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호

류상태 前 대광고 교목의 한국교회 고발 직격탄

“개신교는 다른 종교 존중하고, 목사는 ‘종놈’ 노릇에 충실하라!”

  • 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입력2005-07-11 13: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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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상태 前 대광고 교목의 한국교회 고발 직격탄
    인터뷰를시작하자마자 “나를 더는 목사라 부르지 말라”고 당부한 류상태(49)씨. 류씨는 지난해 서울 대광고 교목실장으로 재직시 ‘학내 종교의 자유와 예배 선택권’을 주장하며 단식으로 학교에 맞서 싸운 강의석군을 지지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 그가 한국 주류 개신교(이하 개신교)에 전면전을 선포해 화제다.

    최근 한국 개신교와 목사들에 대한 쓴소리를 담은 ‘한국 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삼인)라는 제목의 책을 낸 그는 “칼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했다. 중앙대 철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1985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숭의여중과 대광중고등학교에서 교목실장을 지낸 류씨는 ‘강의석군 사건’ 여파로 지난해 대광고 교목실장에서 직위해제됐다. 그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교단에 목사직을 스스로 반납한 후 지난 3월초 액세서리 노점상으로 나섰다.

    -굳이 노점상을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얼마 안 되는 퇴직금에 손댈 자신이 없었으니까요. 만약 그 돈으로 일을 벌였다가 본전도 못 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밑천이 별로 안 드는 액세서리 노점상을 시작한 겁니다.”

    -장사는 잘되나요.



    “힘들죠. 하루 매상이 1만~2만원인 적도 있고 많아야 4만~5만원이에요. 노점상을 하면서 그동안 학교와 교계에 갇혀 지내느라 모르던 세상살이를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대화의 주제가 노점상에서 우리나라 개신교가 당면한 문제로 옮겨가자 조용한 말투와 온화한 미소는 사라지고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배타성과 독선으로 덧칠한 우리나라 개신교는 언제 공중폭발할지 모른 채 날고 있는 결함투성이 비행기와 같습니다.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비행기는 서둘러 연착륙시켜야 해요. 비행기를 탄 승객(신도)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니까요. 저 또한 20년을 목사로 살면서 한국 교회의 잘못된 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비겁하게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나는 겁쟁이였다”

    한국 개신교가 처한 상황과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뻔히 알면서도 침묵했다는 류씨. 그는 “어려서부터 유난히 겁 많은 소년이었다”고 고백했다. 컴컴한 밤에 마당 끝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에 갈 때마다 늘 무서움에 떨었고, 아버지보다 키가 더 자랐을 때도 그 두려움은 여전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한국 개신교와 목사를 향해 ‘칼’을 빼든 계기는 무엇일까.

    “소심하고 용기 없던 제가 지난해에는 투사처럼 살았어요. 2004년 6월16일 아침, 의석이가 교내방송을 통해 폭탄선언을 했어요. ‘우리나라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미션스쿨이라고 해서 학생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예배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고요.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듭디다. ‘나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몹시 두려웠죠. 대단한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솔직히 도망갈 데가 없어서 의석이 편에 섰던 겁니다.”

    류씨가 잠시 말문을 닫았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다시 입을 연 그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바른 소리를 외치는 제자를 외면할 수 없었어요. 학교측이 제자에게 취한 부당한 조처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나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싶지 않았어요. 의석이가 교내방송 이후 22일 만에 제적을 당한 날, 밤새워 고민하다가 새벽에 학교 홈페이지에 학교의 결정(제적)에 반박하는 성명서를 올렸어요. 그런데 출근길에 라디오를 듣는데,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제가 쓴 글(성명서)을 소개합디다. 순간 ‘아, 이제는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한국 개신교에 대해 할 말이 많았지만 ‘밥줄’ 때문에 미적거리며 꾹 참고 살았는데, 이제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가슴에 묻어둔 쓴소리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겁니다. 만약 그 사건이 없었더라면 지금도 학교에 남아 ‘조용히’ 살고 있겠지요.”

    -강의석군을 지지하기까지 적잖이 고민했을 법한데요.

    “물론 어려웠죠. 많이 고민했고요. 무엇보다 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라는 짐이 무거웠어요. 제 나이 마흔여덟에 고희를 넘긴 어머니와 전업주부로만 살아온 아내, 그리고 대학생, 고등학생인 두 딸. 가족 모두의 얼굴이 어른거렸죠.”

