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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의 긴급 제언

근본주의·경제주의·평등주의 조화시켜 교육갈등 풀어내자

  • 글: 안병영 연세대 교수·행정학, 전 교육부총리 ahnby@yonsei.ac.kr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의 긴급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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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영 전 교육부총리의 긴급 제언

5월7일 오후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상대평가 내신 위주 대학입시제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한 고교생들.

아울러 걱정스러운 부문이 고등교육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국제경쟁력은 그리 높게 평가받지 못한다. 그동안 양적 성장에만 힘을 쏟고, 적절한 투자와 질(質) 관리에 소홀했던 것이 주 원인이다. 무엇보다 산업계 현장의 수요에 대학이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국 교육의 빛과 그림자의 원천은 무엇인가. 바로 우리 국민의 폭발적인 교육열이다. 한국 교육이 토해낸 그간의 성과와 문제점이 모두 여기서 비롯된다고 본다. 한국인의 열화와 같은 교육열은 불과 수십년 만에 전화(戰禍)로 찌든 극빈의 저개발국을 세계 상위권 국가로 끌어올리는 놀라운 신통력을 발휘했지만, 반대로 입시경쟁과 연관된 온갖 개인적·사회적 병리현상을 낳았다.

대체로 우리는 한국 교육에 대해 자기비하적 내지는 자학적 평가를 해왔다. 그러나 우리 교육, 특히 초·중등학교에서 이뤄지는 보통교육의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다. 고등교육도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이른바 ‘토종’ 학자로 분류되는 황우석 교수가 세계를 놀라게 한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좀더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가 할일은 폭발적 교육열의 명암(明暗)을 가려 바르게 관리하는 일이다. 교육과 학습을 존중하는 사회문화 유산과 이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열정은 물꼬를 터주어 바르게 키우고 가꿔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왜곡된 교육관과 공공성, 분수, 절제를 모르고 과잉 분출하는 빗나간 교육열, 그와 연관된 온갖 사회악은 이제 단호하게 그 물꼬를 막고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교육개혁의 기본 철학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교육개혁사를 개관하면, 교육개혁의 기본 철학은 세 가지 물줄기를 그 원천으로 삼는다. 교육 본연의 목적을 강조하는 근본주의, 시장원리와 경쟁력을 앞세우는 경제주의, 사회적 형평과 통합을 강조하는 평등주의가 그것인데, 이들은 서로 각축하며 3각 구도를 형성한다.

근본주의는 도야(陶冶)를 목표로 삼고 지덕체(智德體)의 고른 발전을 강조한다. 따라서 인간과 인간의 바른 상호작용과 인간의 가치 있는 변화에 주안점을 둔다. 한마디로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노력으로 집약된다. 교육의 본질을 강조하는 이 주의는 지적 능력이나 학력의 신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성의 함양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한다.

이에 반해 경제주의는 시장주의와 엘리트주의를 전폭적으로 수용하며, 능력 신장과 경쟁력 강화라는 집약된 목표를 지향한다. 따라서 이들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경쟁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가능한 한 조기에 선발해 세계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천명한다. 대체로 이념적 자유주의자들과 사회의 보수적 지도층, 특히 경제 엘리트들이 이 이론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그런가 하면 평등주의는 대중적 관점에서 교육기회의 평등과 뒤진 자에 대한 교육적 관심을 강조하며, 공동체주의와 교육을 통한 사회통합을 지향한다. 진보적 사회세력과 민중, 그리고 과도한 시장주의의 발호를 우려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의 지지를 받는다.

따지고 보면 근본주의, 경제주의, 그리고 평등주의는 모두 중요한 사회가치들이다. 또 저마다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중 어느 것 하나를 온전히 취하고 다른 것을 통째로 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교육개혁이 균형과 조화를 바탕으로 삼는다면, 모든 교육개혁은 이 세 가치 중 어느 것을 취하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세 가치를 아우르는 조합과 조화의 문제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교육단계마다 이 세 가치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에 모아져야 한다.

그렇다면 근본주의, 경제주의, 평등주의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 혹자는 전문가의 식견을 강조하고, 혹자는 대중의 욕구와 정서를 강조한다. 정책 결정자는 양자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개혁이 지나치게 하향식이거나 상향식이어선 안 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교육개혁 과정에서 교육부문 내외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이들의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다양한 주장을 조정하고 타협을 이끄는 과정에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조화다. 과도한 이상주의는 적실성(適實性)이 약하고, 눈앞의 현실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개혁의 본지(本旨)가 흐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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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병영 연세대 교수·행정학, 전 교육부총리 ahnb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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