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호

전여옥 의원 남편의 절대농지 불법 전용·이득 전모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5-06-24 1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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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여옥 의원 남편의 절대농지 불법 전용·이득 전모
    ‘투기(投機)’의 사전적 의미는 ‘확신도 없이 큰 이익을 노리고 거래한 것’을 의미한다. 확신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극히 개인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쉽게 증명하기 어렵다. 위장전입 등 구체적인 불법사실이 드러나기 전에는 처벌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일부 언론이 제기한 부동산 투기의혹에 대해 한나라당 대변인 전여옥 의원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선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전 의원은 6월10일 해명서를 통해 “1996년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물색하던 남편에게 부동산 업자가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땅’이고 ‘땅 주인인 양모씨가 집을 지어서 소유권을 이전해주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서 계약을 했다”며 “투기의혹 운운은 가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일부 언론이 맥을 잘못 짚었다. 문제의 핵심은 투기의혹이 아니라 전여옥 의원과 남편 이모씨가 농업진흥구역(구 절대농지) 내 농지를 ‘매입→농업용 주택 건축 및 준공→경기도와 고양시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저지른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의혹이다.

    ‘신동아’는 이와 관련, 부동산등기부등본 등 관련 서류, 해당 관청 관계자, 부동산 거래 관련자를 대상으로 한 달 가까이 취재해 상당부분 불법행위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일부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다.

    기자는 이에 대한 전 의원과 남편 이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6월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전 의원은 “비록 남편 명의로 돼 있고 남편이 알아서 산 땅이지만 부부이기 때문에 함께 설명하고 책임지겠다”면서 기자의 질문에 남편 이씨와 함께 답했다.



    문제의 농지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대화동 1189-2번지 일대 2000㎡(약 605평)다. 농업진흥구역 내에 있어 농업생산이나 농지개량과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니면 농지법상 토지 이용이 엄격하게 제한된 땅이다. 농지법 제34조 ‘농업진흥구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행위’ 조항이 그 제한 규정이다.

    농업진흥구역 내에 ‘농업인 주택’을 지을 경우 바로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농업인 주택은 34조 4항에서 규정한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이 요건을 모두 갖춘 농업인이라고 해도 농업용 주택을 지으려면 행정관청의 ‘농지전용신고’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산 동구 대화동 소재 농지의 경우 동구 농지관리위원회의 확인을 거쳐 고양시장에게 농지전용을 신고해야 하고, 신고한 사항을 변경할 때도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따라서 일반인이 일산 대화동 농업진흥구역 농지에 농업인 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전 의원의 남편 이씨는 어떻게 이처럼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농지 매입과정의 불법행위

    부동산 등기부등본상 전 의원의 남편 이씨가 문제의 대화동 농지 매입계약을 체결한 날은 1996년 5월15일이다. 전 의원측에서 제시한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매입금액은 2억2000만원이고, ‘잔금지급과 동시에 토지분은 소유권을 이전키로 하고, 지상물은 준공 후에 소유권을 이전키로 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한마디로 집을 지어준다는 조건으로 땅을 팔고 사는, 좀처럼 보기 드문 거래가 이뤄진 것.

    이씨는 “계약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땅 주인이 집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1억2000만원을 별도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모두 3억4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고양시 관련 부서에 문의해보니 이전 소유자인 양모씨는 1995년 9월25일 농지 2000㎡ 중 793㎡(농가주택 99㎡, 계사 165㎡, 창고 132㎡ 기타 397㎡)의 농지전용신고를 한 상태였다. 양씨가 농민이었고, 농업용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자격요건을 모두 충족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중요한 것은 농지전용신고증이 팔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점. 양씨와 이씨의 부동산 거래가 정상적으로 처리되려면 계약에 앞서 밟아야 할 행정적 절차가 있다. 농지법상 농민이 아닌 이씨가 농지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할 구청장(일산 동구청장)에게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때 필요한 서류가 ▲농지취득자격증명 신청서 ▲농업경영계획서 ▲농지전용신고증이다.

    또 계약을 체결한 다음에는 농지전용신고증에 기재된 토지 소유자가 양씨에서 이씨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씨는 별도의 ‘농지전용 명의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이씨는 이런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 농지법 제8조와 제37조, 제42조를 위반한 것. 이는 사안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한다.

    만약 이씨가 이와 같은 행정절차를 밟았다면 농지전용신고는 자연적으로 무효 처리될 수밖에 없다. 이씨는 농지전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농업인’이라는 자격요건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씨가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대로 농지를 활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적으로 1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그만큼 농업진흥구역 내 농지는 규제도 많고 거래도 까다롭다.

