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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책하고 놀자

금서(禁書)의 사회사 ‘홍길동전’ ‘유토피아’

  • 글: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kafkajs@hanmail.net

금서(禁書)의 사회사 ‘홍길동전’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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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를 통해 본 현실

‘유토피아’를 쓴 토머스 모어는 1478년에 태어나 1535년에 죽었다. 영국의 개혁 지향적인 정치가이자 대문장가로 이름을 날렸다. 여러 모로 허균과 닮았다. 헨리8세가 전처와 이혼하고 앤과 결혼하자 교황은 이 결혼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국왕을 파문하겠다고 한다. 헨리8세는 가톨릭과 결별하고 영국 왕이 교회의 교주임을 선언한다. 가톨릭 신봉자이던 토머스 모어는 대법관직을 사퇴하고 새로운 왕후의 대관식에도 불참한다. 이듬해 전처 소생의 왕위 계승을 금지하고 새 왕후 소생에게 왕위 계승권을 인정한다는 법이 의회를 통과한다. 토머스 모어는 이 법안에 동의한다는 선서를 할 것을 명령받는다. 토머스 모어는 그것이 가톨릭 교리에 위배되고 교황의 권위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국왕은 즉시 그를 감금하고 1535년에 반역죄로 기소해 사형선고를 내린다. 그는 사형 집행리에게 “내 목은 대단히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라 이르고 당당하게 죽었다.

1516년에 나온 ‘유토피아’에서 시민은 누구나 농업에 종사해야 한다. 사유재산제를 폐지해 부자와 가난한 자, 노동계급과 사용자 사이에 차이가 없다. 부의 축적도, 빈부 격차도 없는 평등한 사회를 구현한다. 여자와 남자를 가릴 것 없이 똑같이 하루에 오전, 오후 각각 3시간씩 노동하고 공동주택에서 함께 산다. 누구나 좋은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진료받고 치료받을 수 있으며 생필품은 무료로 배급받는다. 국가가 베푸는 교육 기회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열려 있지만 카드놀이와 주사위놀이 그리고 사냥은 금지된다.

‘유토피아’는 영국의 군주제와 농업말살 정책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당시 귀족과 지주들은 양모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농토를 목초지로 바꾸고 소작인들을 내쫓았다. 토머스 모어는 한 작중인물의 입을 빌려 이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유토피아’는 그리스어 ‘u(없다)’와 ‘topos(장소)’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어디에도 없는 땅이란 뜻이다. 현실에 없는 이상향, 영원히 실현 불가능한 사회라는 함의를 머금은 용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실을 ‘유토피아’에 비춰봄으로써 현실을 전체적, 근본적, 실체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조지 오웰의 ‘1984’는 ‘유토피아’와 완벽하게 대응하는 작품이다.



“책은 살해될 수 없다”



조선의 허균이나 영국의 토머스 모어는 당대의 진보적 정치가이자 사상가이며 문필가였다. 두 사람 모두 시대를 너무 앞질러 갔기에 제 명(命)을 다하지 못했다. 그들이 쓴 책들은 ‘금서’로 묶여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금지하면 할수록 더욱 갈망한다. 한 모로코 작가는 “책은 살해될 수 없다. 제 스스로 살고 죽는다. 일단 꽃병이 깨지면 생명의 파편들은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목소리들은 달아나 모험의 길을 간다. 금서가 있는 곳에 항상 새로운 정신적 만남과 혁명과 향연이 있다”고 썼다.

불에 태워도 살아남는 게 책이다. 금서라는 가시면류관을 쓰고 시련을 견뎌내고 살아남아 고전이 된 책들을 기리며 이 글을 쓴다.

신동아 200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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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kafka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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