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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종석 낙마’ 유도 의혹

비공식 경로로 ‘정상회담 제의 묵살설’ 유포…“교체하라” 직접 요구도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미국, ‘이종석 낙마’ 유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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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의 언론 플레이?

물론 모든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은 아니다. 우선 복수의 소식통은 미국측이 정상회담 관련 이야기를 처음 꺼낸 것이 1월말 마이클 그린 백악관 NSC 선임보좌관이 방한했을 때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한다. 단지 ‘월간조선’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친서’ 형식은 아니었고 ‘아이디어 교환’ 차원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청와대 NSC와 펜타곤 사이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커졌던 지난해부터 정부 여러 곳에서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교차확인을 통해 분명해진 또 하나의 사실은 지난 봄 롤리스 부차관보가 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종석과는 함께 일 못하겠다. 교체할 수 없겠느냐”고 대놓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때 롤리스 부차관보는 “NSC가 한미 양국이 합의한 내용에 대해 자꾸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말이 바뀌는 상대와는 일할 수 없지 않냐”며 이종석 차장을 매우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이른바 ‘NSC의 정상회담 제의 묵살의혹’의 내용 가운데 미국측과 관련된 이야기는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교차 확인되지만, 청와대 내부의 상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거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는 점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묵살설’ 자체가 미국측 관계자에게서 출발한 데다, 같은 내용이 일부 실무부처 관계자들이나 정치권 인사 등을 거쳐 나온 때문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4월 조사에 정상회담 관련사안이 포함됐다’는 부분이다. 앞서 이야기한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실 관계자는 “그 내용은 우리측에서 먼저 ‘월간조선’ 기자에게 전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종석 낙마설’이 힘을 얻던 5월 무렵 미국측 관계자들이 자신들과 비교적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들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NSC에 비판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에게 ‘묵살설’을 흘렸다는 사실, 롤리스 부차관보가 정동영 장관에게 ‘이종석 교체’를 요구했다는 사실은 사뭇 의미심장하다. 과연 이러한 미국 정부 인사들의 움직임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레 제기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 무렵 청와대 NSC와 펜타곤의 관계는 매우 좋지 않았고, 지난해 연말부터 올 상반기에 이르기까지 미국측 관계자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NSC와 이종석 차장이 “사실상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비판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서두에서 살펴본 것처럼 4월과 5월 무렵 대단히 ‘공격적’이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5월 초 미국을 방문해 펜타곤의 한반도 담당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비록 익명이라고는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기사화하겠다는 것을 인터뷰하기 전에 알렸는데도, 책임 있는 자리의 관리들이 매우 강도 높은 톤으로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과 관련해 NSC를 비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한다. 펜타곤 인사들이 이종석 차장의 낙마(落馬)를 염두에 두고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기사 쓰기가 매우 조심스러웠다는 설명이다.

펜타곤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10월 노 대통령의 LA 발언 이후 이종석 차장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 애쓴다”는 몇몇 청와대 관계자의 말과 관련 있는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그 준비과정에서 NSC가 소외되다시피 했던 LA 발언 등을 통해 노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인 독자행보 견지’에 뜻을 두고 있음을 명확히 하자, 이 차장이 이후 실무부처 관계자들과 협의하는 자리에서 ‘자주파’적인 발언의 수위를 높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1년 가까이 진행 중이던 작계 5029 작성 작업에 뒤늦게 강력히 제동을 건 일처럼 상반기 중 펜타곤과 강한 파열음을 빚은 일련의 분위기도 이와 관계가 깊다는 것이 NSC 안팎의 해석이다. 물론 이 차장의 ‘달라진 모습’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국측에 전달됐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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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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