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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책 하고 놀자’

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이미지, 미소의 문화인류학적 분석

‘미소-안티고네에서 모나리자까지’

  • 글: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kafkajs@hanmail.net

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이미지, 미소의 문화인류학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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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알 수 없으며 그렇기에 신비한 미소는 모나리자의 미소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모나리자가 짓는 미소는 시간을 초월한 미소다. 모나리자는 눈썹이 없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양쪽 입가를 살짝 올린 이상야릇하며 부자연스러운 미소다. 보는 이마다 그 미소에 대한 해석을 달리한다. 누군가는 모나리자가 임신중이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누군가는 모나리자가 크나큰 슬픔을 참고 있는 거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몇 시간의 모델 노릇에 엉덩이와 팔다리가 눌리고 저려서 화가에게 쉬고 싶다는 사인을 보내는 거라고 말한다.

모나리자의 미소에는 인간과 신, 천사와 악마, 고상함과 관능성, 혐오스러움과 매혹, 가면과 실체와 같은 양가(兩價)적 요소들이 동시에 구현되어 있다. 남자들이 여자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는 것처럼 모나리자의 미소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애매하며 수수께끼를 안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해석과 추측이 나온다.

미소 없이는 사랑도 없다

미소의 도덕성은 고귀함과 저속함 사이에 걸쳐 있다. 슬픔, 울음이 내면의 표출이라면 기쁨, 웃음은 외부의 자극에서 비롯된다. 미소는 그 중간쯤에 위치한다. 내면에 충만한 기쁨과 행복함에서 나온 내적인 미소, 승리의 미소, 고통을 감추고 실패를 승화시키는 패자의 미소, 갓 태어난 아기의 미소, 간호사의 미소, 노인의 미소, 자연의 미소. 이는 고귀한 미소들이다. 미소의 고귀함은 종교의 덕성이 지닌 숭고함에 비견할 만하다. 그것은 불행에 대한 항체이자 무관심과 잔인성, 어리석음과 증오에 대한 훌륭한 치료약이자 진통제다.

반면에 가면 속의 미소, 매춘부의 유혹하는 미소, 인종차별주의자의 미소, 모략가의 미소, 술수에 능한 정치가의 미소, 가식적인 자선가의 미소, 선동가의 미소 등은 부정적이며 저속한 미소들이다. 저속한 미소의 특징은 거짓된 애정이나 상냥함을 가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속한 미소는 일반적으로 미소에 위배되는 것을 미소로 위장한다.”



미소 없이는 사랑도 없다. 미소는 상대방을 사랑하겠다는 무언의 약속이며 자신이 상대방의 소유물임을 고백하는 행위다. 그래서 미소는 “베풂”이고, 고집스럽게, 혹은 순박하게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다. 미소가 내면화하는 그 한없는 신뢰의 고백 덕분에 “연인들을 육체 행위, 즉 사랑의 행위”로 이끌게 되는 것이다. 미소는 키스와 포옹의 대체적 행위며 마취제이자 최음제이다. “그리하여 눈이 감기고 몸이 서로 엉킬 때 미소는 키스와 포옹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모든 것을 불태우려는 미친 듯한 사랑의 욕망 앞에서 짓는 미소는 “숨겨진 자아 깊숙이에서 흘러나오는 감동, 그리하여 상대방의 모든 것에 대해 무방비로 마음을 열어놓은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때의 미소는 외부로 향한 것이자 내면을 향한 것이다. 그 미소는 낯설기만 한 한 영혼에게 나를 맡길 때 내면에서 일어나는 혼란과 서투름, 두려움과 불안을 다독이고 잠재운다. 그 미소가 없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내 몸과 영혼을 맡겨 사랑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쓴 프랑스 여류소설가 소피 쇼보는 미소를 박멸하는 공격적이며 냉혹하고 폭력적인 세계의 게릴라이자 미소의 혁명가다. 그는 우리에게 “슬픈 현실에 적극 대항하는 미소, 행복의 무기로서의 미소”를 부활하자고 선동한다. 또 그는 파라오 중 유일하게 미소 짓는 얼굴로 묘사된 이크나톤, 동양인의 미소, 부처의 미소, 아기의 미소, 서양 회화에 나타난 미소, 강제수용소에 갇힌 유대인과 나치의 미소, 동물의 미소, 연인들의 미소를 독창적인 시각으로 탐구한다. 이 책은 문명의 가장 소박하고 가장 이상적인 이미지라는 미소에 대한 찬가이자 매력적인 탐구를 담은 에세이다.

신동아 200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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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kafka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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