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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 앞둔 위기의 보험업계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일정 연기, 대상 축소 총력전 돌입

  • 글: 박태준 서울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june@sed.co.kr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 앞둔 위기의 보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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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 앞둔 위기의 보험업계

은행권은 ‘방카슈랑스는 은행과 보험사, 고객이 모두 이익을 얻는 게임’이라며 2단계 확대시행은 예정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묵 삼성금융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은행을 통한 보험 판매가 늘어나면 기존의 판매 채널인 설계사 조직이 와해돼 결국은 보험사가 은행이라는 판매채널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직접 보험업에 나설 경우 상당수 보험사가 도태돼 보험업 자체가 은행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라리 ‘은행 보험사업부’로”

또 보험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금융시장의 불공정한 룰이 보험산업의 종속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불가’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보험사의 은행업 진출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에서 보험사와 은행의 방카슈랑스 협상은 일방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보험사가 은행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현상은 보험회사가 은행을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우리나라의 특수한 경쟁환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에의 종속’을 넘어 아예 존립 자체를 우려하는 보험사들도 있다. 시중은행과 방카슈랑스 제휴조차 체결하지 못한 중소형 업체들이다. 중소형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끼리 차라리 은행의 ‘보험사업부’로 편입되는 게 낫다는 얘기를 주고받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 후 회사의 생존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삼성·현대·동부·LG·동양화재 등 상위 5개사는 모두 10여개가 넘는 은행과 방카슈랑스 제휴를 맺은 반면 나머지 하위사들은 제휴은행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도 삼성·대한·교보생명 등 ‘빅3’는 모두 10개 이상의 은행과 제휴를 맺었지만 중소형사는 3~5개 은행과 계약을 맺는 데 그쳤다.



세종대 이순재 교수(경영회계학)는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 후 중소형 보험사들이 부실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제휴 계약을 맺지 못한 보험사들의 매출 감소와 지급여력비율 하락 등 부실화가 지속되면 결국은 은행이나 다른 보험사로 흡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소형 보험사의 연쇄도산은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요구한다. 지난 2001년 정부는 주인이 바뀐 국제화재(현 그린화재)에 739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대한화재에도 509억원을 쏟아부었다. 또 손보업계 최하위사로, 파산한 후 2002년 계약이 상위 5개사로 이전된 리젠트화재에는 1800억원의 공적자금이 사용됐다.

전주대 김종국 교수(경영학)는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으로 보험산업이 붕괴되면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며 “보험사의 연쇄도산과 거액의 공적자금 투입은 경제대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험업계의 이러한 공세에 대해 은행권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은행권 주장의 요지는 “보험업계가 주장하는 방카슈랑스의 부작용이 시행한 지 1년밖에 안 된 법을 개정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카슈랑스 확대시행 철회를 촉구하는 보험업계의 목소리가 높던 지난 9월16일 은행 방카슈랑스 담당 임원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2단계 방카슈랑스는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전국은행연합회 강봉희 상무는 “방카슈랑스는 은행과 보험사, 고객이 모두 이익을 얻는 ‘트리플 윈’ 게임”이라며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이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은행권은 이날 보험업계가 한 방카슈랑스의 부작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보험 꺾기와 관련해 “제도 시행 초기 은행이 대출상품 판매를 위해 판촉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대출을 조건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한 사례가 일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러나 은행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관계자는 “보험회사에 대한 우월적 지위 남용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 교육 및 검사 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15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설계사의 대량 실직에 대해서도 은행권은 강경한 입장이다. 강 상무는 “우리나라에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것은 보험사업이 모집조직 중심으로 발달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고 소비자들이 비싼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 15년 동안 이런 논의가 계속돼왔는데 이제 와서 설계사 조직 와해를 이유로 방카슈랑스를 연기하거나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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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태준 서울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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