    -지금도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까.

    “전혀요.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 개인은 행복합니다. 양심에 거리끼지 않으니까요. 가족이 걸리기는 하지만 지금 죽어도 좋을 만큼 여한이 없습니다. 평생 가슴에 묻어뒀을, 어쩌면 죽어서 무덤까지 갖고 갔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으니까요.”

    ‘다름’과 ‘틀림’ 구별해야

    -목사직에 대한 미련은 없습니까.

    “없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 그러니까 한국 개신교의 개혁과 관련해 할 말을 죄다 하고 살 수 있게 한다면 모르겠지만 ‘입 닥치고 가만히 목사나 하라’고 한다면 천만금을 준다 해도 안 할 겁니다.”

    -강의석군이 얼마 전 휴학(서울대 법학과)했던데요. 더러 연락하고 지냅니까.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연락하고 얼굴을 봐요. 의석이는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는데 제가 이렇게 돼서 미안하다고 합디다. 휴학을 한 것은 그냥 쉬고 싶기 때문이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했어요.”

    그의 아내는 지난 3월초 파출부로 나섰다. 하루 8시간씩 주 3일 일하고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60만원. 고정수입은 아내가 벌어오는 돈이 전부다. 아내와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내는 자신이 파출부로 나선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렸지만, 류씨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며 아내를 설득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가족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말끝을 흐렸다.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화제를 돌렸다.

    -한국 개신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배타성이라고 봐요.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지 못하고 나와 다른 모습을 한 상대를 모두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거든요. ‘나만 옳다’는 사고방식이 교계를 분열시켰어요. 장로교는 예장, 기장으로 갈라졌고, 예장은 다시 합동, 고신, 통합으로 갈라졌어요. 한국에는 장로교 교파만 100개가 넘습니다. 교파의 난립을 다양성으로 봐야 할지 배타성의 결과물로 봐야 할지 냉정하게 판단해야지요.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교회가 점점 세속화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하고 싶던 말을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살았기 때문일까. “날마다 면도를 하는 번거로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는 류씨는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한국 교회는 역사성도 결여돼 있어요. 유신독재 시절, 소수의 깨어 있는 교회와 기독교인만이 목숨을 내놓고 정의와 진리를 위해 앞장서 싸웠습니다. 대부분의 교회, 특히 정통교단의 대표 교회임을 자처하는 대형 교회들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어요. 그들은 ‘세상일’에 관심을 갖기보다 ‘하늘의 일’에 신경 써야 한다면서 교세를 확장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젖어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목사와 장로, 집사의 구분은 직제의 구분일 뿐 신분의 차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목사는 교회에서 목회나 교육의 전문가로서, 장로는 행정을 담당하는 자로서 그 전문성이나 연륜을 인정받은 것이지 신도 위에 군림하고 그들을 다스리고 지배할 권한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거든요.”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목사는 구약에서 말하는 ‘기름 부음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목사는 평신도와 구분돼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과 보호를 받는 특권계층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가르치는 사명을 위탁받고 하느님의 자녀(신도)를 섬기는 자가 목사입니다. 평신도 위에 군림할 권리가 없어요.”

    그는 “한국 교회가 성서 문자주의에 사로잡혀 하느님의 뜻을 왜곡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세가 너희 마음의 완악함을 인하여 아내 내어버림(이혼)을 허락하였거니와 본래는 그렇지 아니 하니라’는 성서구절을 예로 들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구절에 대해 ‘하느님께서 허락한 가정은 숭고하다. 그러니 아내와 남편이 각각 책임을 다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무슨 일이 있어도 이혼만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만약 아내(남편)를 가혹하게 학대하는 남편(아내)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최선을 다했지만 도무지 해결방법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무조건 참고 부부관계를 유지해야 옳을까요?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도저히 안 맞으면 ‘이혼’할 수도

    류상태 前 대광고 교목의 한국교회 고발 직격탄

    목사직을 스스로 반납하고 액세서리 노점상으로 나선 류상태씨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얼마 전 한국 개신교의 대형 교단 총회장을 지낸 목사가 “여자가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갈 수 없다”는 발언을 해 교계에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여성의 ‘생리’를 부정한 것으로 보는 구약의 성서 구절을 근거로 이러한 주장을 펼친 것이다. 류씨는 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지금도 성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 ‘여자는 목사나 장로가 될 수 없고 강단에서 설교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문자적’으로는 분명 성서에 남녀 차별과 인종 차별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성서가 시대의 산물임을 무시한 채 ‘문자 그대로’ 읽는 것은 스스로 하느님의 영광을 훼손하는 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봐요.”

