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列國志 兵法 ②

‘자주노선’의 기수 鄭나라, 후계자 분규로 무너지다

춘추전국의 인간관계와 전략전술

  • 박동운 언론인

‘자주노선’의 기수 鄭나라, 후계자 분규로 무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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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공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민심은 부정을 일삼는 자로부터 이탈하게 마련이다. 그는 영토를 확대했으나 자멸하고 말 것이다.”

급기야 단은 성곽을 수리하고 물자를 적립하며 무기를 손질하여 보병에서 병차까지 모든 전투준비를 마쳤다. 언제라도 나라의 수도를 습격할 태세를 갖춘 것이다. 그리고는 무강이 성내에서 내응(內應)할 수순까지 짜놓았다.

한편 장공은 아우 단과 모친 무강이 주고받은 모략의 밀서를 증거로 압수하자 즉각 대응 행동을 취했다. 공자 려로 하여금 병차 200승을 포함한 2000 병력을 인솔하고 선제공격으로 경성을 급습케 했다. 때를 같이해서 경성 주민들이 단을 배반하고 일제히 귀순, 협력해왔다. 마침내 단은 외국으로 망명했다가 모친을 원망하면서 자살하고 말았다.

장공은 모친 무강을 지방의 고을로 이사가게 하면서, “이승에서는 다시 만날 생각이 없소. 저승 가면 황천(黃泉)길에서나 만날까요”라고 단언했다. 민심은 그의 심정을 이해했다. 노(魯)나라 은공(隱公) 원년의 일이라고 춘추(春秋)에 썼으니 서기로 치면 기원전 722년의 사건이다.



때를 기다리는 참을성

군사 문제가 얽혀 있고, 모친마저 편파적으로 개입한 그 착잡한 형제 분규를 해결한 장공의 솜씨에서 무엇보다 높이 평가할 것은 그의 슬기로운 정치 자세다. 한마디로 때를 기다리는 참을성이다. 그는 무려 22년을 기다렸다. 또 시기적인 성숙을 확인하는 조건 형성의 지표로서, 민심의 향배와 여론의 지지를 중시했다는 사실을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행동개시 시기가 무르익었음을 보자 번개처럼 달려들어 적을 일거에 협공·섬멸했다. 대기할 때는 신중했으나 기회 포착엔 신속·과감했다.

아울러 그때그때 사태 발전에 따라 신하와 참모들의 진언을 들으면서 유사시에 중용할 인재를 미리 내정해 두었으니이 또한 장공의 우수한 정치가적 자질을 말해준다.

종래의 ‘춘추필법’에 의하면, 형을 섬기지 않고 탈권을 노린 아우 단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형인 장공도 동생을 훈계·인도하여 정도를 걷게 하는 대신 토벌하여 파멸시켰으니 역시 규탄당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치게 도덕적인 설교라 하겠다. 권력의 생리와 정치의 심리를 외면한 비현실적 설교이기 때문이다. 도덕적 성인이라면 애당초 권력의 세계에 뛰어들거나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정치에도 이상이 있고, 정치가는 목적과 목표를 설정한다. 그러나 이에 접근하기 위해 힘을 겨냥하는 현실정치 자체는 어차피 현실적 이익을 앞세우게 마련이다.

중국사에 대서특필되는 명군인 당(唐) 태종 이세민은 형제를 향해 활을 쏘았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현군 솔로몬 대왕도 이복형을 막다른 처지로 몰아갔다. 이상은 우러러보고, 현실은 바로 보아야 한다. 정나라 장공은 형제분규가 낙착되자 모친과 화해하고 다시 모시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장공이 운용한 병법은 이른바 ‘잡기 위한 놓아두기’의 계략이다. 한문으로는 ‘욕금고종(欲擒故縱)’으로 쓴다.

오늘날 경찰의 상투적인 수사기법 중에 범인을 알고도 모른 체하고 당분간 놓아두면서 미행과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범인의 접촉대상과 행적을 살펴 그 조직을 일망타진하든지 여죄를 추궁하려는 것이다.

군사에서는 적의 기도를 알고도 모른 체하여 적의 경각심을 해이 또는 마비시켰다가 불의에 기습하는 작전이 있다. 정치에서는 적의 실태(失態)와 태만을 은근히 부채질하여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한 뒤 결정적으로 민심이 적으로부터 이반하게 만든다.

낚시에서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우선 미끼를 던져주고 유혹했다가 달려든 것을 낚아 올린다. 대어가 힘을 내어 도망가려 하면, 우선 릴의 낚싯줄을 풀어주었다가 나중에 힘이 빠질 때 끌어올린다. 장사를 보아도 성공하는 사람은 우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에 주력했다가 나중에 판매실적을 올린다.

‘잡기 위한 놓아두기’

‘잡기 위한 놓아두기’ 또는 풀어주기라는 전략전술 아이디어는 인간을 치밀하게 관찰하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착상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독서인들은 그 고안의 출처가 중국 고전인 ‘역경(易經)’ 혹은 ‘노자(老子)’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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