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시론

노무현 정부 ‘3년차’에 부쳐

대결은 이제 그만, 국민에너지 결집해 재도약 이뤄내야

  • 글: 오연천 서울대 교수·행정학 ycoh@snu.ac.kr

노무현 정부 ‘3년차’에 부쳐

2/3
어처구니없게 불거진 대통령 탄핵정국도 노무현 정부의 정책실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탄핵의 시발점은 선거법 위반으로 간주된 노 대통령의 독특한 정치적 발언이었다.

무모하게 탄핵정국을 주도한 주요 정당과 소속 국회의원들은 총선에서 참패를 맛봄으로써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하지만 탄핵정국의 원인은 노 대통령에게 있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겸허한 자기 성찰이 아쉬웠다.

탄핵정국은 국정 최고지도자의 신중치 못한 언행이 경우에 따라 정책기조의 본질을 호도하고 국민을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행정수도 이전 위헌판결도 참여정부의 과욕이 빚은 정책실패의 대표적인 예다. 노 대통령도 언급했다시피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 공약이 대통령 당선에 도움을 주었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권 과밀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데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이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최선의 대안인지, 그리고 국가경쟁력 배양이 긴요한 현 상황에서 수도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철저한 토론과 준비가 있어야 했고, 최소한의 국민적 동의가 선행돼야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없애려 노력

노무현 정부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인사시스템 개혁도, 최근 교육부총리 퇴진과정에 그 허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비록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집권당 출신이라는 점만으로 공직에 진출하는 관행이 여전히 살아 있고 특정지역 출신 인사들에 대한 선별적 배려가 눈에 띄는 것은 인사시스템의 개혁을 무색케 하는 점이다.

변화와 쇄신의 기치를 걸고 정권을 획득한 만큼 노무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의욕적으로 각종 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그러나 개혁은 의지와 선언 못지않게 어떻게 실행력을 확보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개혁의 목표와 대상이 특정 정치집단의 비현실적인 이념이나 검증되지 않은 주관적 경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면 5년 내내 실험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고치려는 대증요법으로는 개혁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병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헤치는 원인요법이 주축이 돼야 한다. 개혁수행을 위한 역량의 한계를 냉철히 인식하고 인내심을 가지면서 이를 극복하는 것이 개혁성공을 위한 핵심전략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토론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참여정부는 토론을 정책결정의 필수과정으로 중시하고 있다. 토론을 통해 최선 또는 차선의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토론에 참가한 사람들 중 최상급자가 결론을 예단하는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최상급자의 언급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고 바로 하급자들의 도미노적 공감과 지지로 나타나 아예 합목적적 결론도출의 통로를 막는 것이기에 ‘최고지도자는 말을 아껴야 한다’는 경구가 동서고금을 통해 전해오는 것이다.

아무리 제왕적 대통령제가 극복됐다 하더라도 대통령책임제에서 대통령의 언급은 그 자체가 가장 권위 있는 최고의 규범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순발력과 논리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을 듣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토론에서 노 대통령이 말을 많이 하면 나머지 토론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많이 말하기보다는 많이 듣고, 말을 하더라도 자기 생각의 일부만을 표현하는 여백의 멋과 인내의 지혜를 보여줌으로써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토론을 유도하고 그를 통해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갖가지 논란과 비판이 따르긴 하지만 지난 2년간 노무현 정부가 몇몇 분야에서 역대 정권과 확연히 구별되는 성과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돈 안 드는 선거풍토 조성과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데 성공했고, 사법집행 중추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중립적 위상을 확립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또 전통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하던 젊은 층과 노동계층, 빈곤층 등 정치적 소외그룹을 새로운 정치문화 발전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그들의 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국민 참여의 폭을 확대함으로써 성장 중심의 개발경제시대에 견고하게 굳어진 기득권층의 우선권을 무력화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아울러 분권화·지방화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복지정책의 근저를 강화함으로써 성장시대에 오랫동안 무시되던 ‘균형’의 개념을 복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무적인 성과와는 별개로 언제 호전될지 모르는 경기침체와 더욱 악화되는 서민경제, 진전 없는 대북관계와 불안한 안보, 그리고 답보상태인 국가경쟁력은 노무현 정부의 무기력함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2/3
글: 오연천 서울대 교수·행정학 ycoh@snu.ac.kr
목록 닫기

노무현 정부 ‘3년차’에 부쳐

댓글 창 닫기

2019/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