    류씨는 목사를 ‘종놈’이라고 표현했다.

    “한국 개신교는 서둘러 대수술을 받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는 중병에 걸렸어요. 대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괜찮습니다. 염려 마세요. 알약 몇 개만 먹으면 깨끗이 나을 겁니다’라고 말하는 종놈은 목사짓을 할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기꾼이라 해도 틀리지 않아요. ‘종놈’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낯설고 어색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목사는 하느님의 종입니다. 종이라는 단어 뒤에는 ‘님’이 아닌 ‘놈’자가 어울립니다. ‘종놈’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당장은 욕을 얻어먹더라도 환자를 들쳐 업고 병원으로 가야지요.”

    -대수술이 필요한 중환자는 누구입니까.

    “중환자로서 치료받아야 할 일차 대상은 신도가 아니라 한국의 개신교와 타성에 젖은 목사와 장로입니다. 기상 캐스터가 태풍이 몰아쳐 오는 것을 뻔히 내다보면서도 속히 대피하라고 하지 않고 ‘안전하다, 평안하다’고 외친다면 그건 책임회피를 넘어 용서받지 못할 범죄 행위지요. 지난해 말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 쓰나미가 좋은 예입니다. 지진 발생 후 과학자의 정보가 일부 국가의 관계부처에 전달됐지만 관광수입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자들이 그것을 애써 무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잖아요. 거짓 평안을 외치기보다 대피하라고 했어야 옳은데 말이죠.”

    예수 자리에 오르려는 목사들

    류씨의 쓴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세졌다. “한국 개신교계의 공격이 두렵지 않나”고 묻자 그는 “오히려 그들이 딴죽 걸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목사는 예수의 자리에 오르려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직 목사에게, 또는 미래의 목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목사 지망생에게 ‘목사는 네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너는 정말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살며 모든 사람을 하느님의 자녀로 보고 평생 종놈의 자세로 그들을 섬길 수 있느냐. 그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요즘 목사가 괜찮다는데 나도 목사나 돼볼까 하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일러주고 싶어요. 그런데 일부 목사는 ‘목사는 하느님이 세우셨으니 잘못이 있어도 하느님이 알아서 한다’고 주장해요. 이런 생각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종의 책임회피지요. 이같이 주장하는 목사야말로 기독교인을 ‘개독(안티 기독교인들이 일컫는 ‘개 같은 기독교’의 준말)’ 또는 ‘무뇌아’로 만든 장본인이죠.”

    “요즘 목사들이 일으키는 ‘스캔들’에 대해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류씨가 한국 목사들에게 공개적으로 던진 질문이다. 류씨는 “한때 내 동료였던 목사들과 함께 이 문제를 냉정하게 되짚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2003년 말 한국 교계에 몹시 수치스러운 사건이 발생했어요. 인천의 장○○ 목사. 교계에서는 ‘에어컨 목사’라고 부릅니다. 한 기독교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던 장 목사가 죽었어요. 교계의 거물이 세상을 떠났으니 각 일간지는 일제히 부고를 실었죠. 한국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인물답게 화려한 경력소개와 함께 말입니다.”

    교계뿐만 아니라 언론계에서도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꼽는 ‘에어컨 목사’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장 목사의 사망 원인에 대해 언론보도(2003년 12월3일자)는 제각각이었고 사건의 진실과도 거리가 먼 것이었다.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전국지가 장 목사의 부음 기사를 실었다. ‘국민일보’를 제외한 다른 언론사들이 전한 장목사의 사인(死因)은 과로사였다. ‘국민일보’는 ‘교회연합 헌신 장○○ 목사 소천’이라는 기사에서 “인천 ○○교회 장○○ 목사가 1일 밤 10시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로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고 보도했다.

