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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트 없는 중동, 어디로 가나

前 총리 압바스·現 총리 쿠레이로 후계구도 압축… 최종 낙점은 미국 손에

  • 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아라파트 없는 중동,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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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말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소(PCPSR)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주민 1300명을 상대로 ‘팔레스타인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면 누구를 뽑겠느냐’고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쿠레이와 압바스의 대중적 지지도는 매우 낮게 나타났다. 1위는 아라파트(35%), 2위는 하마스 지도자 마흐무드 자하르(15%, 올해 봄 하마스의 정신적 지도자 세이크 아흐메드 야신과 압둘 아지즈 란티시가 이스라엘이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사망한 뒤 비밀리에 지도자로 뽑힌 인물, 야신의 주치의 출신이다), 3위는 마르완 바르구티(13%).

‘아라파트가 대통령에 뽑힐 경우, 부통령후보 경선자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바르구티(22%), 자하르(12%), 올해 85세로 의사 출신의 PLO 활동가 하이다르 압둘 사피(12%), 자치정부 외무장관 사에브 에레카트(6%), 전 가자지구 보안책임자 모하마드 달란(4%) 순으로 답했다. 쿠레이의 지지도는 3%, 압바스는 2%에 머물렀다.

‘아라파트라는 거목이 사라진다면, 그 자리를 메울 만한 지도자는 누구인가.’ 이 물음에 대해 중동전문가는 대다수 대답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독립투쟁의 화신’이라 일컬어져온 아라파트가 팔레스타인 민중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지닌 입지(立地)가 크고 넓은 까닭이었다. 미 외교협회의 한 모임에서 미-중동프로젝트 책임자 헨리 시그먼은 “아라파트 사망 뒤 생겨날지 모를 권력 공백기를 메우려면 여러 지도자와 권력기구들이 함께하는 집단지도체제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후계구도의 변수, 하마스

압바스 PLO 의장과 쿠레이 총리가 60일 이내에 치러질 선거에서 대권을 쥐기 위해선 팔레스타인 각 정파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그중에서도 하마스의 지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암묵적 동의를 받아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겨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아라파트가 대이스라엘 투쟁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해왔다. 실제로 인티파다 4년 동안 하마스는 100건이 넘는 자살폭탄공격을 감행, 팔레스타인 민중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하마스의 지지도는 특히 가자지구에서 매우 높다. 지난 9월 말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소 조사에서도 하마스의 대중적 지지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합치면 아라파트의 직할 정치조직이자 PLO의 주축인 파타(29%)가 하마스(22%)보다 지지율이 높지만, 가자지구만 떼놓고 보면 하마스(30%)가 파타(24%)보다 높다.

하마스는 오슬로평화협정에 반대해 1996년 자치정부를 구성하는 선거에 불참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보다 훨씬 높아진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의회선거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스라엘 강경파 세력은 새 팔레스타인 지도자가 하마스를 제대로 통제하는 것이 이-팔 중동협상의 전제조건이라 여긴다. 아라파트의 후계자가 하마스를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다”며 아라파트에게 하던 비난을 그에게도 퍼부을 것이다.

그 동안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아라파트는 중동평화협상에서 이스라엘에겐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스라엘 강경파가 아라파트를 제거하고 싶어도 함부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것은 그러한 국제사회의 공감대, 그리고 아라파트 제거 뒤에 밀어닥칠 혼란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이스라엘 온건파도 “하마스 같은 저항세력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아라파트가 낫다”고 판단해왔다.

내전 또는 국가간의 전쟁 후반부에 평화협상을 하는 단계에서 협상 자체를 가로막는 세력을 일컬어 흔히 ‘훼방꾼(spoiler)’이라고 한다. 미 부시 행정부는 하마스를 중동평화의 훼방꾼이라 주장해왔다. 자살폭탄공격으로 중동의 정치적 긴장을 높여 팔레스타인 온건세력과 이스라엘 당국의 평화협상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하마스는 그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하마스의 투쟁이야말로 대이스라엘 투쟁에서 아라파트와 공동전선을 이루고 있다고 여긴다.

하마스 노선 변화, 온건파와 손잡나

하마스는 아라파트의 정치적 독선을 비판하면서도 팔레스타인 지도자 아라파트가 현실적으로 지닌 정치적 비중과 중요성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지난 6월 가자지구에서 만난 하마스 대변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우리는 아라파트가 이스라엘의 기만적인 점령정책에 때때로 타협적인 자세를 보이는 점을 비판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으로서 아라파트가 지닌 지도력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공동의 적인 이스라엘에 맞서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샤론 정권과 미 부시 행정부가 아라파트의 지도력에 흠집을 내려드는 것에 반대한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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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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