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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대학교수 복귀한 서동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

“고영구 원장 정실인사 문제삼다 ‘지휘체계 문란’으로 내몰렸다”

  •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대학교수 복귀한 서동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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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서, 국제전적 성격이 강했으니까 ‘The Korean War’의 번역인 ‘한국전쟁’ 대신 ‘6·25전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더군요. 소련과 중국에서 새롭게 발굴된 문서에 따르더라도 6·25전쟁은 남침이 분명하지 않습니까. 얼마 전까지도 일부 주사파 운동권에 북침설이 퍼져 있었지만요. 북침설의 원류는 어디입니까.

“북침은 기본적으로 북측의 공식 입장이죠. 냉전시대에 중국,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권이 그 입장을 취했죠. 다만 서방에서도 북침설을 취하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했죠. 이른바 수정주의 학파죠.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학설을 일부에선 북침설이라고 보았는데, 엄밀하게 검토하면 북침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남북 사이에 전개돼온 국지전(局地戰)의 충돌 끝에 능력 있는 북쪽이 밀고 내려온 걸로 보는 거죠. 소련과 중국의 자료가 나오면서 북침설을 주장하는 학자는 없어진 거나 다름없어요. 그런데도 북측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북침이죠.”

2003년 4월22일 국회 정보위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서동만 증인의 박사학위 논문을 보면 친북좌파임을 알 수 있다”고 발언했다. 또 홍 의원은 “서동만 증인은 친북좌파다. 개혁세력으로 포장된 친북좌파들이 국정원을 점령하면 가는 방향이 자명하다”고 공격했다.

-홍 의원이 과연 일본어로 된 방대한 논문을 읽었을까요. 홍 의원이 일본어를 할 줄 압니까.

“홍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 중에도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이 몇 있어요. 실제 직접 읽고 한 얘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 무렵 ‘중앙일보’ 권영빈 편집인이 서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과 각종 기고문, 발언록을 읽어보고 서동만은 친북좌파가 아니라는 칼럼을 썼다. ‘북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인도적 지원과 경제 지원을 해야 한다는 DJ(김대중 전 대통령)식 햇볕론자다. 한 진보적 성향의 지식인을 근거 없이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그 뒤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풍토가 문제다.’

“저도 그 칼럼을 읽고 깜짝 놀랐어요. 제 이름까지 박은 칼럼이 나오니까 고맙기도 하고…. 나중에 만나봤더니 제 논문을 상당 부분 읽었더군요.”

아무튼 서 교수의 책을 통독하고 나면 그를 친북좌파라고 지목한 발언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를 알게 된다.

북한 연구,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은 ‘일본에서 증인의 석·박사 학위 논문 지도교수인 와다 하루키 교수가 친북 성향인 걸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던데요. 와다 교수는 친북좌파 성향의 학자가 맞습니까.

“친북이라는 용어 자체를 쓰는 게 맞지 않습니다. 와다 교수는 한반도를 사랑하는 분이죠. 물론 일본인의 입장에서 사랑하는 겁니다. 그분이 사랑하는 한반도에는 한반도의 북쪽, 즉 북조선도 포함됩니다. 그분은 소련 사회주의 연구의 대가죠. 사회주의체제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죠. 소련 시절에도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고 개혁파들과 교류했어요. 한때는 소련에도 못 갔던 분이에요.

와다 교수는 소련 점령시 북조선 정책과 김일성의 만주 항일투쟁에 관한 연구를 했죠.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으로 연구했습니다. 김일성의 만주 항일투쟁에 관한 논문이 발표됐을 때 조총련이 발칵 뒤집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북측의 공식적 입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했으니까요.

다만 와다 교수는 일본과 북조선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실천적으로 노력한 분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 내 수구세력으로부터 견제받는 입장에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책 서문에 ‘2003년 5월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수구 언론 및 정치인들로부터 ‘친북좌파’로 매도당했다’고 썼더군요. 언론의 ‘중계방송’ 보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색깔 덧씌우기였죠. 그렇게 사람을 단죄하고 매장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더구나 언론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당연히 화가 났죠.

북조선 연구자들은 항상 강박관념 속에서 살아요. 지금도 남북 대치 상황이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니잖아요. 다만 정치공세와 언론보도에 항의하거나 문제삼을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한신대 윤평중 교수는 한 칼럼에서 친북좌파의 사회적 함의를 이렇게 풀었다.

‘분단체제 아래서 누가 친북적이라고 불린다면, 그것은 곧 ‘빨갱이’와 동의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 이름 자체가 척결의 대상이었고 사회적 죽음에의 초대장이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탄력적 입장을 편다는 이유로 능력 있는 한 북한 전문가를 ‘친북인사’라고 부르는 것은 명백한 ‘인격살인’이며 냉전 색깔 공세의 소산이 아닐 수 없다.’

“냉전 상황에서는 그런 공격이 상당한 효과를 냈죠. 이제 한국사회가 일련의 정치과정을 거치면서 사실 그런 공격을 하거나 레테르를 덧붙이더라도 효과가 나지 않아요. 약발이 떨어졌죠.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해진 겁니다.

북한을 대하는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상식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사실과 다른 내용을 함부로 보도해도 된다고 하는 모럴 헤저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국회 정보위에서도 그런 일이 있어요. 직접 가서 확인해볼 수 없으니 북한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농담도 있습니다. 큰소리치면 입증할 수도 없지만 반증하기도 어려운 거죠. 철저히 확인하고 난 뒤 발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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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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