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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 ③

아이다운 몸 만들면 일은 곧 즐거움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아이다운 몸 만들면 일은 곧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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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한꺼번에 고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힘쓰는 일이나 속도를 필요로 하는 일이 많으니까 시간을 갖고 고쳐가야 하리라. 우선, 내 몸이 불균형하다는 자각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겠다. 그 한 가지 방법이 왼손으로 밥 먹기다. 반찬은 오른손으로. 밥 먹는 일이야말로 천천히 할수록 좋지 않은가. 왼손으로 밥을 뜨니 조심스럽고 느리다. 양손으로 밥 먹는 모습은 내가 봐도 신선하고 재미있다. 습관을 깨는 데는 그만큼의 재미랄까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양손 식사는 아주 그만이다. 차츰 익숙해지면서 가끔 젓가락질도 왼손으로 해본다. 손놀림이 아주 서투르다. 젓가락질을 처음 배우는 어린이마냥 호기심이 생긴다. 뼈마디마디 관절 운동이 재미있고 신기하다. 그러다가도 무의식적으로 오른손 중심으로 젓가락질이 빨라지면 자신을 돌아본다. ‘무엇이 그리 급한가.’ 말하자면 젓가락 명상이다.

몸에 대해 아이 같은 호기심이 생기자 몸 이야기라면 귀가 열린다. 이웃을 만나도 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먹을거리는 물론 자연 분만과 아이들 양육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일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며 서로를 북돋우곤 한다.

명절 때 친지들이 모였을 때도 그랬다. 지난해 추석 때였다. 추석 하루 전날, 친지들이 다 모여서 송편을 함께 빚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대구에 사는 우리 조카 명선(8)이가 요가를 잘 한단다. 이게 웬 떡이냐 싶다. 몸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 명선이에게 요가 동작을 보여달라 했다. 누워서 아치 자세를 취하는데 정말이지 몸이 공처럼 휜다. 식구 모두,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오고 주문이 이어졌다. 몸을 자유자재로 휘고, 구부리고, 돌린다. 한마디로 경이롭다. 둘러앉은 김에 식구 모두 명선이를 따라 요가를 해보았다.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어머니도 함께 했다.

명선이 따라 요가를 함께 하며 절실히 깨달은 건 내 몸이 떠나 너무 굳어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몸이 부드럽다고는 하지만 여러 식구 가운데 내가 가장 몸이 뻣뻣하다. 양 다리를 벌리면 명선이는 거의 180。에 가깝다. 나도 150。 되지 않을까 싶어 따라 해보니 어림도 없다. 잘 봐줘서 90。 정도다. 조금 더 가랑이를 벌리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오면서 중심이 휘청, 뒤로 털썩 주저앉는다. 또 허리 굽혀 팔을 뻗으면 손가락 끝이 겨우 발가락에 닿는다. 아직도 농사일을 하시는 어머니도 일흔이 넘었지만 나보다 허리가 부드럽다.

명선이처럼 아치 자세를 흉내내어 보니 한마디로 가관이다. 얼굴은 피가 몰려 벌개지기만 하고 머리는 방바닥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자꾸 낑낑대봤자다. 몸치도 지독한 몸치다. 나이 50이 다 된 남자가 애처럼 누워서 낑낑대니 친지들은 즐거워한다. 명절날 친지들에게 웃음보따리를 선사한 걸로 나를 위로해야 했다.



걸레질 요가

그날 명선이와 어머니의 몸짓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몸이란 나이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나도 부드럽고 싶다. 몸이 뻣뻣하다고 후회하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가 아닌가. 청춘을 되찾기는 어렵겠지만 내 몸뚱이는 내 뜻대로 하고 싶다.

당장에 요가 책을 샀다. 요가 기본자세가 실려 있는 종이를 냉장고 문에 붙여 놓고 틈나는 대로 했다. 몸에 관심이 본격적으로 생기자 무예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전통 무예인 수벽치기를 배웠다. 그리고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태극권을 틈틈이 익히고 있다.

이제는 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일이 운동이고, 운동이 일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시간을 정해 놓고 꾸준히 운동하기는 정말 어렵다. 귀찮기도 하고 시간에 쫓길 때는 까마득히 잊기도 했다. 운동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는 없을까.

우선 몸을 알아야 했다. 몸을 많이 쓴다고 몸을 잘 아는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몸을 잘 모르면서 몸을 많이 쓰는 건 몸이 굳어지는 지름길이지 싶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시간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몸을 아는 데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책을 통해 공부할 수도 있고, 몸을 찬찬히 관찰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몸치에서 벗어나는 걸 목표로 삼으니 이론보다 몸으로 직접 해야 한다. 몸으로 익혀야 몸에 배지 않겠나. 몸을 제대로 배우고 익히고 깨닫기만 한다면 몸을 많이 쓰는 만큼 이 몸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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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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