    자위행위는 자연스러운 신체 리듬

    그런데 ‘중앙일보’에는 장 목사 사망과 관련해 ‘두 종류’의 기사가 실렸다. 27면에는 ‘장OO 목사 별세’라는 부음 기사가 장 목사 사진과 함께 실렸고, 사회면(10면)에는 ‘간통 들킨 목사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일 오전 1시5분쯤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 S오피스텔 9층에서 간통현장을 들킨 인천 P교회 목사 장모씨가 3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당시 오피스텔에 함께 있던 김모씨의 남편이 간통 현장을 급습하기 위해 문을 두들기며 들이닥치자 몸을 피해 베란다 에어컨에 10여 분간 매달려 있다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며칠 후 ‘중앙일보’는 27면 부고란에 실린 장 목사가 사회면의 ‘간통 목사’와 동일인으로 밝혀지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편집국 관계자에 따르면 “사회면 기사의 경우 추락사건을 취재한 기자도 장 목사가 기독교단체의 대표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이니셜 처리가 돼 있어 편집국 내부에서 사전에 파악하기가 어려웠다”면서 “부음 기사를 작성한 문화부 기자는 P교회측의 ‘과로사’ 보도자료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왜 P교회 신도들이 장 목사를 순교자로 만들면서까지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했겠습니까. 그 사건이 교회의 약점이 되고 교회를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만약 목사가 아닌 일반 신도였다면 결코 순교자로 만들지 않았겠지요.”

    -목사뿐만 아니라 타 종교 성직자들도 여신도와 불미스러운 관계를 맺은 사실이 종종 드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요.

    “사람이니까 누구나 실수할 수 있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어떻게 처신하느냐는 것입니다.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기보다 ‘다윗은 첩이 많았다’고 변명하거나 ‘목사의 잘못에 대해서는 신도가 아닌 하느님이 벌을 내린다’고 얼버무리기 일쑤입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슬그머니 없던 일로 만들어버리는 거지요. 그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결국 인간의 본능인 성욕을 참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인데요.

    “성은 생명입니다. 생명은 거룩한 것이고요. 인간에게는 식욕과 성욕이라는 생존본능이 있지 않습니까. 음식을 잘못 먹으면 배탈이 나고 몸이 상하는 것처럼 성욕도 잘못 표출되면 상한 음식을 먹은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결국 목사가 성욕을 자제하지 못해 목숨까지 잃는 사고가 터진 거지요.”

    류씨는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면서 “성에 관한 문제로 고민하는 기독청년들을 위한 조언”이라고 덧붙였다.

    “‘기독교인이 자위행위를 하면 죄가 되는가’라는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이가 많아요. ‘자위행위는 곧 죄’라고 주장하는 보수적인 교회도 적지 않고요. 보수교단은 부부 외의 어떠한 성적 행위도 부끄러운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동성애와 마찬가지로 자위행위도 죄가 된다는 거지요. 자위행위 동기가 음욕에서 생겨난 것이므로 자위행위 과정에 음욕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지만 자위행위는 자연스러운 신체 리듬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자위행위 자체가 신앙적으로 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자위행위의 원인인 성적 충동은 건강한 젊은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고 또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성적 충동은 결코 죄가 아니며 오히려 하느님께서 건강한 젊은이들에게 장차 매력적인 상대를 만나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준비시키기 위해 주신 선물이지요. 성적 충동과 음욕은 엄연히 다릅니다. 자위행위는 죄가 아닙니다. 오히려 죄의식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한다면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성서에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이미 그 마음으로 간음죄를 지었다(마태 5:28)’는 구절이 있지 않습니까. 이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젊은 청년이 매력적인 여성을 보고 느끼는 본능적인 차원의 성적 충동은 죄가 아닙니다. 그러나 배가 고프다고 해서 빵을 훔쳐 먹겠다는 마음을 품으면 그것은 미처 실행에 옮기지 않았거나 미수에 그쳤다 하더라도 마음으로 빵을 훔쳤기 때문에 실제로 훔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미 마음으로 죄를 지은 것이지요.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는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목사가 고쳐야 할 그릇된 사고방식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자신을 하느님과 교인의 중간자 위치에 놓는 것입니다. 목사들은 ‘하느님의 말씀이 절대적이므로 그 말씀을 전하는 나도 절대적’이라면서 신도에게 자신의 말을 하느님 말씀으로 받아들이도록 은연중 강요하는 경향이 있어요. 더 큰 문제는 이런 언행이 반복될수록 목회자나 신도 모두 자주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는 점이지요.”

