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호

변호사 오세훈의 청국장찌개

육법전서 같은 고루한 곰팡내 속 건강비결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부국장 sun@donga.com

    입력2005-05-24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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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오세훈의 청국장찌개
    청국장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유익균과 이로 인해 생성된 영양소로 가득하다. 암 예방효과에 변비나 설사 증상 개선과 다이어트 효과 그리고 성인병 예방효과까지 있으니, 청국장 열풍이 불어닥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 16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정치권을 떠난 오세훈(吳世勳·44) 변호사도 얼마 전부터 이 열풍에 편승했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청국장·요구르트 제조기를 구입해 조리에 나선 것.

    오 변호사는 매우 가정적이다. 그에게는 고교 2학년 때 과외수업을 받다가 만난 부인 송현옥(44)씨와 두 딸이 있다. 오 변호사는 자신이 아버지에게서 받은 만큼의 사랑을 아이들에게 베풀기 위해 노력한다.

    그의 부친은 오 변호사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철저한 가정 우선주의자였다. 유명 건설업체에 근무하던 아버지는 퇴근시간 ‘땡’하면 어김없이 귀가했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저녁식사는 반드시 집에서 한다’는 원칙을 깨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아무리 어려워도 주말이면 영화를 보러가든, 야외에 나가든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웠어요. 아버지께서 다니시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월급도 제때 나오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 덕분에 정서적으로 안정된 시절을 보냈고, 지금의 제가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오 변호사가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된 데도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법대를 졸업한 아버지에겐 사법고시를 패스하지 못한 한(恨)이 있었다. 그 꿈을 아들을 통해 이뤄보고 싶은 바람이 자연스레 오 변호사를 법조인으로 이끈 것.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오 변호사도 주말은 되도록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애쓴다. 꽃게 철이면 노량진 수산시장에 들러 꽃게를 사다가 찜통에 끓여 가족과 함께 먹기도 하고, 주말 저녁이면 집 베란다에서 딸들과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스스럼 없이 흉금을 털어놓는 딸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오 변호사가 청국장·요구르트 제조기로 만든 요구르트도 가족에게 제법 인기가 있다. 오 변호사는 그러나 아직 청국장을 만들지는 못했다. 몇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청국장 제조기에 무조건 콩을 넣는다고 청국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변호사 오세훈의 청국장찌개
    5월 첫째 주말, 오 변호사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 번 청국장에 도전했다. 금요일 저녁 콩을 잘 씻어 물에 4시간 정도 불렸다가 약한 불에 2시간 익혔다. 그 콩을 제조기에 넣고 바실러스 균을 뿌린 후 토요일 오전까지 대략 12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제조기 뚜껑을 열어봤더니 콩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게 아닌가. 청국장 특유의 냄새(암모니아)도 별로 나지 않아 ‘또다시 실패’했나 싶었다. 하지만 숟가락으로 콩을 살짝 누르면서 비벼보니 콩에서 청국장 특유의 점액질이 흘러나오면서 진한 냄새가 풍겼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이제 제대로 끓이는 일만 남았다.

    먼저 양념 준비. 마늘을 다지고, 호박은 세로로 반을 가른 후 채썰기, 파는 어슷썰기, 고추는 채썰기한다. 두부는 적당한 크기로 깍둑썰기 한다.

    그 다음 끓는 물에 멸치와 조개를 넣어 국물이 적당히 우러나면 된장을 풀고 호박을 넣어 한소끔 끓인다. 그리고 파와 고추, 두부, 다진 마늘을 넣고 마지막으로 청국장을 충분히 넣자마자 바로 불을 끈다. 청국장을 오래 끓이면 유익한 균이 모두 죽기 때문이다. 멸치와 조개로 맛을 낸 시원한 국물에, 청국장이 호박이나 두부와 어우러져 씹히는 맛이 담백하다.

    오 변호사는 지난 1년 사이 다시 국회의원이 되기 전으로 돌아갔다. 본업인 변호사 업무에다 환경·시민단체 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다만 방송으로는 복귀하지 않았다.

    변호사 오세훈의 청국장찌개
    “과거에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순수한 법조인이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정치권에 몸담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정치권이나 사회 현안에 대해 비판할 경우 오해를 살 여지가 커요.”

    이제 40대 중반에 들어선 오 변호사의 삶의 화두는 ‘법’과 ‘환경’ 그리고 ‘정치’다. 그에게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다만 그중 최우선적인 것을 꼽으라면 법이다. 보편적인 원칙을 정해놓고 구체적인 타당성을 추구하는 것이 법이고, 정치는 그 법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그가 생각하는 정치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한동안 정치를 다시 시작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오 변호사가 평소 손에서 놓지 않는 시집이 한 권 있다. 류시화씨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다. 그 시집에 나오는 미국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시를 가장 좋아한다. 특히 ‘정직한 비판가로부터 찬사를 받는 것, 어린아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이라는 대목은 바로 그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다. 그리고 여행과 키스와 춤을 즐기며 죽는 날 결코 후회하지 않을 삶을 그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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