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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한나라당, 백가쟁명 노선투쟁

온건개혁파, ‘수구꼴통’과 결별 시도 소장파는 온건개혁파에 ‘정풍’ 압박

  • 글: 정연욱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yw11@donga.com

한나라당, 백가쟁명 노선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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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의 한 측근은 “취임 초 여의도연구소가 극비리에 실시한 표적집단면접(FGI)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박근혜’에 투영되지 않아 박근혜의 상품성은 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박 대표 주변에 강경 보수 인사들이 집중 포진하며 완고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박 대표가 한나라당의 일상성에 빠져들고 있다는 징후”라고 비판했다.

또 하나의 복병 ‘이회창 변수’

실제 박 대표가 취임 초기 내건 개혁적 구호는 이미 빛이 바랜 지 오래라는 느낌이다. 호남에 다가서려는 변화의 노력은 정의화 의원만이 외롭게 펴고 있을 뿐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챙기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조선노동당 입당 의혹은 때 아닌 사상논쟁으로 번져 한나라당의 변신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한나라당을 향한 시중의 독설이 기정사실화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의 진로와 맞물린 또 하나의 ‘복병’은 ‘이회창 변수’다. 이미 서울 남대문 부근에 개인사무실을 연 이 전 총재는 정치와의 절연을 선언했지만 이 전 총재 주변 상황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 주변 인사들은 박 대표의 리더십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할 경우 자연스럽게 ‘이회창 대망론’이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이 전 총재 측 인사가 한 대권주자 진영 인사를 찾아가 “만약 이 전 총재가 움직일 경우 당신들이 먼저 반대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이회창 변수’는 당이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휩싸일 경우 자연스럽게 전면에 떠오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이 전 총재가 당을 맡아 추스리되 나머지 인사들은 대권 후보군으로 재편하는 2원적 당 운영 설계도가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이 전 총재의 당권 복귀설은 향후 내각제로의 권력구조 개편 가능성과 맥이 닿아 있어 주목된다.

박 대표 진영이 소속 의원 접촉에 주력하며 당내 기반 굳히기에 돌입한 것도 사실상 이 같은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등 차기 대권주자의 당내 진입 장벽을 높이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박 대표측이 진입 장벽 쌓기에 급급할 경우 이 시장과 손 지사는 최악의 상황에서 당과 결별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5년은 시련이자 기회의 해

한나라당의 노선 투쟁은 심상치 않은 외부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당 개혁의 성패가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이 심대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마(魔)의 30%’ 지지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에 비우호적인 유권자층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 개혁에 실패할 경우 다수의 중도 성향 유권자가 한나라당을 외면할 것이라는 게 지도부의 고민이다.

박형준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한나라당 지지율은 30%선이지만, 반(反)한나라당으로 볼 수 있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여전히 45%선을 유지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반한나라당 정서층을 공략하는 데 전략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이 2006년 초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치열한 내부 노선 투쟁을 벌이는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새 지도부가 열린우리당과 ‘반한나라당’ 공조 전선을 구축하면 한나라당으로선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민주당의 향배도 문제다. 여권이 지방선거 전후 민주당과 전격 통합, ‘호남+충청’연합을 통한 영남 포위전략을 또 다시 구사한다면 한나라당은 속수무책이라는 게 정치권내 중론이다.

한 3선 의원은 “당내 10%의 꼴통 세력을 정리해서라도 중원(中原)의 15%를 차지한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뼈아픈 변화와 노력이 없으면 한나라당은 불임정당으로 역사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5년은 한나라당에 시련이자 기회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신동아 200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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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연욱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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