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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대학교수 복귀한 서동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

“고영구 원장 정실인사 문제삼다 ‘지휘체계 문란’으로 내몰렸다”

  •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대학교수 복귀한 서동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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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복귀한 서동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

인터뷰중인 서동만 교수(왼쪽).

-철저히 확인하지 못하는 데는 북한 쪽 책임이 크지요. 너무 폐쇄적이어서 확인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건 남쪽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죠. 그러나 북측이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그럴 수 있다고 하면 똑같아지는 것 아닙니까. 여러 가지 면에서 앞서는 남쪽이 먼저 양식에 입각한 기준을 세워 나가야죠.”

“명백한 정실인사”

서동만 교수는 2003년 5월부터 2004년 2월까지 10개월 동안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재직했다. 국정원에 들어갈 때의 요란한 논란에 비해서는 너무 단명으로 끝났다.

“들어가 보니까 국정원 개혁은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상당 부분 진전돼 있더군요. 다만 인사 면에서 지역편중 문제가 있었습니다. 심각했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 주류가 바뀌었어요. 정권안보 차원에서 생각하다 보니까 그랬겠죠.



김대중 전 대통령 스스로 심각한 피해자가 아닙니까. 국정원은 가해자적 역할을 했던 기관이죠. 김 전 대통령 집권 후 국정원 내부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인적 청산이 이뤄졌던 거죠. 김대중 정부 후기에는 지역편중 인사가 심각했어요.

국정원이 직접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면은 줄어들었죠. 그렇지만 오해할 만한 소지는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가 들어가 조직과 업무 면에서 그런 부분을 축소했습니다.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구를 재편했습니다. 일단 큰 틀은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정착시키다 중간에 그만두었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고영구 국정원장과 어떤 인사 갈등이 있었었나요.

“부서장 인사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인사위원회에서 제가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그게 수용되지 않았고, 거꾸로 문제제기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고 원장이 문제를 삼았죠. 그래서 그만두게 된 겁니다.

이 얘기를 하는 게 좋을지는 잘 판단이 안 서는군요. 실무자 입장에서는 원만한 인사를 하기 위해 일정한 정도의 인사 폭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능하면 빨리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려고 했죠. 그것을 둘러싸고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합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인사상 견해 차이가 있을 때는 어디까지나 국정원장의 생각이 반영돼야 하지 않을까요. 청와대도 그런 쪽을 지지한 것이라고 해석해야 되겠네요.

“일단은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다만 인사위원회는 다 만들어놓은 것을 추인하는 것이 아니고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기조실장으로서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이죠. 거기에 대해 국정원의 입장이 이미 결정된 건데….”

-항명이라고 본 건가요.

“그렇죠. 그거는 이미 결정돼 있는 건데 재론하는 것은 지휘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식이었죠.”

서 교수는 이 대목에서 고 원장과의 인사 갈등에 관한 부분에 한해 원고를 사전에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고영구 원장이 현재 재임중이니까요. 그렇지 않다면야 지나간 일로 얘기할 수도 있겠지요.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립니다.”

서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중 교내에서 긴급조치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유인물을 뿌리다 붙잡혀 구속됐다. 영등포지원 1심에서 징역 7년 구형에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때 재판장이 바로 고영구 당시 부장판사다. 기묘한 인연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인근 막회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일 때 고 원장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또 끄집어냈다.

-긴급조치 위반 사건 재판장을 기억하고 있었습니까.

“국정원장 인사청문회 준비를 하면서 가물가물했지만 재판장이 ‘고 아무개’ 판사였던 것 같은 기억이 나 혹시 하는 생각에 보좌진을 시켜 판결문을 떼어오게 했죠. 고영구 부장판사가 재판장이었던 게 확실하더군요. 청문회에서 문제 될 것에 대비해 고 원장에게도 미리 보고했습니다.”

술잔이 몇 차례 오간 뒤 “열 달도 안 돼 원장과 싸우고 물러나 ‘트러블 메이커’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으니 상세하게 해명하는 편이 미래를 위해 낫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그는 주저하다 입을 열었다.

“명백한 정실인사였어요. 원장 혼자 인사를 하지 않고 인사위원회를 거치는 것은 바로 그런 인사를 막기 위한 것 아닌가요. 그런데 인사위원회에서 이의를 제기하자 고 원장은 지휘체계 문란으로 받아들였죠. 고 원장이 ‘당신이 그만두든지, 내가 그만두든지 하자’고 강경하게 나왔습니다. (권력관계의) 힘의 측면에서 보면 제가 우위에 있었다고 볼 수도 있었죠. 그러니까 제 스스로 물러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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