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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期’ 맞는 대한민국 해병, 그들만의 세계

“국적 포기? 우린 재수, 3수하며 ‘빨간 명찰’ 달러 간다, 필승!”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1000期’ 맞는 대한민국 해병, 그들만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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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3년 징집제도가 완전폐지(제주도 및 도서지역 상근예비역은 예외)되면서 해병대의 모든 병력은 100% 지원자로 채워진다. 이를 두고 해병대 장병들은 “한 명의 지원자는 열 명의 징집자만한 가치가 있다”며 스스로 우수성을 뽐낸다.

1000기 신병 모집 합격자들은 6월21일부터 해병대 교육훈련단(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 5박6일의 가입소기간을 보낸 뒤 6월27일 6주간의 신병교육을 시작한다. 그리고 오는 8월5일 수료식을 마치고 1000기 해병으로 탄생한다.

한국 해병대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병력 규모는 2만7000여 명(장교 2000여 명, 부사관 4300여 명, 병 2만700여 명). 해병대를 보유한 57개국 중 미국(17만4000명), 프랑스(3만3900명), 대만(3만명)에 이어 네 번째다. 북한의 경우 상륙군 운용능력 및 장비가 탁월한 해군 소속 특수부대 ‘해상저격여단’ 등 해병대 기능을 하는 병력이 7700명 선이다.

2개 사단과 1개 여단을 갖춘 한국 해병대는 부대 규모 면에서도 3개 원정군으로 이뤄진 미국, 3개 사단급의 대만에 이어 세계 3위. 더욱이 상륙작전 수행능력은 미국·영국 다음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부대 사단본부 경비를 해병대 중대급 병력이, 바그다드의 주(駐)이라크 한국대사관 경계 및 방호를 소대급이, 주(駐)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카불 소재) 경계 및 방호를 분대급이 맡아 언제 어떤 유형의 테러행위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파병 국가 병력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라식수술까지 하는 지원자들

타군에 비해 훨씬 적은 병력에도 막강 전투력을 갖춘 ‘강소군(强小軍)’ 해병대. 그 인기는 가히 상한가를 달린다. 주지하듯, 해병대는 수륙양면에서 전투할 수 있도록 특별히 편성된 부대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격렬하기 짝이 없는 첫 전투 신(scene)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보듯, 앞에는 적, 뒤로는 바다가 버티고 있는 극한상황이 바로 해병대가 맞닥뜨려야 할 전장(戰場)이다.

상륙작전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 그런데도 병력과 장비, 물자의 추가지원은 불가능하다. 상급 부대나 인접 부대, 후속 부대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여건에서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일단 적 해안에 상륙하면 그야말로 배수진을 쳐야 한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되돌아올 수 없는 법. ‘광란의 사선(死線)’에서 살아남으려면 싸워 이겨야만 한다.

그렇기에 훈련강도는 셀 수밖에 없다. 신병교육기간은 6주. 함상견학에 1주일이 소요되는 해군과 기간이 같고, 육군과 공군보다는 1주가 길다. 그런데도 매월 2회씩 연간 24개 기수를 뽑는 신병 모집엔 지원자가 끊이지 않는다. 한 기수는 대략 500명 선. 만 18∼25세의 고졸 또는 동등 이상 학력소지자로 신체등위 3급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다. 선발전형은 서류전형(고교생활기록부)과 면접, 신체검사 및 체력검정으로 이뤄진다. 복무기간은 24개월. 육군과 같고, 공군(28개월)과 해군(26개월)보다 짧다. 1950∼70년대엔 30∼36개월을 복무했지만, 1993년 이후 26개월로 줄었고, 2003년부터는 현 복무기간이 적용돼왔다.

지원율이 높다보니 해병대에 합격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2004년 지원율은 3.5~5대 1. ‘재수’ ‘삼수’를 하는 신세대가 허다하다. 한번 재도전할 때마다 1점씩 가점된다. 이 때문에 2회 이상 재도전해 합격하는 사례가 2004년 기준으로 기수별 평균 47%에 이른다. 오죽하면 “해병대 경쟁률이 일류대 입시보다 높다”는 조크가 나올까. 실제로 2005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평균경쟁률은 4.97대 1이었다. 심지어 2003년엔 ‘16전17기’로 입대에 성공한 ‘전설의 신병’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6월15일 현재, 1000기 신병 507명의 신상명세는 베일에 가려 있다. 하지만 이들이 6월21일 가입소한 뒤 그 면면이 조금씩 공개되면 그들의 선임병들처럼 수많은 화젯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물론 기수마다 30∼40명은 가입소기간 중 정밀 신체검사 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본인의 심경 변화에 따라 귀가조치된다. 이렇듯 해병대 입대는 자발적 의지에 달려 있다. 시력이 좋지 않은 열성 지원자는 라식수술을 한 뒤 입대하기도 한다.

새로움 창조하는 강인한 생명력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해병대를 택하기는 부사관이나 장교도 마찬가지. 6월25일 소위 임관을 앞두고 교육을 받고 있는 사관후보생 100기(교육기간은 부사관 교육과 같은 14주. 해병대에선 이를 ‘신분전환교육’이라 한다) 188명(여성 6명) 중에도 ‘개성 만점’의 인물이 적지 않다. 특히 타군이나 해병대에서 이미 병역을 마친 ‘재입대파’가 많다.

손상명(육군 2사단), 이동길(육군 1사단) 후보생은 육군 병으로 전역했고, 박현석(28) 후보생은 육군 중위 출신이다. 한상진 후보생은 해군 부사관 출신, 박태상·장훈상·정현식·이은찬 후보생은 모두 해병대 병으로 제대했다. 이효명 후보생은 사관후보생 99기로 임관한 오빠 이민오 소위와 함께 ‘남매 해병’이 됐다.

태권도 선수이자 사범 출신인 이대철(23), 프로권투선수 출신인 홍영수(24) 후보생을 비롯한 체력파에다, 자동차 경주 심판원으로 활동하며 레이싱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윤석빈(28) 후보생 같은 이색 경력 소유자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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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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