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별 기고

식량난 북한·환경난 남한, 쿠바 유기농업 벤치마킹 하라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의 제언

  • 글: 김성훈 중앙대 교수·농업경제학,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식량난 북한·환경난 남한, 쿠바 유기농업 벤치마킹 하라

2/5
쿠바는 1991년 전국 농가를 대상으로 유기농업운동을 전개했다. 먼저 공산체제하의 대형 국영관행농업을 소규모 가족농이나 협동농 중심의 유기농업 체제로 전환시켰다. 미국의 경제봉쇄에 이어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면서 화학비료 화학농약 그리고 수입석유를 원료로 하는 합성물질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쿠바 정부가 ‘평화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국적으로 유기농업을 진작하기 훨씬 이전인 1967년, 카스트로는 대학 졸업생들에게 레이철 카슨 여사의 명저 ‘침묵의 봄(The Silent Spring)’을 선물한 바 있다. 쿠바가 이미 이 같은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사례다.

쿠바는 친환경적인 유기농법을 전면 시행하기에 앞서 경제 사회 기술 등 모든 분야에 대한 개혁조치를 단행하고 농정기반을 닦았다. 국가 비상사태를 계기로 과감히 근대 화학농법의 사슬을 벗고 친환경 유기농법에 도전했다. 그 시도는 기적처럼 성공했다. 대규모 국영농장을 사적 경영형태의 개별 가족농과 인센티브제에 입각한 협동경영체제로 개편하고 지역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농법을 권장했다.

한편으로 조상 대대로 전해온 전통 농업기술을 현대 과학기술에 접목시키는 데도 주력했다. 이른바 21세기형 신(新) 유기농 운동을 적극 전개한 것이다. 도회지의 유휴공지엔 토상(土床) 농법을 도입하고 전국적으로 지렁이 분변토와 퇴비로 흙을 만들었다. 가가호호마다 유축(有畜)농업, 상호 부산물과 각종 미생물 및 천적을 활용하는 자연순환형 생태농법을 보급했다.

여성이 유기농 핵심요원



쿠바는 유기농 운동에서 여성을 핵심요원으로 동원했다. 심지어 중학교 이상 교과과정에 친자연적 영농체험활동(연 45일)이 포함됐다. 그 결과 2004년 현재 쿠바 유기농업 총책임자인 농업부 차관, 중앙 유기농업연구소장, 유기농 관련 각종 연구소와 실행기관의 요직을 온통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카스트로는 여성을 동원하기 위해 ‘건강한 아이를 기르는 어머니의 젖줄과 같이 대지(大地)의 식량농업 역시 여성이 앞장서야 건강한 국민을 키울 수 있다’고 선전했다.

쿠바의 교수 교사 연구원들은 반세기전, 관행 화학농법이 도입되기 이전에 조상 대대로 사용해왔던 친환경적 생태농업 기술과 자재를 발굴, 현대의 생물학적 과학기술에 접목시켰다.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유기농 기술이 농가에 정착되기 시작했다. 농가에서 실제 써보고 효험이 있다고 하면 신기술 개발자에게 특별한 상을 내리는 인센티브 제도도 실시했다.

쿠바의 유기농 실험은 예상을 뒤엎고 크게 성공했다. 식량자급률은 유기농업 운동 시작 이전의 43%(1990년)보다 훨씬 높은 95%(2002년) 수준을 달성했다. 초기 2년간은 총생산성이 약간 떨어졌으나 1994년을 기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일반 관행농업 생산실적과 비슷해졌고, 1997년 부터는 오히려 더 높아지는 추세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매진한 결과다.

같은 시기에 같은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북한에서 200여만명이 기아로 숨진 데 비해, 쿠바에서는 아사자(餓死者)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육류 위주의 식생활 패턴이 유기농산물 중심으로 바뀌며 국민건강 수준도 현저히 좋아졌다.

병원 출입 환자 수가 30%나 줄어들고 영아사망률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미국 등 서구사회의 고질적 현대병인 비만증 환자를 쿠바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도 특기할 만한 변화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산림 등 녹색지대 면적이 현저히 늘어나고 도시환경 생태계가 다시 살아났다.

1992년 미국의 스탠퍼드대 조사단은 쿠바의 이런 시도에 대해 그 성공 가능성을 의심하며 ‘인류 역사 최대의 실험’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열대지방인 쿠바에서 유기농법으로 환경생태 보전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세계 전문가와 정책집행자 모두가 반신반의했다. 지금까지 생태보전형 유기농업을 추진할 경우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반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관행농법을 쓰면 생태계가 오염된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었다.

10여년의 시험기간이 지난 오늘날 쿠바의 유기농업운동은 이 두 마리의 토끼를 확실히 잡을 수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그동안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쿠바의 유기농업은 단순히 ‘무(無)농약’ ‘무(無)화학비료’라는 소극적 영농 개념이 아니다. 자연과 사회환경의 지속적 순환을 가능케 하는, 한 단계 높은 현대적 생태문명체제를 이룩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생산생활양식의 변화를 통해서 생태계의 지속성(sustainability)을 확보하고 농업생산성 향상 및 생활양식의 전환을 동시에 이룬 ‘늘 푸른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2/5
글: 김성훈 중앙대 교수·농업경제학,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목록 닫기

식량난 북한·환경난 남한, 쿠바 유기농업 벤치마킹 하라

댓글 창 닫기

2022/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