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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침뜸의 대가 김남수

“일자무식도 침쟁이가 될 수 있소, 다들 배워서 남 주자고요!”

  • 글: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침뜸의 대가 김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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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 내려온 침과 뜸이 우리 시대에 와서 명맥이 끊겨서는 안 된다는 초조감에 나 또한 깊이 공감한다. 누구나 간단한 뜸자리쯤은 알아둬야 한다고, 중·고등학교 체육이나 가정 교과서에 침과 뜸에 관한 언급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명구조의 한 방법으로 구급침을 가르쳐야 합니다. 인공호흡이나 부목(副木)을 대는 법은 가르치면서 그보다 훨씬 쉬운 구급침과 뜸을 가르치지 않는 처사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렇다. 그건 몇천년 닦아온 조상의 지혜를 낭비하는 일이다.

一灸二鍼三藥

민간에서 광범위하게 전승되는 전통의술의 기본은 흔히 ‘일구이침삼약(一灸二鍼三藥)’이라고 일컬어졌다. 뜸이 첫째고, 침이 둘째고, 그래도 다스려지지 않을 때만 약을 썼다는 의미다. 그런데 상식으로 통용되던 ‘일구’와 ‘이침’이 광복 후 ‘삼약’에 밀려 핍박과 박해만 받아왔다는 사실을 나는 구당 선생을 만나면서 새롭게 인식했다. 그뿐 아니라 종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얽혀 전통의술과 현대의학 사이에 서로 넘어가지 못할 철조망이 높다랗게 쳐져있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구당’이라는 호는 짐작하듯 ‘뜸 구(灸)’자, ‘집 당(堂)’자를 쓴다. 호가 그렇듯 김남수 선생은 아무 겉치레가 없다. 말도 아주 유쾌하고 쉽게 한다. 단순하고 짧은 말이 사태의 본질과 핵심을 탁탁 짚어낼 때 듣는 사람의 속은 후련하고 통쾌하다. 노인이니 말의 어미가 느슨해도 좋을 텐데, 정확한 ‘-습니다’체를 단정하고 간결하게 구사한다.

“침구는 박사가 하는 게 아닙니다. 글을 한 자도 모르는 일자무식이라도 침을 놓을 수 있고 뜸을 뜰 수 있습니다. 그냥 쟁이지요. 침쟁이! 뜸쟁이! 어려서는 쟁이라는 말이 그렇게 싫더니만 이제는 참 좋습니다. 침과 뜸은 학(學)보다 술(術)이 앞선다는 의미잖습니까.”

의사는 ‘병원 폐문 방지자’

“의사가 왜 있습니까. 환자가 없으면 의사는 아무 소용없습니다. 의료인의 목적이 뭐냐고 제가 늘 묻습니다. 환자를 낫게 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게 의사의 존재이유 아닙니까. 내 것은 옳고 네 것을 틀리다고 말해서는 진정한 의사라고 할 수 없지요. 뜸을 뜨든 침을 놓든 약을 쓰든 환자를 고통 없이 빨리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의사의 태도 아닙니까?

병 치료는 육체와 정신이 같이 움직여 이뤄내는 겁니다. 의사의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병을 못 고쳐요. 나는 의사들을 ‘병원 폐문 방지자’라고 부릅니다. 의사가 병을 고치려고 있는 게 아니라 병원문 안 닫으려고 있다는 말이지요. 이거,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비밀입니다.

아주대 이종찬 교수라고, 거기에 맞서 환자권리 찾기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의사는 돈을 몰라야 해요. 국가가 월급을 주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지요. 국가가 주되, 대통령보다 더 많이 줘야 합니다. 그러면 아마 돈 생각 안하고 건강한 정신으로 쓸데없는 약 많이 안 쓰면서 병을 고치려고 할 겁니다.”

저런 말을 해도 되나 싶을 만큼 직설적인 말을 유연하게 하는 그는 올해 우리 나이로 아흔하나다. 생각해보니 나는 아흔 넘은 사람과 얘기해본 게 구당 선생이 처음이다. 구당의 아흔은 내게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을 하게 만들었다. 나이 들면 늙고 쇠하는 게 자연의 이치인 줄 알았더니 그 속도는 얼마든지 완만하게 조절할 수 있는 모양이다. 자기 몸을 어떻게 다스리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연령대를 살 수 있다면?

구당은 노쇠는커녕 발랄하달 정도로 기운찼다. 피부가 아이같이 맑고 곱다. 체력과 몸놀림과 사고방식과 일하는 분량이 아흔 아니라 일흔, 아니 마흔이라 해도 믿겠다. 시력도 청력도 순발력도 전혀 감퇴하지 않았다. 웃으면서 이런 말도 했다.

“우리 집사람과 같이 누워 ‘삼십대가 우리만 할까?’라는 얘기도 자주 해요.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지 모르겠네. 하하.”

그는 60여 년간의 임상 경험을 모아 자신만의 쑥뜸요법을 체계화했다. 이름하여 ‘무극보양뜸.’ 무극이란 태극 이전의 우주를 나타내는 개념이지만 쉽게 말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뜻이다. 무극보양뜸은 누구나 어떤 질병에나 쓸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의술로 구당 침뜸의 핵심이다.

매일 그 자리에 뜸을 뜨면 몸의 원기가 북돋고 저항력이 길러져 병이 저절로 치료되고 예방된다는 걸 임상에서 수십 년째 확인하고 있다. 8개 경혈 12자리(여성은 13자리)에 뜸뜨기를 생활화하면 국민 누구나 병 모르고 살 수 있다는 복음. 그런데 사람들이 도무지 믿으려고 들지 않으니 허탈하다. 너무 쉽고 비용이 들지 않아 외려 신뢰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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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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