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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부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국보법 폐지든, 대체입법이든 현실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나”

  • 윤종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kmas@donga.com

이부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국보법 폐지든, 대체입법이든 현실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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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의 대체입법안에 타협했다가 이를 먼저 뒤집은 것은 열린우리당 아닙니까.

“처음엔 김덕룡 원내대표가 대체입법을 당내에서 설득할 자신이 없다고 하다가 일단 양당이 서로 부딪쳐보기로 했습니다. 열린우리당에서 이강래·우윤근, 한나라당에서 최연희·주호영 의원이 접촉해서 안을 만들었죠. 결국 7조1항의 고무찬양 선전선동 부분에서 선전선동만 남기고 다 없애는 쪽으로, 그리고 이적단체 조항도 그냥 둘 수 없다는 수준의 대체입법에 양당이 합의하고 의총에서 관철시키기로 했는데, 그게 열린우리당 의총에서 좌절된 것이죠.”

-의총을 전후한 당내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어떠했습니까.

“의총에서 본래는 대체입법안과 폐지안을 놓고 표결하자고 했는데, 그걸 안 하고 그냥 기존 당론(폐지)을 재확인하는 수순으로 가버렸어요. 참 아쉬웠습니다. 표결을 했더라면 결국 대체입법안이 채택됐을 것입니다. 그러면 언론법과 과거사법, 국보법까지 3개 법안이 통과되는 성과가 있었을 텐데….”

-당내 강경파 의원들과 기간당원들에게 노골적인 비난을 받으면서도 대체입법안을 지지한 이유가 뭡니까.



“올해 국정목표인 민생안정, 경제회복, 한반도 평화정착을 실현해 나가려면 반드시 이념대결과 색깔론을 종식시켜야 합니다. 우리끼리 날만 새면 간첩이니 고문했느니 하면서 싸워서야 되겠어요? 국보법을 일단 묻어놓고 거론하지 않거나 여야 합의로 대체입법안을 마련하면 색깔론이나 이념대결을 봉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야 진보와 보수, 노사, 중소기업과 대기업, 세대 간의 대분열을 수습하고 국민통합 분위기를 조성해 민생안정과 경제회복, 남북평화정착의 길로 달려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임시국회선 국보법 거론 말아야

이 전 의장은 ‘국보법 논쟁의 의미는 현 시국을 바라보는 관점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국보법 폐지든 대체입법이든 현실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것. 폐지냐 대체입법이냐 하는 형식에서 그가 보여준 유연한 모습은 그래서 가능했다.

“국보법으로 구속된 사람은 서너 명밖에 안 돼요. 국보법이 그대로 있든 대체입법을 하든 간에, 이 정부 아래서는 독재정권처럼 남용하는 일은 없겠지요. 따라서 이 문제를 갖고 도 아니면 모, 흑 아니면 백 식으로 싸워야 할 만큼 긴박한 문제인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가 나아지고 북핵 해결의 기미가 보이면 (국보법은) 그때 가서 순탄하게 폐기시킬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북핵 위기가 실존하고 민생도 어려우니 자연히 국보법 폐지에 대한 저항도 크지요. 이런 시기에 굳이 밀어붙이는 게 득책은 아니지요. 또 정부·여당으로서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데, 이 일로 뻔히 예상되는 후폭풍을 수습하는 데 힘을 소진해서야 되겠습니까. 2월 임시국회에서는 아예 국보법 폐지를 거론하지 않거나, 지난 연말에 잠정 합의한 대체입법으로 합의 처리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전 의장이 국보법의 대체입법을 주장했다는 말이 퍼지면서, 그에게 쏟아진 비난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기간당원들이 주도하는 당 홈페이지에는 그를 ‘배신자’로 매도하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그에 대한 당내 비난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전력이다. 그러나 이 전 의장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열린우리당을 내 손으로 창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한나라당에서 나온 사람의 수가 적다고 하는데, 그때 우리 다섯 명(이부영 이우재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이 일을 내지 않았다면 민주당에서도 나왔겠어요? 우리가 나온 뒤에도 그 사람들은 머뭇거리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먼저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창당 자체가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당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매우 큽니다. 분명히 얘기하지만 우린 지금 혁명을 하는 게 아니라 진화하는 겁니다. 이런 의식을 의원과 당원들이 확실히 가져야 해요.”

박근혜 역사인식 검증해봐야

-한나라당에도 하고 싶은 말씀이 많을 텐데요.

“우리는 이제 공산주의 체제나 이념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이 상존하긴 하지만 국가로서 우리의 경쟁상대는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 년 전의 냉전적 가치만 갖고 현실을 재단해선 올바른 국정목표를 설정할 수 없어요. 우리가 국보법 폐지 또는 대체입법을 하려는 것도 인권침해 요소를 제거하고 안보불안 요소는 확실히 보완하면서 변화된 남북관계를 반영하는 면에서 손질하자는 겁니다. 앞으로 한나라당에서도 이런 문제로 당내 논쟁이 심각하게 벌어질 겁니다. 전향적인 논의가 있길 바랍니다. 그게 정쟁을 줄이는 지름길이에요. 열린우리당만 시끌벅적하고, 한나라당은 회칠한 무덤처럼 조용하면 의회정치가 제대로 발전하기 어렵지요. 고장난명(孤掌難鳴)이란 말처럼, 올해야말로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점을 여야가 인식해야 합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연말 4인 대표회담이 열리는 동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해 ‘손바닥을 마주칠 의지가 전혀 없다’고 연일 비판했다. ‘수첩정치’니 ‘유신공주’니 하는 비판도 그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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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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