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입체 분석

박주영, 박주영, 아! 박주영

  •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부장 mars@donga.com

박주영, 박주영, 아! 박주영

3/8
갈수록 수비가 강해지는 현대축구에서 천재형 골잡이는 드물다. 대신 미국프로농구(NBA)의 샤킬 오닐처럼 체격이 좋은 골잡이를 상대 문 앞에 박아두고 그를 이용해 골을 넣는 방법이 보통이다. 농구의 센터처럼 동료의 패스를 받아 다시 후방 동료들에게 볼을 배급해주거나(피봇 플레이) 기회가 닿으면 직접 골밑슛을 하는 식이다. 지단, 피구, 베컴처럼 최전방 골잡이 바로 뒤에 있는 미드필더들이 저격수가 되는 것이다.

박주영은 한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골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골잡이다. 그는 골을 주워 먹지 않는다. 그래서 속이 다 시원하다. 동료의 패스를 받아 열개 중 하나나 넣을까 말까한 ‘짝퉁 골잡이’는 얼마나 답답한가.

박주영은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빈 공간을 찾는 능력이 탁월하다. 보통 공격수들은 상대 수비보다 한 발 앞서 논스톱 슛을 하거나 그렇지 못할 땐 패스할 곳을 찾아 어물거린다. 하지만 박주영은 흐르는 볼을 잡지 않고 그대로 슬쩍 빈 공간 쪽으로 방향을 튼 뒤 한순간에 찬스를 만든다. 상대 수비수를 완전하게 따돌린 뒤 노마크 찬스를 잡는다. 볼 스피드를 그대로 살리는 논스톱 볼 터치에 이은 순간적인 공간 돌파에 상대 수비수들은 넋이 나간다. 볼도 움직이고 박주영도 움직인다.

누굴 잡아야 하는가. 공을 잡다보면 어느새 공은 박주영을 따라가고 박주영을 잡다보면 공은 골문을 향한다. 그만큼 박주영은 흐르는 공에 강하다. 특히 스루패스나 크로스를 이어받아 공의 흐름을 살리는 플레이는 일품이다. 양쪽에서 올라오는 크로스 볼을 논스톱 슛으로 연결시키거나 중앙에서 밀어주는 스루패스를 드리블로 이어받아 골을 성공시킨다.

박주영은 결코 밀집지역에서 볼을 다투지 않는다. 동료에게 즉각 패스를 하거나 자신이 직접 빈 공간을 찾아간다. 골 에어리어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카타르 8개국 초청국제대회 대(對)알제리전에서 빈 공간인 상대 골대 오른쪽 사각지대까지 드리블했다가 터닝슛으로 결승골을 기록한 것이 좋은 예다. 수비수가 마크할 수 없는 빈 공간으로 공을 몰고 가다가 그대로 슛을 날린 것이다.



지난해 10월9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중국과의 결승전 전반 37분 골 에어리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중국 수비수 1명을 어깨 싸움으로 제쳐낸 뒤 일자로 늘어선 다른 중국 수비수 3명을 더 제치고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것도 같은 경우다. 빈 공간을 찾아가는 천부적인 감각. 이것이 박주영의 뛰어난 점이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 득점왕인 이탈리아의 파울로 로시는 말한다.

“골잡이는 상대 수비수 뒤쪽이 가장 좋은 위치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 수비수 뒤쪽 공간 중 어디가 가장 파고들기 쉽고 동료들이 패스하기가 좋은지 순간적이고 본능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공간을 정하면 즉시 그 반대 방향으로 두세 걸음 달리다가(페인트 모션) 한순간 거의 일직선으로 그 공간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동료의 패스를 받아야 한다. 5번 시도하면 4번은 도중에 차단당하거나 오프사이드에 걸릴 수 있지만 반드시 한 번쯤은 결정적인 찬스가 오기 마련이다.”

박주영의 슛 자세는 간결하다. 상대 골키퍼의 움직임을 끝까지 보면서 반 박자 빠르거나 반 박자 느린 슛을 날린다. 중심이동 능력이 뛰어나며 드리블을 하는 와중에도 상대 수비의 몸동작을 읽어낸다. 무게중심을 발끝에 두고 앞으로 숙인 자세에서 슛을 날려 ‘똥볼’이 거의 없다. 지난 1월 카타르 8개국 초청 국제청소년대회에서 24개의 슛 중 83%인 20개가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유효슈팅(이중 37.5%인 9골을 넣음)이었을 정도로 정확하다. 반면 그동안 한국의 골잡이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똥볼’을 날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뿐인가. 어쩌다 골문으로 향하는 볼도 피그르르 힘없이 골키퍼 앞으로 굴러가기 일쑤였다. 왜 ‘똥볼’을 차는가. 왜 홈런 볼을 날리는가. 그건 슛을 날리는 순간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몸이 뻣뻣해지면 무게중심이 높아진다. 무게중심이 높아지면 발이 공의 중심에 맞지 않아 볼이 공중에 뜨거나 힘없이 굴러간다.

‘스위트 스폿’을 아는 박주영

왜 마라도나는 힘 하나 안들이고 쉽게 볼을 차는 것 같아 보일까. 왜 지단이나 호나우두는 가만히 차는 것 같은데 대포알 슛이 나올까. 그것은 볼을 정확히 자신의 발목 부근 중심(sweet spot)에 맞추기 때문이다.

테니스나 배드민턴을 칠 때 라켓을 공이나 셔틀콕에 가볍게 대기만 했는데도 정확하고 강하게 날아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테니스 공이나 셔틀콕이 라켓의 ‘스위트 스폿’에 맞았기 때문이다. 어떤 구기운동이든지 공이 몸이나 라켓의 중심에 맞으면 힘이 하나도 안 든다. 그러면서 공은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간다.

3/8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부장 mars@donga.com
목록 닫기

박주영, 박주영, 아! 박주영

댓글 창 닫기

2021/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