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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사, 북한 유사시 대비 ‘작전계획 5029-05’ 추진

‘북한붕괴 유도책’ 논란… 정부, 뒤늦은 혼선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한미연합사, 북한 유사시 대비 ‘작전계획 5029-05’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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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계획 수립의 한국측 파트너는 합참이었다. 연합사의 작전계획이 한미 양국의 군사자산을 모두 활용하는 만큼, 작성중인 연합작계의 내용 가운데 한국군의 능력이나 한계를 넘어서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작계에 의견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합참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양국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2004년 한 해 동안 워게임(War Game)을 포함해 여러 차례 합동회의가 열렸고 연합사가 작성한 초안 역시 수 차례 교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단순한 유사시 대비가 아니다”

유사시 한반도 안보를 책임져야 하는 군이 북한의 급변에 대비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앞서 설명했듯 연합사는 1999년에 이미 이에 관한 개념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당시 한미연합사 사령관이던 존 틸럴리 대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그러한 계획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니냐”며 굳이 개념계획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합사, 그 가운데서도 미군측이 작성한 초안에 대해, 일부 관계자들은 이 ‘당연한 작업’에 ‘당연하지 않은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지금까지 작성된 ‘연합작계 5029-05’ 초안은 단순히 유사시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급변을 증폭시키거나 유도할 수 있는 여지를 담고 있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인 군사전문사이트 등을 통해 알려진 개념계획 5029-99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사태의 ‘원인’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량탈북자 발생,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해외유출 위험 같은 특정한 ‘상황’만을 규정해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는 따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미군측의 작전계획 5029-05 초안에는 평양에서의 특이징후 같은 원인까지 기술돼 있어 그러한 원인요소가 발생하는 즉시 군사적인 조치를 전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설명이다(‘원인요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이상의 이야기를 종합해볼 때 작계 5029-05가 초안대로 완성되어 적용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상황전개를 유추해볼 수 있다. 이미 알려져 있는 개념계획 5029-99의 내용에 비추어보면, 북한에서 정변이 일어나는 등 높은 수준의 급변징후가 발생할 경우 한미 양국군에는 데프콘(Defense Readiness Condition·방어준비태세) 3가 발령된다.

데프콘 3 상황에서는 이후 벌어질 수 있는 위험상황을 사전에 억제하기 위해 경제봉쇄 조치를 취하거나 외교적 압력을 가하고 감시와 정찰용 전력을 증가시키는 등의 신속억제방안(FDO·Flexible Deterrence Option)을 가동하게 된다고 미국의 공개자료들은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 국방부의 FDO에는 대략 150개 항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군사기밀이므로 밝힐 수 없지만, 미군 관계자들은 작계 5029-05 전개방안에 세부내역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에서 중대한 이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정 정도의 혼란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북한 내부에서 이를 자체적으로 안정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한미 양국군이 앞서 가정한 것처럼 대응해 군사적 긴장감이 증가한다면 북한 내부의 상황이 악화되거나 혹은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고 나섬으로써 충돌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일각의 우려다. 심지어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조차도 데프콘4를 유지했던 것 또한 이러한 우려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의 관계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에서 이상사태가 벌어진다 해도 과연 연합사 혹은 미군이 이에 개입할 근거가 있느냐는 점이다. 북한의 비상사태로 대량 탈북자가 발생해 휴전선 이남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주한미군 부대가 대응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내부정변 같은 초기상황에 대해 연합작계를 가동하거나 휴전선 이북에서 발생한 상황에 연합사와 주한미군이 개입할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를 ‘한국 방어’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을 자극해 군사적 자산을 소진케 하는 미군의 작계 5030 같은 경우에는 연합사가 아니라 미 태평양사령부의 작전계획으로 입안되었다. 다시 말해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이뤄지는 작전이므로 한미연합사는 개입하지 않는다. 이 또한 연합사가 평시의 북한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뤄진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계 5029-05 미국측 초안내용이 이 같은 제도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일부 미군 관계자들도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두에서 설명한 연합사 검토회의에서 한 전직 주한미군 고위관계자는 이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직 연합사 및 주한미군 관계자들은 이러한 지적에 매우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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