    전 의원과 남편 이씨는 이에 대해 “그런 법적 절차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땅 주인과 소개해준 사람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 그냥 산 것일 뿐”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반인이 농지를 매입할 때 필요한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절차를 밟았나.

    전 의원 : “서류를 준비했다면 우리가 (그런 절차가 있는지) 알았을 것이다. 기억에 (서류를 준비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남편 이씨 : “나는 부동산 사무실에 가서 계약만 하고 왔지 다른 건 전혀 모른다. 만약 필요했다면 부동산 업자가 다 알아서 했을 것이다.”

    -전원주택과 농업용 주택에 대한 차이를 몰랐나.

    전 : “처음엔 전혀 몰랐다. 나중에 집 지을 때 이것저것 하도 복잡해서 옆집에 물어보고 알았다.”

    -양씨 명의가 아니면 집을 짓지 못한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지 않았나.

    이 : “처음에 그런 설명은 들은 것 같다. 다만 그들이 아무 이상 없이, 법에 저촉 없이 그 땅에 집을 지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게 불법이라는 것은 정말 몰랐다. 내 이름으로 바꾸면 복잡하고 그래서 그냥 양씨 이름으로 하는 줄 알았다. 솔직히 그 땅을 소개해 준 사람이 ‘자유로와 일산 사이에 있으니까 전원주택 지어서 살다보면 땅값도 오르고 그러지 않겠냐’고 해서 그냥 산 거다. 그건 부인하지 않겠다.”

    실제 땅 주인의 교묘한 불법행위

    이씨와 양씨의 부동산 거래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또 하나의 불법행위가 숨어 있다. 이씨가 구입한 농지는 등기부등본상 양씨 명의로 돼 있지만 실제 주인은 따로 있다. 일산 토박이 땅부자로 알려진 H씨다. 이씨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람도 바로 H씨다. 하지만 계약서상에는 대리인으로 돼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부동산 거래시점이다. 김영삼 정부는 1995년 7월1일부터 부동산 거래에서 차명을 금지하는 부동산실명제를 전격 시행하면서 1996년 6월30일까지 1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이 기간에 타인 명의로 된 부동산을 실소유주 이름으로 실명화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 정부는 그러면서 유예기간에 실명화하지 않은 채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명의신탁해지를 가장해 매매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벌칙규정을 뒀다.

    전여옥 의원 남편의 절대농지 불법 전용·이득 전모

    전 의원 남편의 농지 매매 계약서 사본.

    H씨는 바로 이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H씨는 유예기간인 1996년 5월15일 명의신탁된 양씨 명의의 부동산을 실명화하지 않고 이씨에게 매각했다. H씨 처지에서는 유예기간이 지난 후 불법거래를 하다가 적발되면 훨씬 중한 벌칙을 받기에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만일 이씨가 이를 알고도 계약을 체결했다면 불법행위를 방조하거나 그에 동조한 셈이다.

    5년 동안 구멍난 행정관청의 농지관리

    농지법 제41조 ‘전용허가의 취소’ 조항에 따르면 전용허가 취소 사유 가운데 이런 항목이 있다.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한 후 농지전용 목적사업과 관련된 사업계획의 변경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2년 이상 대지의 조성, 시설물의 설치 등 농지전용목적사업에 착수하지 않거나 농지전용목적사업에 착수한 후 1년 이상 공사를 중단한 경우’다.

    이씨가 1996년 5월 농지를 샀을 때는 이미 대지조성 작업이 어느 정도 된 상태였다. “땅을 살 때 가보니까 그 사람들이 집을 지으려고 이미 농지 600평을 전부를 다 메워놨더라”는 게 이씨의 기억이다.

    이후 2001년 10월경 건물을 짓기 시작할 때까지 만 5년4개월간 이 농지는 그대로 방치됐다. 전 의원은 “땅을 판 사람들이 집을 지어주기로 한 기한이 2년인데 이를 어기고, 또다시 연장해준 2년의 기한을 지키지 않아 너무 속상해서 한동안 가지 않았다. 사기 당했다는 생각도 들고 너무 화가 나서 잊어버리고 있자고 그랬다”고 말했다.

    “한동안 방치하다가 바로 옆집 사람들이 ‘거기다가 뭘 좀 심어 먹어도 되겠냐’고 물어봐서 그냥 그러라고 했다. 파도 심고 그랬다”는 게 남편 이씨의 부연설명이다.

