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列國志 兵法 ⑧

오(吳)·초(楚) 전쟁의 희비 쌍곡선

전략전술로 압승, ‘복수무정’에 자멸

  • 박동운 언론인

오(吳)·초(楚) 전쟁의 희비 쌍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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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합려왕은 혈기가 지나친 모험이라고 보아 허가하지 않았다. 한편 왕제 부개는 이상야릇한 용기에 들떠서 직속 장병에게 외쳤다. “오늘 내가 목숨을 내놓고 분전하면 반드시 적을 격멸하고 초의 서울을 점령하게 될 것이다. 틀림없다. 장병 여러분도 내게 목숨을 바치고 대공을 세우라.”

그러고는 직속부대 5000명을 거느리고 독단으로 돌격을 개시했다. 적군의 붕괴는 예견한 그대로였다. 먼저 적의 보병대가 흩어져 도주하더니 전차대도 방향을 돌렸다. 오왕 합려는 그 광경을 바라보다 승기의 도래를 확신, 전군에 총돌격을 명령했다.

반면 초군은 군사조직이 아니라 오합지졸에서 도망꾼 집단으로 변모했다. 초의 사령관 자상은 퇴각에 도망을 거듭하며 멀리 정나라로 도주하고 말았다. 애당초 부패분자, 욕심꾸러기를 가문만 믿고 총사령관에 임명한 것부터 잘못된 처사였다. 초나라 소왕(昭王)은 장강으로 빠져나가 배를 얻어 타고는 우선 동정호 기슭의 갈대밭에 숨었다.

왕제 부개가 독단적으로 돌격했음에도 합려왕이 승기를 포착해 전군 총돌격을 명령한 것은 전투의 원칙이자 군사의 상식에 부합한다. 본시 유럽의 강대국 군대와 구 일본군은 동일한 싸움터에 투입된 병력의 어떤 일부가 독단이건 우연한 상황에 의해서건 돌격을 이행하면 여타 부대도 함께 돌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한편 구 중국의 장제스(蔣介石) 군대는 인근의 어느 한 구분대가 독단에 의해서나 사전연락 없이 돌격을 시작하면 보고도 모른 체하고 합세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러다 결국은 각개격파 끝에 총체적 패망을 자초했다. 장제스 군대의 속물 장교들은 2500년 전 합려왕의 상식에도 미달한 우매한 무리였던 셈이다.



백거의 싸움에 대한 후일담이 남아 있다. 자상에게 그릇되게 건의했던 대부 사황은 패전을 확인하자 “심윤술의 현명한 계략을 방해하여 전군을 패퇴케 한 책임은 내게 있다”고 뉘우치면서 후미에 남아 싸우다 자상을 대신해 전사했다. 반성할 능력이 있는 사람의 훌륭한 최후였다. 심윤술 자신은 사태가 절망적으로 전개되자 중도에 회군하여 자살함으로써 전사의 길을 택했다.

오군의 추격전은 순풍에 돛을 단 듯했다. 초나라 수도에 가까운 청발천(淸發川)에 이르자 적군이 강을 건널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선봉에 있던 왕제 부개가 추격을 중지시키면서 말했다.

“건너가게 하라, 먼저 건너간 적군은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방심한다. 뒤따른 적군은 자기들도 살고 싶다고 도주에 전념하고 싸울 마음이 없어진다. 그러니 적군이 절반쯤 건너갔을 때를 기다려 추격을 개시하면 아군은 최소 희생으로 최대 전과를 거둘 수 있다.”

실패작에 그친 점령 통치

부개는 ‘손자병법’을 읽었거나, 아니면 당시의 군사 상식인 경험적 교훈을 집약하면서 벌써 그 지보(至寶)에 이른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군사심리에 대한 통찰력을 갖춰야만 훌륭한 지휘관이 될 수 있는 법이다.

마침내 오군은 백거의 결전에서 승리한 후 10일간의 추격 끝에 초나라 수도 영을 점령할 수 있었다.

오왕 합려와 그의 군대, 그리고 동맹국의 무력은 초나라 수도를 점령하자 모든 것을 전리품처럼 취급했다. 애당초 점령 후 준비가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두드러진 것은 정복자의 자세와 보복의 만행뿐이었다.

우선 숙사 분배에 눈독을 들였는데, 왕궁과 공족 및 관료의 저택을 몰수해 오국의 신분을 기준으로 삼고 군공(軍功)을 아울러 감안한다면서 모두 분배했다. 저간에 허영심과 군공 자랑으로 말미암은 불평불만, 심지어 노골적 내분도 적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부녀자 분배에 광분했다는데, 특히 왕후를 비롯한 공족과 중신들의 처첩이 각종 보물과 함께 쟁탈 대상이 됐다.

하기야 오자서의 주요 관심은 복수였다. 부형의 원수로 지목했던 평왕(平王)의 묘소에서 시신을 끌어내어 채찍으로 300번 치고 갖가지 모독을 가했다는 기록이 있다. 소련군이 베를린 점령 후 히틀러의 소각된 시신을 다시 파내서 모독하던 보복 광경을 방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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