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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藥禪 요리’로 자비 전파하는 선재스님

“불성 살린 음식 먹으면 나도 따라 성불”

  • 글: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藥禪 요리’로 자비 전파하는 선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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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은 껍질 벗겨 물에 들어가면 기가 빠져버려요. 도라지 같은 것도 마찬가지고. 뿌리채소는 속살을 물에 담그면 불성이 없어져요. 식물마다 불성이 있는데 그 불성을 잘 살린 음식을 먹으면 나도 따라 성불할 수 있거든요. 불가의 식사를 선식이라 부르는데 그냥 자연식이나 채식과는 개념이 달라요. 필요할 때는 육식도 취하고 오신채(五辛菜, 파·마늘·달래·부추·무릇)를 쓸 수도 있는 거예요.

말만 잘하면 절에서 새우젓 얻어먹는다는 속담이 있지요? 그게 맞는 소리예요. 절에도 새우젓이 있다고요. 물론 소량이고 비상시 약으로 쓰기 위한 거지만. 선식은 맑은 음식이고 지혜를 주는 음식이에요. 재료가 가진 불성을 잘 살려 요리하면 그 음식으로 건강뿐 아니라 도(道)를 얻을 수가 있다는 겁니다. 조미료, 첨가제, 인스턴트 음식은 불성이 없어요. 쪼스고(다지고) 튀기고 삶아도 불성이 다 달아나버립니다.

선식은 부처님 공부하는 스님들한테만 좋은 게 아니에요. 생명과 기가 살아있는 음식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고 특히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해요.”

그런 선식 조리법을 찾아내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강의하고 실습하는 것이 지금 선재스님의 일이다. 이 집 현관에는 자그만 간판이 붙어 있다.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

2년 전까지는 여주에 있었다. 보리사란 이름의 토굴에서(이름은 토굴이지만 실제로는 자그만 황토집) 절집 음식을 만들면서 살았다. 그러다 선재의 선식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과 전화가 점점 많아졌다. ‘아이가 백혈병인데’ ‘남편이 암인데’ 하며 처방을 요구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다 보니 원래 좋지 않던 간에 무리가 왔다. 어느 날 드디어 쓰러졌다. 과로였다. 쉬지 않으면 안 된다 해서 할 수 없이 고향인 수원에 숨어들었다. 지금은 찾아오는 손들은 안 만나고 동국대학교와 비구니회관에서 한 주에 두 번 진행하는 강의만 한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 집으로도 환자를 끌고 막무가내로 찾아오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면 또 어쩌겠습니다. 병원에서 포기했다는 사람, 마지막 희망으로 문을 두드리는 건데 명색이 중이 돼서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내가 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환자 보호자에게 조미료 안 쓰고 금방 캔 재료로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것밖에는.”

이곳 베란다엔 뚜껑 덮인 서너 말들이 장독들이 가지런하다. 된장과 고추장과 간장이 독마다 갖가지 장아찌를 품고 발효중이다. 집안에 향내가 은은하다. 빼어난 살림꾼 여자의 살림에서 날 법한 내음이다. 담백하고 소소한 절집을 연상한 내게는 예상 밖의 풍경이지만 선재는 음식으로 부처님 법을 전하기로 길을 정한 사람이니 편견을 갖지는 말자.

여기는 온갖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집약된 곳이다. 부드럽고 단정하고 넉넉하다. 집안에 온통 연이 가득하다. 큰 항아리에 풍성하게 꽂아둔 연잎과 연밥말고도 연꽃 모양 찻잔 안에 직접 김제 가서 따 말렸다는 향기어린 백련차가 담겨 있다. 찻그릇 받치는 나무접시도 연잎, 커다란 과일접시도 오목한 연꽃 이미지다. 만지고 보는 것만으로 마음에 향긋하게 웃음이 돈다.

수라간 궁녀였던 외조모

선재는 8남매의 여섯째, 언니가 둘 있는 셋째딸이었다. 용꿈을 꾸고 낳았다고 이름이 ‘용자’였다. 어려서부터 웬일인지 노는 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 언니들이 윷을 놀면 뒤에서 간식거리를 만드는 게 더 재미있었다. 어머니가 솜씨가 좋으셨다. 아니, 외할머니를 먼저 말하는 게 낫겠다. 외할머니가 처녀 적에 수라간의 궁녀였다고 한다. 개화기 때 궁을 나와 혼인을 하셨는데, 그 수라간 궁녀의 큰딸이 선재의 어머니였고 어머니는 늘 곁에 얼찐거리는 선재에게 음식을 가르쳤다.

“우리 집 음식이 다른 집과는 달랐어요. 계란찜 하나를 해도 갖은 고명을 얹어 색깔 맞춰 해먹었고 호박철엔 호박편수, 가지철엔 가지선을 때맞춰 해먹고 살았는데 남들도 다 그런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우리 집만 그랬더군요.”

형제가 많으니 집안 형편은 넉넉지 못했다. 직장 다니며 야간 고등학교를 다녔다. 어머니는 불자였지만 그는 고등학교 때 친구 따라 성공회 성당엘 다녔다. 새벽기도에 빠지지 않는 착한 신도였다.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 무렵 인연은 한 발짝씩 선재에게 다가온다. 성공회 성당에서 희한하게 수원 용주사로 단체 수련회를 가게 된 것이다. 용주사에서 부모은중경 강의를 우연히 들었다. 남들은 흘려 듣는 강의가 선재의 귀에는 천둥처럼 울렸다.

‘효도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품(下品)은 부모에게 맛있는 음식과 옷을 대접하는 것이요, 중품(中品)은 부모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고, 상품(上品)은 부모에게 불법을 전해서 집착과 윤회에서 놓여나게 해드리는 것’이라는 게 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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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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