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윤필립 시인의 시드니 통신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상 후보 박세종 감독

“새 테크닉 못 익히면 잠을 자지 않았다”

  • 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ipsyd@naver.com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상 후보 박세종 감독

3/6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상 후보 박세종 감독

박세종 감독이 그린 호주 유수의 시사주간지 ‘불리튼’의 표지 일러스트.

그렇게 하기를 다섯 번. 한 시간 가까이 흐른 다음, 필자의 세 식구는 아주 진지하게 ‘버스데이 보이’ 품평회를 시작했다.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무나 평범한 내용인데, 너무나 특별한 영화다. 소년의 순진무구한 표정과 황량하기 그지없는 동네풍경이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막막한 슬픔덩이가 가슴에 저며왔다.”

다음은 늘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아들 차례다.

“그동안 본 애니메이션 중 최고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느낌을 가질 여유조차 없다. 카메라의 앵글을 앞과 옆, 위쪽으로 교차시키면서 완벽에 가까운 생동감을 연출했다. 천재가 만든 작품이다.”

열변을 토하며 흥분하는 아들에게 화답하기 위해 필자도 한마디 거들었다.



“나는 박 감독이 시를 쓰거나 시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시적 이미지의 연속이다. 특히 소설에서 주로 사용하는 복선처리를 통해서 이야기의 폭을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 확대시켰다.”

필자는 박 감독과 인터뷰하며 전해들은 얘기도 덧붙였다.

“소년이 철구조물 밖으로 나올 때 배경으로 세팅된 장면이 이 영화의 주제를 강하게 암시한다. 추락한 전투기가 사찰 지붕 위로 거꾸로 꽂혀 있는 장면은, 사찰로 상징처리 된 동양문화가 서양의 상징물인 전투기에 의해서 파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감독은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버스데이 보이’를 제작하는 과정에 영화의 바탕에 흐르는 정서를 보편화하려고 애썼다. 수시로 프로듀서와 동료영화인들에게 해당 장면을 보여주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를 물어보았다.

영국계 호주 여성인 박 감독의 부인 르네 레고도 영화의 정서를 조율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은퇴한 목사인 박 감독의 장인은 우스개를 곁들인 소감을 들려주며 영화를 꼼꼼하게 모니터 해줬다.

그 과정에 박 감독이 내린 결론은 동양과 서양의 밑바닥 정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기차를 이용해 자석을 만드는 것도 잡동사니 쇠붙이와 동전이라는 소재만 다를 뿐이라는 것. 서양 어린이들도 똑같은 놀이를 하면서 자라난다고 했다.

‘원맨 밴드’의 외로운 작업

영화 크레디트 타이틀에서 보았듯 ‘버스데이 보이’는 박세종 감독 혼자서 만든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다. 호주국립영화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은 박 감독이 유일하다. 게다가 무명인 박 감독과 함께 일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첨단기술과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버스데이 보이’의 제작과정은 외롭고 힘겨운 일들의 연속이었으리라. 박 감독은 ‘원맨 밴드’가 되다시피 했다. 박 감독이 ‘버스데이 보이’ 제작을 시작했을 때, 영화의 스폰서인 호주국립영화학교에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작업이 중반부에 이르자 ‘작품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 학교가 전면지원에 나섰다. 그 후의 작업은 대체로 순탄했다. 일반 프로덕션에서 제작했다면 30만 호주달러(약 2억4000만원)가 소요됐을 터. 그러나 국립영화학교의 인력과 장비를 무료로 사용해 지출 비용이 거의 없었다.

모든 제작비를 국립영화학교에서 부담했기 때문에, 영화의 지적소유권은 박세종 감독에게 있어도 영화 자체의 소유권은 국립영화학교가 갖고 있다. 그런 연유로 ‘버스데이 보이’는 한국 국적의 호주 영주권자가 만들었음에도 호주 영화로 각종 영화제에 출품된다.

영화학교는 제작비만 댄 것이 아니다. 박 감독이 2년 남짓 영화를 제작하는 동안 그의 생계비까지 지원했다. 물론 이는 박 감독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한 학과에 네 명 정도로 소수정예만 선발하는 영화학교는 모든 학생이 경제적 부담 없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소정의 생계비를 지원한다.

그러다 보니 대학원 2년 과정의 학생 한 명을 졸업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 비용보다 더 든다고 한다. 지원금액이 많아 국가예산을 얻기 위한 학교 당국의 노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액 국비로 운영되는 영화학교는 전세계적으로도 몇 개 되지 않는다. 사립학교로 운영되는 미국의 경우 학비부담이 엄청나 졸업 후 웬만큼 성공하지 않으면 평생을 빚에 쪼들려 살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 감독의 끈기와 성실성은 호주 영화계에 정평이 나 있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테크닉을 꼼꼼하게 챙겨서 자신의 영화제작에 활용한다. 신인감독답게 신기술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박 감독의 실험정신도 큰 밑천이다.

3/6
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ipsyd@naver.com
목록 닫기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상 후보 박세종 감독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