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한국 최고의 특산품 마지막회

‘염장 지르기’로 옛맛 되살린 안동 간고등어

비린내 싹 가신 뽀얀 속살에 점잖은 양반 나리도 군침 ‘꿀꺽’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사진 양영훈 기자

‘염장 지르기’로 옛맛 되살린 안동 간고등어

3/4
하지만 계획했던 대로 고등어시장의 10%를 차지한다고 해도 수익성이 좋을 것이라고는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고등어를 비롯한 생선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즉 고등어 어획량에는 한계가 있어서 갑자기 수요가 폭증해도 거기에 맞춰 제대로 공급물량을 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삼은 것이므로 안동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에는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시장과 정부의 총력 지원

실제로 (주)안동간고등어는 회사 창립 이래로 지역의 전통문화 발굴에도 적잖이 기여했다. 한겨울에 얼음을 채취해 석빙고에 저장하는 의식인 장빙제(藏氷祭)를 재현했는가 하면, 향토학자들의 고증을 거쳐 바지게꾼과 등짐장수가 간고등어를 운송하던 옛 광경도 복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안동석빙고보존회, 안동간고등어보존회 등의 전통문화 보존모임을 결성했다.

류영동 대표가 안동 간고등어에 대한 사업구상을 구체화할 무렵인 1999년 4월, 때마침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했다. 이를 계기로 ‘안동’지역에 대한 국내외적인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그는 안동에 대한 폭발적 관심을 마케팅으로 연결하기 위해 고심한 끝에 ‘안동’이라는 지명을 함께 팔아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래서 상표도 ‘안동간고등어’로 정했다. 하지만 안동 간고등어의 맛을 어떻게 제대로 내느냐가 큰 문제였다. 그래서 40년 넘게 안동에서 간잽이를 해온 이동삼씨를 스카우트했다.

사업 아이템이 안동지역의 문화에 뿌리를 둔 덕택에 안동과학대학과 안동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안동과학대학은 약 9개월에 걸쳐서 포장용 비닐팩을 개발하고 안동 간고등어의 로고와 포장재를 디자인했다. 지금은 널리 보급됐지만, 당시만 해도 생선을 비닐팩에 포장한 것은 안동 간고등어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안동시에서는 1999년 가을, 첫 시판을 앞둔 간고등어를 지역 특산품으로 지정하여 판촉을 지원했다. 오늘날에도 안동시의 시정설명회나 홍보행사에는 간고등어가 빠지지 않고 특산품으로 소개된다. 안동시장은 손님이 찾아오면 무조건 안동 간고등어 정식을 대접하고, 명절 때마다 지인들에게 안동간고등어 한 세트를 선물로 보낸다고 한다. 이처럼 안동 간고등어는 기업과 대학, 그리고 관청이 하나로 힘을 모아 탄생시킨 작품이었다.

(주)안동간고등어의 류영동 대표는 1999년 추석 직전에 1000손(2000마리) 분량의 간고등어 시제품을 주요 백화점의 바이어에게 보냈다. 모두 안동 간고등어의 맛과 포장방법에 좋은 반응을 나타냈다. 뒤이어 백화점과 할인매장 등에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불과 넉 달 만에 4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듬해인 2000년 7월부터는 홈쇼핑 판매를 시작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한 홈쇼핑업체에선 안동 간고등어가 최고 히트상품의 하나로 선정됐을 정도였다. 그 결과 2000년 24억, 2001년 78억, 2002년 116억, 2003년 170억, 2004년 228억원으로 매출액이 수직상승했다. 올해의 목표 매출액은 300억원 이상이다. 출시 6년 만에 무려 100배가 넘게 급성장함으로써 시쳇말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사들인 고등어가 안동간고등어 공장에서 브랜드를 달고 탈바꿈하면 대체로 값이 곱절이 된다. 산술적으로는 50%의 이윤을 남기는 셈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생각했던 만큼 이문이 큰 장사는 아니다. 해동(解冬)부터 출하까지 간고등어가 상품으로 만들어지려면 열 번 이상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공정이 사람의 손이 가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안동시 일직면 송리에 자리잡은 안동간고등어 제1공장을 찾아 간고등어의 가공과정을 살펴봤다. 현재 안동간고등어의 공장장을 맡고 있는 간잽이 이동삼씨의 안내를 받았다. 최신식으로 지어진 공장 내부로 들어서니 맨 먼저 고등어 수천마리가 물속에 잠겨 있는 대형 수조가 눈에 들어왔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냉동상태로 운반된 고등어를 해동시키는 곳이다.

약 4시간의 해동 과정을 거친 고등어는 옆쪽의 도마에 올려진다. 흰색 위생복과 장화로 깔끔하게 차려입은 아주머니들이 능숙한 칼 솜씨로 고등어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제거했다.

3/4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사진 양영훈 기자
목록 닫기

‘염장 지르기’로 옛맛 되살린 안동 간고등어

댓글 창 닫기

2021/05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