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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행정수도 위헌결정’ 후폭풍

수도이전 대안 짜내기, 끙끙 앓는 여권

  • 글: 김광현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kkh@donga.com

수도이전 대안 짜내기, 끙끙 앓는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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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업도시 건설안

수도이전 대안 짜내기, 끙끙 앓는 여권

11월5일 대전역 광장에서 대전의 일부 시민단체가 ‘충청권을 더 이상 핫바지로 보지 말라’는 의미로 ‘핫바지 화형식’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6일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도이전의 대안으로 ‘기업도시 유치 및 투자’가 29%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일부 행정부처만 소규모 이전(한나라당의 행정타운 건설론)’(23.3%), ‘교육도시 건설’(13.6%), ‘청와대와 국회를 제외한 모든 행정부처 이전(여당의 행정특별시 건설론)’(10.9%) 순이었다. ‘필요없음. 어떤 추진도 반대’ 응답도 18.0%나 됐다.

헌법재판소 결정 직후인 10월23일 MBC가 KRC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기업도시 유치’가 30.7%로 가장 많았고, 이어 ‘행정타운 건설’(28.7%), ‘행정특별시 건설’(10.9%) 순이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같은 날 대전 및 충남북 성인남녀 6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는 약간 달랐다. ‘행정도시 건설’이 49.3%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기업도시 건설’(31.8%), ‘대학도시 조성’(8.9%)으로 나타났다.

일단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기업도시 건설’이 수도이전 무산에 따른 대안으로 가장 유력하다. 기업도시란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가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자리잡고, 여기에 주택과 의료시설 및 각종 생활 편익시설이 고루 들어서는 일종의 자족형 계획도시를 말한다. 한마디로 ‘기업 하기 좋은 자족도시’다. 일자리가 생기고 돈이 돌기 때문에 지역주민으로서는 실속을 챙길 수 있는 도시형태다.



‘사공’ 많은 기업도시 사업

기업도시 건설은 어디까지나 기업이 주도하는 것이며, 정부는 규제를 덜어주는 보조자에 불과하다. 일본의 도요타시와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인 기업도시다. 기업도시 논의는 대기업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에서 먼저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전경련은 집값 안정과 경기 진작,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며 1000만평(서울 여의도 면적의 12배) 규모의 기업도시 건설을 제안했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충남 아산시 탕정면 일대에 160만평(1차 61만평, 2차 98만평) 규모의 LCD 라인 중심 기업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해당지역의 35%에 달하는 주거용지 및 상업용지에 아파트 1만1000여 가구를 건설해 임직원·협력업체·일반인 등에 분양하고, 자립형 사립고를 포함한 초·중·고 9개교를 건설하겠다는 것. 고급 연구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들의 ‘수준’에 맞는 주거·교육시설 건설이 필수적이라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이 구상은 곧바로 정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외형상의 논리는 ‘국가가 조성해준 산업단지에서 민간인이 일반 아파트를 분양해 이익을 챙기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반대 이유는 따로 있었다. 기업도시 입지가 충청권이기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충청권에 행정수도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므로 충청지역에 기업도시까지 허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도 “삼성전자가 아파트나 분양해서 이익을 얻으려고 기업도시를 만들겠냐”며 “그런 부수적 이익은 정부가 전부 가져가도록 법적 장치를 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삼성이라고 해도 정부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 결국 아산 탕정 기업도시는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정부는 기업도시의 초점을 ‘기업’에 맞추는 대신 ‘지방분권’에 맞추어 다른 용도로 활용했다. 이 때문에 ‘기업 하기 좋은 자족도시’라는 원래 개념은 퇴색했다. 건설교통부는 올해 10월 기업도시법을 입법예고하면서 산업교역형 외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레저관광형이나 대학 연구소가 밀집한 지식기반형, 공기업이 몰려있는 혁신거점형의 4개 유형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많이 개발된 곳은 배제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충청권은 사실상 배제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충청권으로 수도를 옮기는 일이 무산됐으니 이제 충청권도 다른 비(非)수도권 지역과 마찬가지로 기업도시를 유치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만약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LG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인력을 고용하고 우수한 교육시설을 육성하면 행정수도 못지않은 지역개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울산이 현대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인구 100만이 넘는 ‘광역시’로 발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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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광현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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