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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시론

‘도덕적 문화국가’ 전통 이어 세계평화 선도하자

광복 60년, 세계사 속의 한반도를 생각한다

  • 정옥자 서울대 교수·국사학 ojjung@snu.ac.kr

‘도덕적 문화국가’ 전통 이어 세계평화 선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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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문화국가’ 전통 이어 세계평화 선도하자

국민 대통합을 위해서는 국론분열의 다툼부터 종식시켜야 한다. 사진은 2004년 12월6일, 국가보안법 폐지안 및 형법 보완안의 상정을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는 의원들로 난장판이 된 국회.

예의를 갖고 상호간 신뢰를 기초로 각자의 애국심을 키우되 그것이 저급한 종족우월주의나 배타적인 애국심으로 전락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그 결과 애국심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확대된 외연은 주변 국가나 민족에 대한 존중과 애경으로 이어져 사해동포(四海同胞) 의식이 표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토애를 갖고 자기 고장의 문화와 고적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만이 그것을 넓혀 애국심을 발휘하여 국가 발전에 기여하듯,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만이 세계 인류의 보편적 발전과 번영에 관심을 갖고 그 문화의 창달에 기여할 수 있다. 애국심과 인류애는 대극적(對極的)인 것이 아니라 동전의 안과 밖 같은 것이다.

애국심과 인류애는 동전의 양면

이는 사물에 대한 상보적인 이해에서 출발한다. 흑백논리와 경쟁과 투쟁, 적자생존이라는 정글의 논리가 판치고 개인관계는 오로지 이해관계만이, 국가간에도 이해득실만이 유일한 잣대가 되었던 지난 세기의 세계관을 불식하여 상호 애경의 세계관을 세우고 새로운 21세기를 설계하는 데 있어 남을 침략한 전과가 없는 한국인은 주역을 담당할 뚜렷한 명분을 갖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에 인류의 각성과 인류애의 제고에 있어 한국인이 맡아 할 일은 지대할 것이다. 대국의 세계화 논리에 현혹돼서도, 편협한 종족우월주의나 민족이기주의에 빠져서도 안 될 것이다. 그야말로 균형감각을 갖고 상호존중과 상호협력을 이끌어내 애국심을 기초로 한 인류애를 제고하는 역할에 바람직한 21세기 한국인상(像)의 밑그림이 있다. 이러한 한국인상은 우리 역사에서 계속돼온 원형적 한국인상의 재현이므로 더욱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우선 시급한 일은 왜곡된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이를 바탕으로 근대 이후 단절된 전통문화와 맥락을 잇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작업은 민족의 정체성을 세우는 일과 맞닿아 있으며 민족공동체를 새롭게 인식하는 데 기여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남북이 한 뿌리임을 재확인하여 통일의 공감대를 넓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초공사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한 방향성을 세우고 설계하는 일이다. 21세기는 인류가 지나온 제국주의 시대, 부국강병 우선주의, 적자생존 등 투쟁 논리에서 벗어나고자 평화를 모색하고 공존을 도모할 것이 틀림없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망국의 뼈아픈 경험에 분단의 아픔까지 품고 있으며 아직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민족에게 남을 약탈하고 침략한 전과가 없다는 명분은 제국주의를 극복하고 평화공존 시대를 여는 세계질서 재편기에 그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저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한 질서에서 우리는 동북아 경제중심이라는 가치로부터 한 걸음 전진하여 동북아 평화·문화 중심으로 거듭나는 날을 맞을 수 있다. 3세기 전에 조선이 동아시아 문화중심국으로 우뚝 섰듯이 21세기 대한민국은 도덕적 문화국가로서 세계평화를 선도해야 한다.

단절된 전통문화 맥 잇기부터

외환위기 당시 한말의 국채보상운동을 방불케 하는 금 모으기, 다이아몬드 모으기 운동이 일어나고 전국민의 거국적인 참여로 확실한 결실을 얻은 것도 우리 국민의 애국심과 저력을 보여주는 징표다. 이는 우리가 단일민족으로 단단한 응집력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고난의 역사에서 터득한 구심력이 단결심과 애국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02년 월드컵에서 보여준 국민단합의 경험을 살려 국민의 힘을 하나로 묶는 뜻을 세우고 희망을 제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국민통합을 위한 대화합의 제의(祭儀)로써 국론분열의 다툼을 대승적 차원에서 종식해야 할 것이다. 적대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대립적 가치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모든 관계를 상호보완 관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사물을 인식하는 차원에도 균형감각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과거사 청산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그 과거사는 바로 일제강점기 당시의 처신 문제와 6·25전쟁으로 인한 이념갈등 문제다. 이념과 좌우대립의 상처는 현재의 남북분단체제와 맞물려 더욱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사 청산은 학자에게 맡겨 정밀한 자료조사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일이고, 국보법 폐지나 기타 법안도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적절한 시기에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다. 더구나 정쟁(政爭)의 도구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강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개인에게 뜻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듯이 국가도 뜻이 분명해야 한다. 이상(理想)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이상을 향한 청사진 역시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려면 국가의 방향성이 분명해야 한다. 그 방향성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그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국민 대통합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광복 60주년을 맞는 올 2005년은 어려울 때 더욱 강한 우리 민족의 강점을 재확인할 절호의 기회다.

신동아 200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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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자 서울대 교수·국사학 ojju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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