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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교육혁신위 갈등에 표류하는 ‘백년대계’

물 건너간 대선공약, 6修 끝에 나온 ‘대입 개선안’…

  • 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교육부-교육혁신위 갈등에 표류하는 ‘백년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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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조직의 승패가 극명하게 갈린 것은 지난해 8월을 뜨겁게 달군 교육이력철 논란이다. 2003년 말 혁신위가 2008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 마련을 위해 ‘대학입학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 교육부도 별도의 대입특위를 꾸려 입시안 마련에 나섰다. 두 기관의 관계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대입특위는 결국 혁신위가 입시 개혁의 핵심으로 제시한 수능의 자격시험화와 교육이력철을 통한 학생선발안을 모두 폐기했다.

교육이력철이란 교사가 직접 교육과정을 구상하고 평가기준을 만든 뒤 이에 따라 학생의 성취를 기록하는 서류. 혁신위 안(案)대로라면 여기에는 해당 과목 점수뿐 아니라 학생이 수업시간에 보인 반응, 특수한 재능과 능력에 대한 종합평가가 면밀하게 기록된다. 수능은 자격시험으로 이용하고, 대학은 학생 개인의 능력·특기·인성 등 모든 사항이 기록된 이 서류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게 하겠다는 것. 전국 단위의 한줄 세우기 경쟁체제를 개혁하겠다는 혁신위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혁신위 안(案)은 “교육이력철이 기존의 학교생활기록부와 다를 것이 없다”는 교육부의 반박에 밀렸다. ‘교장선출보직제와 학교자치 연대’ 김대유 공동대표(서울 서문여중 교사)는 “교육이력철이란 발상은 신선했지만, 혁신위는 교사평가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실천방안을 먼저 만들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초 대입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이인호 명지대 석좌교수는 혁신위와 교육부 관료의 충돌을 몸소 겪은 인물. 이 교수는 평행선을 그리는 두 교육주체의 팽팽한 대립이 안타까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논의가 안 되는 회의는 처음 봤어요. 교육부와 혁신위 모두 교육기회 평등과 수월성 확보라는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건만,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자기네 방법론이 옳다고만 주장하니…. 이러다간 교육정책을 ‘개악’하는 데 일조할 것 같아 얼마 안 돼 위원회를 나왔어요.”



지난해 교육이력철 폐기가 결정된 뒤에는 수능등급제를 확정하는 과정에 갈등을 빚었다. “평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수능 점수를 9등급으로 분류하고 1등급은 상위 4%로 제한하자”고 주장한 교육부와 ‘수능 5등급제, 1등급 상위 7%’를 내건 혁신위가 팽팽히 맞섰던 것.

두 조직의 입시안 경쟁은 청와대가 사실상 교육부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혁신위의 완패로 끝났다. 수능의 비중을 줄여 9등급제로 전환하고 내신(학생부)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교육부 주도의 ‘2008 대입제도 개선안’이 6번 연기 끝에 지난해 10월 말 발표됐다.

이 과정에 혁신위의 핵심 이론가로 교육이력철 구상을 주도한 김민남 혁신위 선임위원이 사표를 냈다. 김 교수의 사임과 함께 혁신위의 초기 개혁 색채도 흐려졌다. 김 교수의 후임으로 임명된 인물은 박도순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혁신위에서 유일한 서울 소재 대학교수인 그의 임명은 ‘비(非)서울, 개혁세력 중심으로 교육부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던 초기 혁신위의 목표에서 분명 벗어난 것이었다.

지난 1월 김진표 교육부총리 취임 이후 교육부와 혁신위는 아직은 표면적으로 갈등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재 혁신위는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실업고 중 특성화고교를 2004년 현재 64개에서 2010년까지 200여 개로 늘리고, 직업 전문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내 직업교육 혁신안’을 만들었다. 예산 확보 문제로 관계부처간 이견을 조율하느라 최종안 발표가 늦어진 상태.

교육 분야의 사각지대로 분류돼온 직업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혁신위와 교육부가 이례적으로 공감해왔다. 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은 “혁신위가 소외계층의 교육기회 확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나무랄 수 없지만, 힘 빠진 혁신위가 정작 첨예하게 대립하는 교육 현안에 대해서는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념 대립에 지친 盧정부

이렇듯 혁신위를 중심으로 한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운영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공약을 만드는 데 참여한 한국교원대 엄기형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초·중등 공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비전 제시와 교육 리더십 확보가 부족한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교육에 대한 청와대의 무관심을 반영하는 한 일화.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에는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 시절에 있던 교육 관련 수석 비서관조차 없었다. 교육부, 혁신위, 교육계 전반의 의견을 조율하고, 청와대의 교육철학을 전달하려면 관련 비서관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노 대통령은 처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책 난맥상이 거듭되자 지난해 4월 사회정책수석 밑에 교육문화비서관직을 신설했지만, 대학교수의 타이틀을 단 교육부 관료가 이 자리에 오면서 다양한 분야의 의견수렴이라는 본래 목적은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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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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