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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5대 정유사 1600억원대 유류소송 표류 내막

손해배상액 ‘감정(鑑定) 싸움’, 학계 논쟁으로 비화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국방부·5대 정유사 1600억원대 유류소송 표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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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논리는 언뜻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소송 당사자인 국방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일종의 벌금이고, 국방부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말 그대로 국방부가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돈(따라서 승소하면 국방부 수입이 된다)이므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필진이었던 적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정위 과징금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으로, 감정기관이 산출한 손해배상액이 과징금 액수와 비슷한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가 만나본 상당수 경제학자는 서울대 팀의 방법론에 동의를 나타냈고 KDI 팀의 계산방식에 대해선 혹평을 했다”며 “감정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엉뚱한 문제를 제기해 시간을 끌고 심지어 허위 주장까지 펴고 있다”고 피고 변호인단의 태도를 비판했다.

피고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제출한 ‘감정인 기피신청 이유 보완’(세종), ‘감정인 기피신청 이유 추가’(김&장) 문서에서 감정인의 자질을 문제삼으며 두 가지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하나는 지난해 8월 감정결과를 특정 언론(조선일보)에 알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올 1월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연구사례로 발표함으로써 국가기밀 및 영업상 비밀을 유출했다는 것이다. 둘 다 감정결과를 기정사실화해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게 변호인단 주장이다.

감정결과를 언론에 유출한 혐의와 관련해 변호인단은 감정인단의 일원인 모 교수가 당시 조선일보 필진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정인단은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당시 감정인단에 속한 교수 중 누구도 조선일보 필진에 속하지 않았다”며 “변호인단이 사실관계를 날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도쿄대 학술회의와 관련해서는 “당시 발표한 내용은 손해액 추정치를 도출하는 데 사용한 계량경제학적 기법 등 학술 관련 사항으로 국가기밀 및 영업상 기밀에 해당하는 어떠한 자료도 유출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데이터 적용 오류 논란에 대해서는 “(원 감정에서) 명백한 오류로 판명된 것은 보완감정을 통해 시정했으며 변호인단의 지적사항 중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된 것에 대해서는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했다”며 보완감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한 변호인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인단이 조선일보에 감정결과를 알려준 사람으로 지목한 유모 교수는 “조선일보 필진에 속한 적도 없고 그해 조선일보에 어떠한 글도 쓴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에 따르면 조선일보에 실린 그의 글은 필진이 아닌 일반 기고자로 올 초 쓴 ‘신년시론’이 유일하다는 것. 2004년 1월부터 현재까지의 조선일보 기사를 검색한 결과 그의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정유사들은 대체로 담합혐의는 인정하지만 이미 거액의 과징금을 징수당한 만큼 국방부가 요구하는 손해배상액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공정위 과징금에 대해 “액수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관련 정유사 모두 과징금 납부를 완료한 상태”라며 별다른 이의가 없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감정인 기피신청에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삼갔다.

“잘못된 관행 개선하겠지만, 손해배상은…”

GS칼텍스 관계자도 “담합행위 자체는 인정한다. 다만 과징금 액수가 문제”라며 SK측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과징금 부과취소 소송을 낸 현대정유 관계자는 “과징금 액수가 과다하다”고 공정위 결정에 불만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업계 매출순위 4위인 현대정유에 1위 회사인 SK와 같은 액수의 과징금이 부과된 데 대해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력한 기업들은 감경됐다”고 에둘러 답변했다.

정유사들의 주장을 대변하는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도 공정위 결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하면서도 국방부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군납입찰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정유업계의 특성상 한 회사가 가격을 올리면 나머지 회사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담합이 아니라고 보지만, 공정위에서 문제를 삼은 만큼 잘못된 관행은 개선하겠다는 것이 협회 방침이다. 한번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의 청구는 부당한 면이 있다. 손해배상액이 공정위 과징금과 비슷하므로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조사와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5대 정유사는 군납유류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담당 임직원 모임을 갖고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단가, 들러리 가격, 희망수령 물량 등 입찰 전반에 관한 사항을 합의한 후 응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입찰담합의 주요 기준은 사전에 업체끼리 상호 연락을 했는지 여부”라며 “당시 군납유류 낙찰결과를 분석한 결과 5개 업체가 유종별로 나눠먹기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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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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