    얼마 전 J목사가 한 세미나에서 토해낸 발언이 교계에서 화제가 됐다. J목사는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여자 빤스(팬티)’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J목사가 ‘여자 빤스를 벗겨도 된다’고 말했다”고 소문이 퍼졌다. 그러자 당사자인 J목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며 그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다음은 류씨가 밝힌 J목사의 해명 중 일부다.

    “최근 목사와 여신도 사이에 성적인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목사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나는 가만히 있는데 여신도가 유혹한 탓’이라고 변명한다. 그래서 내가 ‘그런 변명은 있을 수 없다. 세상에 목사가 빤스를 벗으라고 하면 안 벗을 여신도가 어디 있겠냐’고 하면서 목사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맥락에서 한 발언일 뿐이다.”

    류씨는 “J목사의 해명이 더 걸작이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J목사의 해명을 살펴보면 더 큰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목사가 빤스를 벗으라고 하면 여성 신도 대부분이 빤스를 벗을 정도로 목사의 권위가 대단한 것이므로 함부로 남용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J목사는 자신의 해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즉 ‘목사가 벗으라면 벗는다’는 권위적인 사고방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거죠. 만약 목사의 요구에 아무런 거부감 없이 ‘빤스를 벗을’ 정도로 맹종하는 신도가 있다면 목사와 마찬가지로 중환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 개신교 관계자와 젊은 기독청년들은 내가 왜 목사의 스캔들을 까발리는지 그 속뜻을 헤아려줬으면 합니다.”

    J목사의 ‘여자 빤스’ 해명 발언

    서울에서 대전 방향으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톨게이트를 지나기 전에 로켓처럼 생긴 건물이 눈에 띈다. 하늘을 향해 금방이라도 솟아오를 듯한 웅장한 석조교회. 그는 이 교회를 볼 때마다 쓴웃음이 난다고 한다.

    “로켓 모양이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신도를 모두 로켓에 태우고 천국으로 날아오르리라는 건축가의 발상이 아니었을까요. 이 교회 건물을 볼 때마다 ‘그래, 당신들끼리 잘 가시오. 당신들은 이 세상보다 저 하늘을 꿈꿀 테니까’ 하고 혼잣말을 하죠. ‘죄로 물든 이 세상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고 우리의 본향은 천국’이라는 생각이 개신교를 현실도피적인 종교로 전락시켰어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현실에 대한 무책임으로 나타난다면 곤란합니다.”

    -한국 교회가 점차 대형화하고 있는데요.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교회의 건물이 대부분 주중에는 쓸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요. 예배드릴 장소가 부족하다고 교인들에게 반강제로 헌금을 받아 번듯하게 지은 교회에 어려운 이웃에게 할애하는 공간은 거의 없어요. 할애하기는커녕 함께 쓸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요. 교회는 문을 활짝 열어야 해요. 집회가 없는 주중에는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으로 개방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열기를 토해낼 수 있는 콘서트홀로,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교회 문을 열어놔야지요. 교회를 어려운 이웃이 쉴 수 있는 쉼터로 개방하지 않으면 조만간 을씨년스러운 건물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요?”

    교회에 다니는 신도라면 ‘헌금’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독교인 중 일부는 ‘교회에서도 헌금을 많이 해야 사람대접을 받는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대화의 주제를 헌금으로 옮겼다.

    -헌금 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수입 중 10분의 1을 바쳐야 한다는 십일조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기독교인이 많은데요.

    “십일조 헌금을 받아내기 위해 ‘하느님의 것’이라느니 ‘안 내면 도둑질하는 것’이라고 신도를 압박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운영과 선교사업 등을 위해 소득의 10분의 1을 기준으로 정하고 헌금하자’고 정직하게 호소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조직이든 운영비가 필요하듯이 교회도 교역자나 사무원에게 생활비를 지급하고 건물을 관리하는 데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 돈은 구성원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거죠. 교회의 운영비를 조달하기 위해 십일조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는 있지만 반강제로 거둬서는 안 됩니다.”

    류씨는 “십일조로 인해 고민하는 신도가 적지 않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2003년 그가 학교에서 받은 본봉은 월 140만원. 이런저런 수당을 합치면 그보다 많지만 십일조 금액을 정할 때 수당은 뺐다. 본봉에 당시 주일마다 모 교회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한 데 따른 소득 70만원을 보태니 210만원이었다. 이 금액의 10분의 1인 21만원을 십일조로 헌금했다. 이듬해 교회의 파트타임을 맡지 않아 수입도 줄고 그 교회에도 나가지 않게 되자 십일조 헌금을 하지 않았다.