    관련법대로라면 전용허가 취소에 해당한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관할관청인 고양시와 당시 일산구청은 아무런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농지 수용 알고도 농가 불법 신축

    우연의 일치일까. 이씨의 농지에 건물을 신축한 시기와 준공허가, 지목변경 시점이 이 지역 개발 및 수용과정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수년째 방치되던 이씨 명의의 농지에 공사가 시작된 것은 2001년 10월경이다. 같은 해 1월 경기도가 한류우드(관광숙박문화단지) 예정부지를 발표한 지 9개월 후의 일이다. 그리고 경기도가 발표한 사업계획대로라면 사업 예정부지에 포함된 이씨의 농지는 2~3년 내에 수용될 예정이었다.

    경기도의 한류우드 개발사업은 2000년 7월19일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문화관광부가 계획을 발표한 이후 2001년 1월31일 입지선정, 2001년 7월23일 문광부 주요추진사업 보고, 2002년 2월19일 농림부와 국토이용계획변경(농업진흥구역 관련) 협의 완료 등 사업이 빠르게 진행됐다. 실제로 경기도는 2003년 1월부터 부지 매입을 시작했고, 경기도에서 위탁받은 지방공사는 2003년 2월부터 1년간 수용예정지 물건조사를 벌였다.

    전 의원과 이씨가 농지에 주택을 짓고 실제 입주한 것은 2001년 12월 말이다. 이들이 이곳에서 산 기간은 2003년 10월 말 현 거주지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현대홈타운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까지 1년10개월 남짓.

    이씨가 일산구청에 건축물 기재신청 및 준공신청을 접수한 것은 같은 해인 2003년 2월7일이다. 지방공사가 수용예정지 물건조사를 벌이기 시작할 때까지 이씨의 주택은 준공허가도 받지 못한 상태였던 것. 그러다 4월1일에야 최종승인이 나왔고, 2개월 후인 6월23일 지목이 답에서 대지로 변경됐다. 전 의원과 이씨는 지목이 변경된 지 5개월도 채 되지 않은 때 이사했다.

    지방공사로서는 반가울 리 없다. 대지의 가격이 답보다 세 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공사는 2004년 5월 이씨의 땅 가운데 지목이 대지로 변경된 793㎡(240평)에 대해서는 평당 230만~240만원씩 약 5억6000만원에 보상해줘야 했다. 답으로 계산했을 때보다 4억원 정도 많은 금액이다.

    전여옥 의원 남편의 절대농지 불법 전용·이득 전모

    경기 고양시 대화동 한류우드 개발예정지 일대. 전여옥 의원의 농가가 철거돼 지금은 잔재만 있다.(좌) 지적도선 안쪽이 한류우드 개발부지. (우)

    또한 남은 답 283㎡(85평)에 대해 평당 70만~80만원씩 땅값 약 6000만원, 그리고 건물보상금 1억원 등 이씨의 농지에 대해 지방공사가 보상한 금액은 총 7억2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보다 앞서 이씨의 농지 중 일부(924㎡)가 킨텍스(한국국제전시장) 진입로로 편입돼 2003년 11월 고양시에 수용됐다. 이때 고양시에서 받은 보상금은 1억8800여 만원. 결국 이씨는 대화동 땅 보상금으로 모두 9억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3억4000만원을 투자해 8년 만에 5억6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지방공사 관계자는 “수용지에서 2~3년 이내에 지목이 변경된 건수는 3건 정도인데, 수용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지목이 변경된 것은 이씨 소유의 농지가 유일하다”면서 “어떤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억세게 재수가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이씨는 거주하는 주택을 수용당한 데 따른 보상차원에서 경기도가 한류우드 단지 내에 조성한 택지를 공시지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올해 안에 특별분양받을 예정이다. 지방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처럼 보상을 받게 될 가구는 모두 40가구인데 대부분 사업가나 회사원 등이고 농민은 거의 없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우연의 일치’가 발생한다. 이주자 택지분양 혜택 대상은 보상계획 공고일 이전부터 건물을 소유하고 거주한 경우에 한한다. 전 의원과 이씨는 양씨 명의로 농가를 지어 2003년 6월1일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친 후 10월 말경 영등포로 이사 간다. 그런데 지방공사의 보상계획 공고일은 같은 해 9월23일이었다. 기막힌 타이밍이다.

