비리를 쉬쉬해왔던 것이다.

사내 비리를 숨겨온 사실을 지각 공개하면서 파문이 예상되자 NHK 회장과 전무 등 주요 간부는 이 사실을 공개하는 날 감봉 3개월의 징계를 자청, 사죄의 모양새를 갖췄다. 그간 비리를 숨겨온 데 대한 시청자들의 항의와 비난이 예상외로 크자 에비사와 회장 등 임원 12명 전원은 또다시 대국민 사과와 함께 6개월 감봉(10∼30%) 징계를 자청했다. 구두 경고조치만 받은 것으로 밝혀져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난이 일었던 서울지국장은 6개월 정직 처분하면서 본사로 소환했다. 당사자로선 한 사안에 대해 두 번 징계 받은 꼴이 됐다. NHK는 또 사내에 ‘법령준수 추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재발방지 조치도 약속했다.

NHK 임원진이 징계를 자청한데 대해선 정치권이 국회에 회장 등을 소환해 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날을 잡자 김 빼기에 나선 것이란 비아냥도 있다.

9월9일 청문회 과정에서도 말썽이 빚어졌다. NHK는 평소 공영방송답게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을 자주 생중계했다. 그러나 상임위에서 막상 자사 관련 청문회가 열리자 ‘편집권’, 즉 무엇을 방영하고 무엇을 방영하지 않을지를 외부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언론의 고유한 권리를 앞세워 중계하지 않았다. 충직한 사원들이 구차한 회장의 모습을 거창한 명분을 앞세워 방영하지 않은 것이다.



청문회 이튿날 조간신문들이 NHK의 미중계 문제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서자 NHK는 청문회 이틀 뒤 지각 중계를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다시 물의가 빚어졌다. 방송 사정상 긴 청문회 과정을 짧게 편집한 것까지야 이해할 수 있지만 한 야당 의원이 에비사와 회장에게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는가”라며 추궁하는 ‘알맹이’를 빼버린 것이다. 총수가 추궁당하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야 한다고 고집한다는 게 조직 생리상 어렵다 해도 공적 기능에 충실해야 할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은 틀림없고, 그런 까닭에 원론적인 비판이 따른 것은 마땅한 일이다.

사라지는 국민의 돈

NHK의 올해 예산 규모는 6785억엔(약 6조7850억원)으로 도쿄 인근 지바(千葉)시 예산과 비슷하다. 수입의 대부분(96.5%)이 TV를 보유한 사람이 다달이 내는 시청료여서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반기업과 달리 감시체계가 허술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공영방송 NHK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주간 ‘겐다이(現代)’ 10월2일자가 폭로한 NHK 사내 공제연금 제도를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직원은 매달 급여의 5.5%, 회사 역시 같은 금액인 5.5%를 재단법인 NHK공제회에 낸다. 공제회는 여기에 연 4.5%의 운용이익을 더해 직원 퇴직 후 사망 때까지 매월 연금을 지급한다. 기업의 90%가 연금지급 기한이 퇴직 후 몇 년식으로 정해진 것에 비하면 종신연금이라 이것도 특혜가 아닐 수 없다. 대학 졸업 후 60세 정년까지 근무한 부장급의 경우 월 15만∼16만엔(약 150만∼160만원)을 지급받는다. 문제는 NHK가 보장한 운용이익은 4.5%이나 최근 10년간 평균 운용이익은 2.8%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약속한 운용이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연금을 그대로 지급했으니 결국 예상 운용이익 부족액 1.7%분은 시청료로 메워져 왔다는 뜻이다.

NHK는 이게 문제화되자 “향후 운용이익을 늘리고 인건비에서 충당하는 방법으로 이 돈을 갚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건비 역시 시청료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의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NHK의 예산과 결산은 국회에서 심의를 받지만 NHK의 연금재정까지 들여다보는 의원은 없다. 따라서 NHK가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한 사내연금 지급실태 등에 관해 시청자들이 제대로 알 턱이 없다.

일본 민간방송사의 경우 1시간짜리 쇼 프로그램의 평균 제작비가 2500만엔(약 2억50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사는 이 프로그램을 사는 스폰서 기업에 제작비의 4배에 해당하는 1억엔을 받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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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헌주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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