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루살렘 구시가를 동서로 관통하는 대로. 이름과 달리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로 좁다.
예수가 예루살렘에 들어와 제일 먼저 찾았던 예루살렘 성전 터는 그가 십자가에 못박힌 지 40년 뒤 로마군에 의해 불타 사라지고 나중에 그 자리에 황금빛을 발하는 ‘바위의 돔’이 세워져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바위의 돔’이 있는 곳은 무슬림 지구에 속한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예루살렘의 무채색 건물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높이 35.4m의 돔은 지름이 20m나 되는 황금빛 지붕을 뒤집어쓴 모스크로, 상부는 24각의 벽면을 이루고 있지만 바닥과 만나는 곳은 8각이다. 각 면은 청·백·녹·흑·황색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아라베스크 문양을 만들어냈다. 그 표면을 밝은 청색이 뒤덮고 있어 생명의 밭을 연상케 했다.
신발을 벗고 모스크 안으로 들어갔다. 통돌을 다듬어 세운 16개의 기둥이 동심원을 그리며 천장을 바치고 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니 어김없는 하늘이다. 신이 산다는 그 하늘 말이다. 그 아래엔 검은 색의 커다란 바위가 놓여 있다. 다듬지 않아 거칠게 보이는 바위는 아브라함이 외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려 했던 모리아 산의 바위이고, 예언자 무하마드가 꿈속에서 승천하면서 밟고 올랐다는 그 바위다. 바위가 주인이라 ‘바위의 돔’이란 이름이 붙었다.
옛 성전과 관련된 축조물 가운데 지금까지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서벽이 유일하다. 높이 21m나 되는 이 벽은 아무런 장식도 되어 있지 않은 수직의 벽 그 자체다. 하지만 이곳은 신성한 공간이다. 그 옛날 성전을 이루던 벽의 일부라는 역사적 사실 때문이다. 한편 그들이 유대인 지구에 있는 많은 시나고그(유대교 회당)를 마다하고 그저 높다란 벽만 있는 이곳에서 간곡한 기도를 올리는 것을 보면 기도의 공간이라는 게 굳이 거창하고 화려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성전이 화려하면 할수록, 또 거창하면 할수록 그 속에서 기도하는 인간의 마음은 오히려 신으로부터 더 멀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지붕이 없는 ‘통곡의 벽 광장’은 기도의 공간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할 것이다.
마가 다락방의 ‘최후의 만찬’
통곡의 벽 광장에서 동쪽으로 곧장 빠지면 옛날 오물을 수거하던 똥(Dung)문이 나오고, 동남쪽 언덕으로 오르면 시온(Zion)문이 나온다. 구약성서에 무려 152차례나 나올 만큼 유대인에게 귀한 이름인 시온은 예루살렘의 발상지로 예루살렘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 좋은 예가 시편 137장에 나오는 ‘망향가’다.
“바벨론의 여러 강변 거기에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도다.”
시온산은 성문에서 그리 멀지 않다. 시온문을 지나 100m쯤 나아가자 이른바 ‘마가의 다락방’이 나왔다. 2층 건물인데 1층에는 이스라엘 왕국을 다스린 다윗왕의 석관이 안치돼 있고, 2층은 예수가 열두 제자를 불러모아 ‘최후의 만찬’을 베푼 그 유명한 다락방이다. 유난히 눈에 띄는 로마양식의 코린트식 석주가 천장과 만나면서 아치를 이뤘다. 이슬람식 색유리가 칠해진 창은 찬란한 빛을 발했다. 오스만제국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지배하던 시절 모스크로 사용하면서 만들어진 창이다. 지금은 빈방이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나오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수는 이 방에서 제자들과 만찬을 하면서 “너희 중에 한 사람, 곧 나와 함께 먹는 자가 나를 팔리라”고 말했다. 유다를 겨냥한 말이었지만 유다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예수는 그런 다음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고, 빵을 들어 “받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하고, 포도주 잔을 들어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릴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하고 말했다.
지상 최후의 만찬. 예수는 그게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식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하고 또 행했다. 세족(洗足)과 식사, 그리고 용서가 그의 사랑의 표현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제자들로부터 배신을 당했고, 그 결과 십자가에 못박히는 신세가 된다. 기독교 예배에서 중히 여기는 성찬식의 유래가 바로 이 최후의 만찬인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후의 만찬은 중세 이래 많은 화가들의 테마였다. 그 가운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 최고로 평가받는다. 지금 세계의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는 미국 소설가 댄 브라운의 미스터리 스릴러 ‘다빈치 코드’는 바로 이 다빈치의 그림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그림이 소장돼 있는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라 그라치에(은총의 성모) 수도원은 최근 ‘다빈치 코드’가 나오고 난 뒤 찾는 이가 크게 늘어 예약을 하고서도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작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관람시간과 인원이 극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30분 단위로 한 팀씩 입장하고, 한 팀은 25명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