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입체 분석

박주영, 박주영, 아! 박주영

  •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부장 mars@donga.com

박주영, 박주영, 아! 박주영

5/8
축구선수의 ‘스위트 스폿’은 대부분 축구화 끈을 맨 곳에서 약간 위쪽인 발목 부근이다. 물론 어릴 때부터 공차는 습관이 달라 선수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또한 패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마라도나는 거의 대부분의 볼을 바로 왼발 스위트 스폿의 발목 스냅으로 툭툭 찬다.

브라질 선수들은 마치 볼이 발에 붙어있는 것 같다. 그만큼 발의 스위트 스폿에 볼을 정확하게 맞히며 쉽게 볼을 찬다. 마치 산보나 나온 것처럼 가볍게 볼을 다룬다.

한국 선수들은 어떤가. 텔레비전의 ‘슬로모션’을 자세히 살펴보라. 대부분의 한국 공격수는 발의 스위트 스폿에 볼을 맞히지 못한다. 그래서 ‘똥볼’ 슛이나 엉뚱한 패스가 자주 나온다. 수비수도 마찬가지다. 볼을 슬슬 돌릴 때조차 정확히 다루지 못해 황당한 패스를 해댄다.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잘못 배운 탓이다.

한국 축구에 일가견이 있는 ‘코리아헤럴드’의 아일랜드인 기자 스위니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축구 경기장의 스피드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프로리그 선수들은 공을 받을 때 가장 먼저 정확한 위치를 잡는다. 그리고 정확하게 공을 발에 딱 붙여 받는다. 그런 상황에선 상대가 태클을 할 수 없다. 만약 처음 공을 받을 때 그 공이 발에서 조금만 떨어진다면 당장 태클을 당할 것이다. 한국 선수들은 바로 이런 공을 다루는 면에서 그들보다 한 수 아래다. 투박할 뿐더러 공을 받을 때 공이 발에서 한참 떨어진다. 이런 기술은 어릴 때 배워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유소년 축구선수들은 공 다루는 연습을 많이 하고 달리기 연습은 줄여야 한다.”



박주영은 공을 발의 스위트 스폿에 맞힌다. 그래서 ‘똥볼’이 거의 없다. 슛할 때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부드럽다. 게다가 늘 발뒤꿈치가 지면에서 떨어져 있어 무게중심이 낮고 수비수보다 한 발 먼저 볼을 낚아챌 수 있다.

보폭도 잰걸음이다. 성큼성큼 걷지 않는다. 힘이 들어가면 자기도 모르게 스텝이 커진다.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발놀림이 크면 상대 수비에 걸리게 마련이다. 조금씩 잰걸음으로 경쾌하게 발놀림을 해야 빈틈을 노릴 수 있고 발목 스냅 슛도 할 수 있다.

볼을 달고 다닌다

박주영은 슈팅할 때 다리의 백스윙 동작도 작다. 다리를 한껏 뒤로 젖혔다가 슈팅하지 않는다. 안정환처럼 짧게 끊어서 때린다. 설기현처럼 슛 동작이 크지 않다. 슈팅할 때 백 스윙동작이 크면 슈팅 타임이 그만큼 늦어진다. 다리가 긴 유럽 선수들이나 순발력 좋은 남미 수비수들에겐 그야말로 ‘밥’이다. 박주영은 차두리같이 볼을 앞에 차놓고 달리지 않는다. 볼을 늘 달고 다니기 때문에 수비하기가 까다롭다.

박주영의 최대 장점은 침착하다는 것이다. 또한 생각하면서 공을 찬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경기 흐름에 결코 어긋나지 않는다. 한국 골잡이들은 오직 공만을 보며 온힘을 다해 냅다 내지르는 경향이 있다. 슛 동작도 너무 커서 발을 뒤로 젖히는 백스윙 동작과 발이 공에 닿는 시간이 한 10년은 걸리는 것 같다.

한때 한국축구지도자 전문강사로 일했던 네덜란드의 로버트 레네 앨버츠는 “한국 선수들은 빠르고 투지도 넘치는데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경기 템포가 빨라지고 허둥거리게 돼 조직력이 깨지고 어이없는 슛을 남발한다”고 말한다.

박주영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별명이 ‘애늙은이’인 것처럼 능글맞게 축구를 한다. 빨라야 할 땐 빠르게, 느려야 할 땐 한없이 느리게 볼을 찰 줄 안다. 그만큼 머리가 좋다. 박주영의 100m 달리기 속도는 결코 빠르지 않다. 그러나 드리블하면서 가는 순간의 동작은 누구 못지않게 빠르다. 그것은 그가 상대 수비수보다 한 발 먼저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것을 뜻한다.

‘생각의 속도’가 상대 수비보다 빠르면 그만큼 한 발 앞서 갈 수 있다. 현대 축구는 ‘속도 전쟁’이다. 빠르지 않으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써먹을 틈이 없다. 그렇다고 달리기만 빨라서는 안 된다. 생각의 속도가 빨라야 된다. 공이 어디로 갈지 예상할 수 있다면 상대보다 훨씬 빠르게 그 공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5/8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부장 mars@donga.com
목록 닫기

박주영, 박주영, 아! 박주영

댓글 창 닫기

2021/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