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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期’ 맞는 대한민국 해병, 그들만의 세계

“국적 포기? 우린 재수, 3수하며 ‘빨간 명찰’ 달러 간다, 필승!”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1000期’ 맞는 대한민국 해병, 그들만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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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期’ 맞는 대한민국 해병, 그들만의 세계
왜 해병대인가. 쉽고 편한 것만 좇는다는 요즘 젊은이들이 그토록 해병대를 열망하는 이유는 뭘까.

“해병대에는 새로움을 창조해내는 강인한 생명력 같은 것이 있다. 신병 모집에 잇따라 떨어질 때 우울과 낙담이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새로운 의지가 생겨났다.”

일곱 번 도전한 끝에 1000기 신병으로 입소하게 된 박제성(20·광주시 금호동)씨는 “고교 때 좀 ‘노는’ 바람에 출석률이 좋지 않아 계속 떨어진 것 같다”며 “그 시절의 나태함이 후회스러워 지난해 6월 대학을 한 학기만 마치고 휴학한 뒤 해병대 병 모집 전형에 응시하면서 자동차 범퍼 제조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왔다”고 했다. 그의 형 현수씨도 해병대 제1사단에서 포병으로 복무 중이어서 이들은 ‘형제 해병’이 된다.

역시 1000기로 입소할 대전의 김영상(19) 군도 다섯 번 시도한 끝에 합격했다. 하지만 13차례의 도전 끝에 합격했으나 합격 발표 이전에 입영영장이 나오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육군으로 입대한 대전의 나모(21)씨같이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병역의무를 기피하려 한국 국적마저 포기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 요즘이지만, 해병대에선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997기 장호재(22) 훈련병은 영국 국적과 홍콩 시민권이 있음에도 해병대에 입대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그는 입대 전 골드만 삭스 한국지사에서 근무했다.



6월9일 빨간 명찰 수여식에서 만난 장 훈련병은 “나는 결코 영국인, 중국인이 아니다. 죽어도 한국인임을 포기하기 싫었다”며 “훈련이 다소 힘들긴 했지만, 강한 한국인임을 잊지 않으려 입대한 만큼 내 진정한 뿌리가 어딘지 분명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6월17일 수료식을 마친 뒤 해병대 제1사단 보병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DI와 훈련병은 ‘일촌(一寸)’

이른바 ‘기수발’에 죽고 산다는 해병대의 끈끈한 결속력은 해병대 교육의 본산인 교육훈련단에서 시작된다. 민간인을 해병으로 탈바꿈시키는 ‘해병 만들기’의 주역은 ‘DI(Drill Instructor)’라 부르는 훈련교관. 해병대 훈련교관과 훈육요원은 타군과 달리 100% 부사관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병보다 우위의 체력과 정신력을 가져야 하는 만큼, 엄선된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그래서 해병대 전투병과 하사는 한결같이 DI를 꿈꾼다.

DI는 실무부대 경험이 3년 이상이고 하사 이상인 부사관 가운데 근무평정과 체력, 품행이 뛰어난 이들이 선발된다. 일반인도 익히 아는 ‘빨간 모자’가 그들이다. 훈련병에겐 때로 공포와 경계의 대상이자, 때론 엄정하면서도 속정 깊은 맏형 같은 존재다. 특히 타군에 비해 장교 비율이 7.1%로 낮고 진급마저 적체돼 만성적인 장교 부족 현상을 겪는 해병대에선 그 공백을 메우는 부사관의 역할이 매우 크다(육군 장교 비율 8.6%, 해군 14%, 공군 14.6%).

해병대 지원자 중엔 체력에 자신 있는 이도 여럿. 반대로 내성적이고 유약한 심성을 ‘개조’하려는 이들도 상당수다. 이들 또한 DI의 지도에 따라 혹독한 교육과정을 거친 뒤론 해병대 특유의 가족적 단결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어느새 상관의 명령이라면 죽음도 마다않겠다는 강한 충성심과 형제애와도 같은 동료의식으로 무장된다. 특히 훈련병은 물론 부사관후보생과 사관후보생도 절대 피해갈 수 없는 ‘극기주’ 훈련은 졸음과 허기를 달래며 정해진 훈련을 낮밤으로 받아야 한다. 그 정점인 천자봉 행군은 해병대 창설 당시 ‘해병 1기’ 수료를 기념해 사령관 이하 전 병력이 경남 진해의 천자봉을 오른 이후 부동(浮動)의 전통으로 굳어졌다. 이 무렵이면 누구나 한계에 달한 자신의 육체를 정신력으로 지탱해가며 ‘해병의 길’을 깨닫게 된다.

해병대에서 쓰는 고유의 용어도 그들만의 일체감 형성에 한몫 한다. 점호는 ‘순검’, 식판은 ‘츄라이’, 취사병은 ‘주계병’, 퇴소식은 ‘수료식’, 자대(自隊)는 ‘실무부대’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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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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