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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식량난 북한·환경난 남한, 쿠바 유기농업 벤치마킹 하라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의 제언

  • 글: 김성훈 중앙대 교수·농업경제학,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식량난 북한·환경난 남한, 쿠바 유기농업 벤치마킹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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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 북한·환경난 남한, 쿠바  유기농업 벤치마킹 하라

북한 해금강 부근 들녘의 가을걷이 풍경.

사실 쿠바에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경제봉쇄조치로 인해 생필품조차 조달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 전반의 식생활 문화, 그리고 환경생태계와 조화를 이룬 생태적 문명수준만큼은 확실히 현대 인류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70년대에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로 쓰는 관행농법이 범세계적으로 ‘녹색혁명’을 이끌었지만 그 폐해가 점차 두드러지면서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범지구적인 관행농법의 성행이 비록 식량증산이라는 목적을 이루는 데는 성공했으나 실제로는 인류의 건강과 환경생태계를 파괴한 ‘검은(black) 혁명’이 되고 말았다”는 쿠바의 주장은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 증산(增産)도 이루고 생태계도 보전한 쿠바의 유기농업운동은 그래서 ‘푸른 혁명(Blue Revolution)’이라 불릴 만하다.

그 성공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사적 경영을 허용한 가족농 중심의 토지개혁, 직거래 유통 중심의 시장개혁을 들 수 있다. 흙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지렁이 분변토와 토상 농법, 각종 토착 미생물과 생약(生藥) 및 천적을 획기적으로 개발·보급한 것도 성공에 영향을 미쳤다. 농가 현장에서는 분뇨 등 부산물 자원을 재활용하고 윤작 간작 휴경작 등 순환농법이 정착됐다. 이에 더해 전통농업 기술 및 자재와 생물학적인 현대과학 기술이 성공적으로 접목됐다. 농민이 참여한 현장 연구와 농가 적응시험을 중시한 것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각종 연구시험 과정과 결과에 일선 농민의 참여를 강조한 것도 특기할 점이다. 더불어 국민의 의식주 생활패턴을 친환경적으로 개편하고 환경생태계를 살리면서 농업 총생산량과 농가소득 향상을 동시에 도모한 과감한 정책전환은, 비록 외부적 요인에 의한 급격한 변화였다고는 하나 주의 깊게 학습할 가치가 있다.



특히 쿠바가 다음과 같은 농업생태학적 접근방법을 유기농업 혁명의 기본원칙으로 삼았음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불필요한 장거리 수송과 농작업에 따른 화학에너지의 낭비를 줄이고 도시생태계의 환경개선과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간편한 도시 유기농업 방식을 시도했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은 친환경 유기농업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범국민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지도력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유기농업운동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바로 ‘국가적 리더십의 결여’다.

‘인류 미래의 위대한 희망’

쿠바는 이제 세계 친환경 지속가능 농업의 메카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학술조사단은 2002년 쿠바 유기농업의 성공을 확인하면서 새 보고서를 통해 ‘인류 미래의 위대한 희망’이라고 극찬했다. 보고서는 그 비결이 전국가적인 치밀한 사전준비와 연구, 그리고 관련 사회경제 개혁을 동시에 추진한 데 있다고 진단했다. 그중에서도 온고지신의 연구·개발 방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쿠바는 화학농법이 보편화되기 이전 4000~5000년간 조상 대대로 개발·이용해오던 각종 친자연적 농업기술과 자재를 재발굴하고 이를 현대 과학기술에 접목시켰다. 새롭게 개발된 기술과 자재는 농민들의 시험재배를 통해 검증됐다.

쿠바의 유기농업 성공사례는 화학농법에 찌들어 생태계 파괴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에 커다란 교훈과 희망을 준다. 특히나 아직도 ‘우리식’이라는 주체농법 관리체제 아래 매년 수백만 굶어죽는 북한의 식량난과 농업 문제를 극복할 한 방도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북한 정책결정자들에게 달려있다. 그들이 현명한 판단을 하면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할 길이 있다.

‘주체농법’의 몰락

북한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식량자급률 65%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실질적으로 북한 내정을 책임진 1994년 이후 자급률이 급속도로 악화돼 지금은 50%대를 밑돌고 있다. 물론 남한의 27%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1인당 소비량이나 품질수준을 고려할 때 비교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그나마 부족분을 외국에서 사들여올 외화마저 고갈된 지 오래다.

이른바 ‘경제 3난(식량난, 물자난, 에너지난)’과 외화 고갈로 고통받는 와중에 자연재해까지 연거푸 겪은 북한은 만성적·구조적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부족한 식량을 정상적으로 수입할 수 없게 되자 북한은 해외로부터의 식량원조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식량원조는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기관과 중국 미국 한국 일본의 도움 없이는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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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성훈 중앙대 교수·농업경제학,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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