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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인터뷰

한국죽음학회 최준식 교수의 사후세계 체험기

“그들은 강 저편에서 ‘돌아가라’는 계시를 들었다”

  • 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사진: 김형우 기자

한국죽음학회 최준식 교수의 사후세계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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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미국의 갤럽 조사를 보면 미국 성인 800만명, 즉 20명 중 한 명꼴로 적어도 한 번은 근사 체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가한 사람들은 주변의 비웃음을 살까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털어놨다. 이렇듯 많은 사람이 근사 체험이라는 공통된 경험을 갖고 있지만, 이 체험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분분하다. 무의식 상태의 환자가 산소결핍 상태에서 겪는 환각이나 꿈이 아니냐는 과학자들의 해석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재 근사 체험에 관한 연구는 현실 체험설(근사 체험설 자체가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주장)과 뇌내 현상설(근사 체험의 이미지는 뇌의 측두엽에서 일어나는 환각작용의 일종이라는 주장)의 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죽음의 문턱에 닿았던 많은 사람이 비슷하게 경험한 것은 혹시 환상이 아닐까요?

“근사 체험이 환상에서 비롯됐다면 어떻게 사람들이 혼수상태에서 목격한 장면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겠습니까.

예를 들어, 일본의 한 청년이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근사 체험을 하고 소생한 뒤 자신이 아주 아름다운 곳에 있는 할머니와 사촌동생을 봤다고 진술했어요. 친척들은 죽은 할머니를 봤다는 사실에는 수긍했지만, 멀쩡히 살아 있는 동생을 봤다고 하니 ‘꿈을 꾼 게 아니냐’고 반문했지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몇 시간 뒤 사촌동생이 청년의 오토바이 사고 직전에 숨졌다는 전화가 걸려온 거예요.

이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근사 체험이 사실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에요. 환상이 현실과 일치할 확률이 그토록 높을까요?”



-꿈도 현실과 가끔 일치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꿈과 근사 체험은 확연히 구분됩니다. 꿈은 일관성이 전혀 없지만, ‘근사 체험’은 95% 정도 비슷한 내용을 갖고, 일관적으로 진행되거든요.”

-LSD(향정신성의약품의 하나) 복용 후 경험하는 환각상태와 근사 체험이 비슷하다는 미국 학자들의 연구결과도 있는데요.

“LSD를 복용하면 일상과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1960년대 초반,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리처드 앨버트와 티모시 레어리는 LSD 복용자들이 체험한 환각상태가 티베트의 ‘사자의 서’에 묘사된 죽음 뒤 세계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지요. 그러나 두 체험이 비슷하다고 해서 환각과 죽음을 체험한 사람들이 보는 세계가 동일하다고 규정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실제인가, 환각인가

2002년 네덜란드 의료진은 근사 체험과 환각의 관계를 고찰하는 논문을 한 편 발표했다. 심장마비 뒤에 의식을 회복한 평균 62세의 환자 344명 중 18%만이 근사 체험을 보고했다는 것. 근사 체험이 뇌의 산소결핍에서 비롯된 환각이라면 모든 환자가 반드시 근사 체험을 했어야 한다는 게 의료진의 논리다. 이 결과는 아직 환각이론이나 현실체험설로 근사 체험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각국에서 보고된 근사 체험이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개신교 신자가 근사 체험 중 마리아의 모습을 본 경우는 없었다. 불교 신자는 ‘빛과의 만남’ 단계에서 흔히 부처의 모습을, 개신교 신자는 주로 예수의 모습을 본다고 한다.

근사 체험에서 문화적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장벽과의 만남’ 단계다. 이 단계에서 영혼은 귀환을 할지 혹은 저승으로 갈지를 결정한다. 아랍인에겐 이 장벽이 사막의 형태로 나타나고, 폴리네시아 섬 사람들에겐 넓은 바다의 형태로 나타난다. 일본인의 경우 보통 강을 본다. 한국인의 경우는 아직 연구된 바 없지만 일본인과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라는 게 최 교수의 생각이다.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른 장면을 목격한다는 것은 결국 근사 체험이 개인의 환각에서 비롯된다는 얘기가 아닐까요?

“해석의 문제예요, 그건. 똑같은 영상을 봐도 문화에 따른 자신의 경험에 비춰 해석을 내리는 거지요. 비슷한 인물이 예수, 마리아, 부처, 어머니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겁니다.”

-근사 체험은 죽어가는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입니까? 죽었다 살아난 모든 사람이 근사 체험을 한 건 아닐 텐데요.

“우리가 꿈을 꿨다고 다 기억하는 것은 아니죠? 비슷한 이치입니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 사람 중 근사 체험자의 비율은 10% 정돕니다.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10% 정도 높고요. 평소에 꿈을 잘 기억하고 영적 능력이 강한 사람이 근사 체험을 기억하는 확률도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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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사진: 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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