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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의 酒黨千里 ⑦

도자기업체 광주요가 만든 ‘화요(火堯)’

“싼 소주 비켜라!” 당찬 장인정신으로 빚은 ‘XO급’ 쌀 소주

  • 글: 허시명 여행작가, 전통술 품평가 soolstory@empal.com

도자기업체 광주요가 만든 ‘화요(火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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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업체 광주요가 만든 ‘화요(火堯)’

①감압증류기. 발효시킨 술을 탱크 안에 넣고 증류한다.②고두밥을 찌는 자동기계. 쌀을 씻고 불리고 찌는 것을 한번에 처리한다.③소주로 증류하기 전 상태의 발효주.

화요의 경쾌하고 고운 기운은 첫 번째는 쌀에서 온 것일 테고, 두 번째는 감압증류에서 온 것일 게다. 쌀은 보리나 고구마처럼 강렬한 향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당연히 그러하고, 감압증류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전통 방식은 상압증류다. 상압에서 물은 100℃에서 끓고 알코올은 78℃에서 끓는다. 압력을 낮춘 감압상태에서는 40~50℃에서도 알코올이 증발한다. 감압증류를 하면 술에서 탄내가 거의 나지 않고 술맛이 경쾌하면서 뒷맛이 가벼워진다. 이 경쾌한 맛이 젊은층에게 호감을 주기 때문에 근자에 양조장에서 감압식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

증류 소주가 ‘왕따’ 당하는 까닭

41도 화요의 향을 맡아보니 콧속에 전류가 흐르듯 찌릿하다. 아세톤에서 느껴지는 휘발성 알코올향이 강렬하고 자극적이다. 순간 아득해지는 느낌. 소주의 향을 즐긴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지극히 낯선 경험이다. 한입에 털어넣고 “카아!”, 삶의 쓴맛이라도 대신하는 양 토해내는 탄성이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본디 소주란 오크통에서 무르익은 위스키처럼, 포도향을 끌어올린 브랜디처럼 향긋한 몸내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그런 소주 향과 무관하게 살아왔다. 41도 화요는 소주 본래의 몸내가 어떤지를 보여주는 술이다.

우리는 값싼 소주에 익숙해 ‘원샷’이나 ‘병나발 불기’를 즐긴다. 하지만 이는 너무 독한 술버릇이다. 위스키를 병째 주문하고 원샷 하는 것은 위스키 종주국에서도 보기 어려운 풍습이라지 않은가. 값싼 소주를 아낌없이 먹다보니 생긴 버릇이다. 진로소주를 많이 마시는 일본인들도 진로소주를 그대로 마시지 않고 물과 반반씩 섞어 마신다. 대체로 25도 소주가 12~13도 수준의 칵테일로 소비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소주가 독한 술로 인식돼 있지 않다.



문 전무도 41도 화요는 스트레이트로 딱 한 잔만 마실 것을 권한다. 그리고 얼음과 1대 1로 섞어 마시는 ‘온더로크’를 권한다. 따끈한 물과 화요를 6대 4의 비율로 섞어 마시면, 향과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고 한다. 화요는 이런 음용 방법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고 있다.

증류식 소주는 원래 소주의 대명사였고, 전통소주의 본령이었다. 1965년에 곡물로 소주를 빚지 못하게 되면서, 희석식 소주가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지금의 대형소주 회사들도 예전에 증류식 소주를 만들었는데, 제도 때문에 희석식 소주 회사로 전환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들이 증류식 소주를 아예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전북 하이트주조에는 보배 시절인 1990년대 초부터 만들어온 증류식 소주로 ‘옛향’ ‘천지’가 있고, 경북 금복주에는 ‘운해’ ‘안동소주 25’ ‘제비원’, 충남 선양주조에는 ‘휘모리’ ‘청담’, 진로에는 ‘레전드’가 있다. 이렇듯 증류식 소주가 제법 있는 편이지만, 소주 회사에서는 희석식 소주 시장을 잠식할까봐 증류식 소주를 띄우지 않는다. 마케팅 현상으로 카니발리즘(cannibalism·자사의 신제품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경쟁사 제품 시장을 빼앗는 게 아니라 자사의 기존제품 판매량을 감소시키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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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시명 여행작가, 전통술 품평가 soolstory@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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