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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종석 낙마’ 유도 의혹

비공식 경로로 ‘정상회담 제의 묵살설’ 유포…“교체하라” 직접 요구도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미국, ‘이종석 낙마’ 유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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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월간조선’의 기사 내용은 이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었다. “(이 차장의 보고누락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정 장관이 분노했으며, 2월말 방한한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정 장관을 만나 ‘이 차장이 있는 한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강력히 항의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또한 ‘월간조선’은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4월의 두 차례 조사가 실은 미국측의 정상회담 제의 묵살 의혹 때문에 불거진 것이었다고 전했다. 4월 말 이 차장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이에 대한 해명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미묘한 시점, 미묘한 정황

이 기사에 대한 NSC의 반응은 이례적일 만큼 강했다. 기사가 나간 직후 NSC 사무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혀 사실무근임. 이 차장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 대한 보고누락, 정상회담 관련 청와대 ‘조사’, 해명성 방미 부분도 모두 사실과 다른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NSC는 “기초적인 사실조차 왜곡한 허위보도를 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에 대해 필요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7월 중순 현재 해당기사는 같은 호의 다른 기사들과 달리 ‘월간조선’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없다.

NSC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실무부처 일각에서 이 기사를 주목한 것은 우선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비슷한 소문이 미국측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여러 차례 나왔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이미 복수의 미국측 인사에게서 ‘교차확인’한 셈이었던 것. 더욱이 미국측이 처음 정상회담을 제의했다는 ‘지난 1월말’이라는 시점의 의미심장함도 개연성에 힘을 실었다. 이때는 NSC가, 한미연합사령부가 추진하던 작전계획 5029-05 작성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미국측에 통보한 직후였다. 이 무렵 펜타곤과 청와대 NSC의 관계가 상당히 심각했다는 것은 당국자들 사이에선 ‘만인공지의 사실’에 가깝다.

청와대 내에서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한 NSC의 대응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수면으로 떠오르던 시점 또한 이 무렵이었다. NSC 자체적으로 이에 대해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때이기도 했다. 더욱이 2월10일 북한이 핵 보유 선언을 하자 미국에선 즉각 대북제재 방안이 흘러나왔다. 때문에 ‘사정을 좀 아는’ 이들로서는 이종석 차장이나 NSC 입장에선 여러 모로 정상회담 조기 개최가 달갑지 않았을 만한 정황이 있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려웠다.



‘월간조선’의 기사를 분석해보면 해당기사의 주요 취재원 가운데 하나는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임을 알 수 있다. 기사는 6월7일 유 의원이 정동영 장관을 상대로 한 대정부질문을 길게 인용하며 기사 내용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 가운데 하나로 사용하고 있다. 유 의원의 질의는 “NSC에 대한 4월의 조사가 정상회담 제안 묵살과 관련해 보고체계를 조사한 것 아니냐”는 요지였다. 유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월간조선’ 기사는 우리 방과 긴밀한 협조를 거친 것이 맞다. 기사를 쓴 기자도 취재를 통해 이미 들은 적은 있는 것 같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 방에서 상당부분 제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4월의 ‘조사성 회의’가 정상회담 관련내용을 조사하기 위해 열렸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두 차례 열린 회의에서 정상회담 관련의제는 제기된 적도, 논의된 적도 없다는 것이 당시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전언이다. NSC나 이종석 차장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견지해왔으며 4월 회의에서 ‘검사’에 해당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의 설명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교적 중립적인 위치에서 상황을 분석하는 관계자들도 “4월 회의에서는 ‘전략적 유연성’에 논의가 집중됐을 뿐, 정상회담 관련 이야기는 논의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보고를 받지 못한 정 장관이 이 차장을 불러 분노했다’는 내용 또한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사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대화에 속하는 것이라 정 장관과 이 차장 두 사람 외에는 아무도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긴 하지만, 기사에 언급된 2월 시점에 두 사람의 관계엔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며 오히려 상당히 긴밀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4월의 ‘조사성 회의’에서 정 장관이 사실상 이 차장의 편을 들어준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으냐는 것. 또한 이미 작계 문제나 전략적 유연성 문제로 강하게 비판받고 있던 이 차장이 과연 그러한 사실을 대통령이나 정 장관에게 장기간 보고하지 않았겠냐는 반문은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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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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