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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기상도

당장은 ‘무시 전술’, 한동안 당근ㆍ채찍 혼용, 장기적으론 유연화

  • 글: 피터 M. 벡 국제위기감시기구 동북아프로젝트 소장 icgseoul@icg.org

2기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기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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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로는 다른 답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무리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증오’한다손치더라도, 아예 협상을 하지 않음으로써 야기될 상황은 더욱 끔찍할 수밖에 없다. 긴장과 전쟁위협이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북한이 세계에서 제일가는 핵무기 대형할인점이 되는 상황을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이 이렇게 악화되지 않았다 해도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현실적으로 결코 선택할 수 있는 답안이 아니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도 서울, 베이징, 모스크바, 도쿄가 동참할 의사가 전혀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실행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공화당 출신 대통령인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을 감안할 때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착수하는 경우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의회가 그러한 합의를 받아들이게끔 설득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껄끄러운 선택

단기 혹은 중기적인 시점만 놓고 보자면,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과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압박이라는 두 가지 수단을 조합해 대북정책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6자회담은 북한과의 협상을 유지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수단이기는 하지만, 워싱턴과 평양이 열의를 갖고 진전을 이끌어내지 않는 한 얼마나 많은 나라가 참가하느냐 혹은 얼마나 자주 만나느냐는 별 의미가 없다.

반면 10월에 열린 PSI 훈련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의심스러운 핵물질 거래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일종의 경고였다. 미 행정부의 네오콘 관계자들이 불법적인 핵 거래가 워싱턴이 설정한 ‘레드 라인’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것을 감안하면 차기 부시 행정부 대외정책의 중대한 시발점은 이른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수단을 강화하는 작업이 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외교적 수단이나 압박책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의지를 분명히 보여주지 않는 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난 6월 열린 3차 6자회담에서 부시 행정부가 보여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유연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과연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했음을 뜻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외교관련 이슈가 대선에서 불거지는 것을 막고 별다른 결실이 없는 북핵 회담에 대해 실망한 나머지 4개 참가국을 회유하기 위한 전술적 움직임에 불과한 것일까.

재미있는 것은 이를 통해 미국이 전에 비해 합리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비치자 평양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존재로 보였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이 9월에 열릴 예정이던 4차 회담을 거부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만약 북한을 더욱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방안이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조금이라도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면 아마도 미국이 회담을 거부할 상황이었다.

어쨌든 6월에 미국이 다소 유연한 자세를 취했다는 사실은 4개 주변국의 압력이 부시 대통령의 북한 문제 접근법에 다소나마 영향을 주었음을 의미한다.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을 다시 가동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동아시아 동맹국들의 지지를 고대할 것이다.

이제 우리 앞에는 다시 부시 대통령과 함께해야 할 4년이 놓여있고 노무현 정부는 다음과 같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지난 2년 동안 그러했듯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문제해결 가능성을 높여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과 좀 더 친밀하게 협조하는 방안을 택할 것인지.

‘친밀함’을 가볍게 보지 말아야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해 대북경제협력정책에 관해 동의를 얻은 일이나, 한국 국방부가 펜타곤과 기타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해 주한미군 재배치 일정을 연기할 수 있었던 일 등은 의미심장하다. 북핵 문제에 신중한 행보를 취하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부시 대통령과 또 다른 4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체념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정부가 부시 행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북한문제 등 다양한 숙제를 공동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는 징조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기를 원하는지 명확히 밝힌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와 달리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팀은 현명하게도 선거기간 동안 침묵을 지켰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틀 뒤 한반도 안정을 위한 양국의 노력에 관해 공감대를 확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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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피터 M. 벡 국제위기감시기구 동북아프로젝트 소장 icgseoul@ic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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