    “저더러 ‘온전한 십일조를 하지 않았다’고 힐난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헌금은 세금처럼 의무적인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내는 돈입니다. 온전한 십일조를 강조하는 교회가 있다면 그 교회는 다니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교회는 잇속만 챙길 가능성이 큽니다. 기독교인이 교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기독교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2003년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한국 종교현황에 나타난 종교별 인구 분포를 보면 불교가 26.3%로 가장 많고, 개신교 18.6%, 천주교 7%, 유교 0.7%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 중 종교 인구 비율은 52.6%이며 비종교인 비율은 47.4%로 조사됐다.

    목사 세습은 ‘권력의 맛’ 때문

    류상태 前 대광고 교목의 한국교회 고발 직격탄

    지난 3월 국토대장정에 나선 류상태씨와 강의석군. 류씨는 지난해 대광고 교목실장 재직시 ‘학내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며 단식투쟁한 강군을 지지했다가 직위해제당했다.

    -대형교회 신도가 중소교회에 비해 크게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대형 교회 성장의 그늘에는 수많은 작은 교회의 피와 땀이 묻어 있습니다. 실제로 대도시나 중소도시를 막론하고 200~300명 규모 이하의 교회는 거의 성장을 멈췄거나 교인 수가 줄고 있는 실정입니다. 신도들이 작은 교회를 기피하기 때문이죠. 성전 건축이나 증측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주일날 교회 봉사활동에 대한 강요 같은 문제로 골머리 앓기 싫은 거죠.”

    -대형교회의 담임목사 세습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요.

    “속된 말로 장사가 잘되니까, 은퇴할 나이가 돼도 손 털고 물러나기가 쉽지 않은 거지요. 세습 문제로 고민하는 저명한 교회의 담임목사들에게 할 말이 참 많아요. 그들은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식이 안 맡으면 교회가 무너진다고 믿는 건지, 도대체 세습이라뇨? 목사가 왕인지 예수인지 묻고 싶습니다.”

    -목사가 세습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세습의 유혹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진짜 속내는 대형 교회 목사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야인으로 물러나면 도무지 살아갈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권력의 달콤한 맛을 알기 때문이죠. 자식이 뒤를 이어 목사가 되면 물러나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죠. 많은 사람에게서 손가락질당하고 신도들의 저항을 받으면서도 세습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세습은 자식도 망치고 교회도 망하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조금 다른 얘깁니다만, 대형 교회 목사의 월급은 얼마나 됩니까.

    “자세히는 모릅니다. 1990년대 초 서울 강남의 한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판공비가 연 1억원이라고 들었습니다.”

    -웬만한 교회는 목사에게 집과 자동차를 제공하지 않습니까.

    “어디 집과 자동차뿐입니까. 전기·전화요금, 난방비, 자동차 보험료와 유지비, 자녀 학비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비용을 교회가 부담합니다. 신도 수가 100명이 넘는 교회 중 규모가 작은 개척교회를 빼고는 대체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 중 일부는 술 문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를 죄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류씨는 “술은 그저 술일 뿐 그 자체가 악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돈은 돈일 뿐, 돈이 선이나 악은 아니지 않습니까. 돈이 선한 데 쓰이면 선한 것이고 나쁜 데 쓰이면 나쁜 것처럼,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술을 마신다면 문제될 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술에 대한 빗장을 완전히 푸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아요. 음주운전, 술과 폭력, 알코올중독과 정신장애 등 술 때문에 발생하는 불상사가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입니다.”

    ‘학교종교자유를 위한 시민연합’ 실행위원으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는 류씨는 인터넷 카페 ‘불거토피아(불로소득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모임)’ 운영을 통해 점점 세속적으로 변하고 종말론적 환상주의에 젖어가는 한국 교회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4시간 가까이 ‘속엣말’을 다 털어놓았다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꿈이 뭐냐”고 물었다.

    “우리나라 기독교가 그 지독한 독선과 배타성을 극복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진정 아름답게 가꾸는 생생한 종교로,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를 밝고 맑게 만드는 생동적인 교회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한 교회의 은빛 십자가에 “살아 있는 동안 내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내가 하느님 품에 안기기 전에 그런 교회를 볼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하던 류씨의 얼굴이 오버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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