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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의 한국혼 ③

애증의 섬 대마도

통신사 오가던 교린의 징검다리, 약탈과 정벌에 상처입은 갈등의 진앙

  • 김충식 동아일보 도쿄지사장 seescheme@donga.com

애증의 섬 대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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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섬 대마도

대마도 이즈하라에 있는 아메노모리 호슈를 기리는 헌창비 앞에 선 필자. 아메노모리는 조선과 성(誠) 및 신(信)의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던 외교관이었다.

일본의 일부 학자들은 “최익현은 단식으로 인해 아사(餓死)한 것이 아니라 병사한 것이다. 그가 식사를 거부한 건 여섯 끼뿐이었다. 아사설은 재일 한국인 작가 김달수(작고)씨, 사학자 강재언씨 등의 주장이 그대로 굳어져온 것뿐”이라는 반론을 제기한다.

그러나 일본인들도 “아사가 아니라 병사라 할지라도 나라의 자주권 회복과 인민구제를 위해 몸을 던진 최익현의 진정한 가치는 달라질 게 없다”고 찬사를 보낸다(2002년 6월1일자 ‘나가사키 신문’). 폄하에 대한 재반론인 셈이다.

‘쓰시마’의 어원은 ‘두 섬’?

한반도와 일본을 잇는 징검다리인 쓰시마는 ‘대마도(對馬島)’라고 적는다. 옛 중국인의 기록에는 ‘일본 열도에는 말이 없다’고 돼있다. 이를테면 삼국지 위지동이전의 왜인조(條)(통칭 왜인전)에는 ‘사람들은 작달막하고 벌거벗고 사는데, 이상하게도 말과 소와 양이 없는 나라’라고 되어 있다. 이것이 서기 230년경의 기록이니까 지금부터 1700여년 전까지는 일본 열도에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금 일본인들은 중국을 싫어하지만 옛 왜인전 기록만큼은 신주단지처럼 여기고 인용한다. 당시는 일본에 한자를 포함해 문자 자체가 없던 시대이므로 왜인전이 자신들의 유일한 거울인 것이다. 옛 중국인의 기록은 놀랍도록 섬세하다.



‘왜인 남자들은 머리에 띠를 두른다(지금도 마쓰리(축제) 때는 헝겊으로 머리를 조여 감는다). 의복은 폭이 넓고 헐렁한 천을 거의 재봉 없이 둘러써서 입는다. 남자들은 문신으로 신분을 구별한다. 기후가 온난하므로 겨울이나 여름이나 생야채를 먹고 너나없이 모두 벌거벗고 생활한다. 여자는 통치마 같은 것을 뒤집어쓰는데 머리와 손 부분에 구멍을 뚫어 밖으로 내민다.

일부다처제. 밥은 손으로 집어 먹고(현대 일본인도 생선초밥을 손으로 집어먹는 습관이 있다), 술을 즐겨 마신다. 장수하는 편이고 죽으면 시신을 관에 담아 열흘간 뒀다가 흙에 묻는다. 동물의 뼈를 구워 길흉을 점친다. 도둑이 없고 지체 높은 귀인을 마주치면 땅바닥에 두 손을 짚고 큰절을 올린다.’

말(馬)이 없는 일본, 그런데 왜 대마도에는 말 마(馬)자를 붙였을까. 왜인전의 관찰이 사실이라면, 서기 6세기와 660년 백제가 멸망할 무렵에 일본에서 군원(軍援)으로 말을 보냈다는 사실(史實)과 오차가 생긴다. 3세기에서 6세기에 이르는 어느 시점에 일본에 말이 건너갔고 이후 길러진 말이 군사용 기마로 한반도에 수출됐을 개연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대마도의 이름은 이런 불가사의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과학적으로 풀리게 될 것이다.

쓰시마의 어원이 한국어로 두 개의 섬, 즉 ‘두 섬’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작고한 재일작가 김달수씨의 주장이다. 부산이나 거제도에서 대마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는데, 상현(上縣)과 하현(下縣) 두개의 섬으로 보이므로 고대 이래 한반도 남해안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는 것이다. ‘시마’가 한국어의 ‘섬’에서 나온 말이라는 주장에는 일본 사람들도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다.

쓰시마의 어원이 ‘두 섬’이라는 설에 대해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마도의 지방역사가로 나가토메 히사에(永留久惠)라는 이가 있다. 일본 고고학협회와 민속학회 회원으로 대마도를 대표하는 지성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나가사키 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줄곧 중고등학교 교사로 일했고 향리의 교장도 지냈다. 일본의 문호로 불리는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책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나카토메씨는 “쓰시마가 한국어 ‘두 섬’에서 왔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다음과 같은 의문점을 제기했다.

“한국에서는 쓰시마가 아니라 대마도라고 부르지 않는가. ‘對馬島’라는 한자지명은 ‘삼국사기’에도 등장하는데, 그보다 앞선 ‘일본서기’에서 대마도라는 한자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이른바 아테지(토착어에 한자를 붙여 읽는 이두향찰식 표기) 문화를 생각하면 나가토메씨의 반론에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울 듯하다.

대마도에서 만나는 꿩은 영락없이 한국 꿩이다. ‘고라이(高麗) 기지’라고 부르는데 일본열도의 꿩과는 종류가 다르다. 대마도의 관광안내 책자엔 1700년경 한국에서 전래한 것이라고 쓰여 있다.

대마도에는 천연기념물인 쓰시마 산고양이와 쓰시마 사슴이 있다. 관광책자의 설명이 눈길을 끈다.

‘산고양이는 일본 본토에는 없고 대마도 야산에만 산다. 그 옛날 대마도가 아시아 대륙에 이어져 있을 때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과 중국에 분포하고 197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사슴은 나가사키현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예로부터 일본 본토의 사슴과 동일종으로 여겨져왔으나 1970년 국립과학박물관의 비교조사 결과 다른 독립종으로 뿔이 50cm가 넘는 것도 있다.’

흰구름(白雲) 원추리라는 야생식물도 대마도의 자랑거리다. 관광안내 책자는 이 또한 ‘대마도와 한반도에만 분포하는 백합과의 식물이다. 여름에 꽃이 피는 이 식물은 일본 본토에는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천연기념물만 살펴봐도 대마도는 지질학적으로 한반도에 가깝다는 것이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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