    전 의원과 이씨는 “전원생활을 하면서 살고 싶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고, 원 소유자가 약속했던 집을 지어준 것일 뿐”이라면서 “그리고 이렇게 빨리 수용될지 몰랐다”며 의도성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이씨는 다만 “농지에 집을 지으면 지목이 변경되고, 그에 따른 이익이 있을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그건 알고 있었다. 옆집 사람이 ‘이미 (농지전용) 허가가 난 땅인데 왜 안 짓냐’고 하기도 했다. 그때는 이 사람(전 의원)이 정치할 거라고 생각 안 했다. 아파트도 두세 배 올랐는데, 그렇게 많은 이득을 본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사실 김한길(당시 문광부 장관)씨가 한번 그런(관광숙박시설 개발계획) 이야기를 했다. 그게 어디냐고 그랬더니, 이쪽 동네라고 하더라. 그러다가 또 무슨 이유로 없던 일이 됐다는 등 오락가락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집을 지은 후에 알았다. 우리가 보는 신문에 안 났던 것 같다. 신문에 났으면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광부와 경기도는 2001년 1월31일 일산 대규모 숙박문화단지 선정 확정발표를 했고, 중앙일간지 대부분은 이를 수도권 주요기사로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양씨 명의로 집을 짓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농업용주택 준공허가 및 명의이전 과정의 불·편법

    “농지전용에 따른 주택이나 건물 준공 때 토지소유자와 명의가 다르면 허가가 나지 않는다. 절차상 잘못된 것이다. 농지전용 명의변경을 해서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고양시 농지업무 담당자의 이 같은 설명대로라면 양씨의 명의로는 농업용 주택 준공허가가 날 수 없다. 그리고 명의를 이씨로 변경해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을 경우 농지전용신고는 사실상 무효가 될 게 뻔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씨는 요건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

    이런 문제는 해당 관청에서도 서류상으로 충분히 사전 검증이 가능하다. 등기부등본상 농지 소유자는 이씨다. 또 전 의원과 이씨는 이 집으로 이사오면서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옮겼다. 담당 공무원이 준공허가를 내주기 전에 실제 누가 거주하는지 현장 확인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고양시는 엉뚱하게 계사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등 사소한 이유로 건축물 준공신청을 여러 차례 반려했다. 그러자 이씨는 편법을 동원했다.

    “그 계사가 속을 썩였다. 준공허가를 받으려고 동네에서 닭 30마리 정도를 구해서 계사에 넣어 사진을 찍어 보내니까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파주 어딘가 닭 도매하는 곳에 가서 한 마리에 3000원씩 100마리, 한 차 분량을 사다가 풀어놓은 적이 있다. (건축물 준공허가 받으려고) 그렇게는 했다”는 게 이씨의 말이다.

    고양시는 결국 2003년 4월1일 양씨 명의로 제출된 건축물기재신청 및 준공 최종승인을 받아들였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미스터리다.

    한편 이씨는 양씨 명의로 준공허가가 난 농가와 창고, 계사 등 건축물 3개동을 2003년 6월1일, 매매형식을 빌려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이는 엄연한 불법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 변호사의 이야기다.

    서인겸 변호사는 “실제 소유자와 매입자가 합의하에 제3자인 양씨의 이름을 빌려 건물을 건축해서 소유권을 이전할 경우 부동산실명제법상 명의신탁 위반”이라면서 “이 경우 불법이거나 무효등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농가의 소유권이 이전됐을 경우 이씨는 “농업인 주택으로 사용한 지 5년 이내에 비농업인에게 매도할 경우에는 용도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농지법시행령 제60조의 규정에 따라 용도변경 승인신청을 해야 한다. 이씨는 이조차 무시했다. 그리고 1년 후 경기도와 고양시에 보상을 받고 땅과 건물을 넘겼다.

    담당 공무원은 이에 대해 “용도변경 승인은 건축물이 준공된 이후에 밟는 절차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신고하기 전까지는 행정기관에서 알 수 없다”고 전제한 뒤 “그래도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형사고발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2004년 비례대표 재산등록 누락

    전여옥 의원은 2004년 4·15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할 때 재산신고 과정에서 문제의 일산 대화동 부동산을 일부 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등록 당시 재산은 모두 26억9800여 만원이었다.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의도적이었던 건 절대 아니다. 남편 명의로 돼 있었고, 그 부동산이 모두 수용돼 보상을 다 받은 것으로 착각해서 빠뜨린 것 같다”고 해명하고 “그때 받은 돈은 모두 증권에 집어넣어 국회의원 재산신고 때 다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지방공사가 전 의원의 대화동 대지와 농지, 주택을 수용한 시점은 2004년 5월3일이다. 총선 후 20일 가량이 지난 시기다. 어떻게 자신이 바로 직전에 살던 집을 수용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전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 직후인 2004년 7월 첫 번째 공직자 재산등록 때 모두 26억5200여 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선거 직전 신고한 재산과 불과 4000여 만원 차이다. 그렇다면 5월3일 경기도 지방공사에서 받은 약 7억원의 돈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비례대표 후보등록 당시 재산을 누락한 것과 관련 “공소시효를 떠나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포죄에 해당하는지는 검토해봐야겠지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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